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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urnoffyourbrain Jul 04. 2018

몽골, 고비사막 #3

비행기 놓치기

몇 달 전부터 정보를 찾고, 사람을 모으고, 여행사에 컨택하고, 회비를 걷어서 준비물을 구입하고, 가는 날 입을 옷까지 준비해서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 네, 비행기를 놓쳤습니다. 


우리 일행 중 4명은 이미 몽골에 도착해 있었고, 

그날 아침 몽골 공항에서 나와 김또치(친구. 가명)를 픽업하는 즉시 바로 사막으로 출발하는 계획이었고,

회비로 구입한 모든 공용 식량과 물품들은 내 손에 있고,

안그래도 빠듯한 4박5일 일정에서 하루를 뺄 수도 없는데다가,

인터넷 면세점에서 영혼까지 끌어모은 적립금으로 주문한 액션캠이 날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패닉 오브 패닉을 경험했다. 


그래서 써 보기로 했다.

빙구처럼 늦잠자서 비행기를 놓쳤을 때에는 뭘 해야 할까?!




출국 당일 아침,

비행기는 07:55에 출발하는 녀석이었고, 

나는 정확히 06:45에 친구 김또치의 "어디냐~"라고 묻는 전화를 받으면서 잠이 깼다(...)


집에서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 1시간,

비행기가 이륙하는 시간도 1시간 후.


전화를 받고 일어난 지 10분도 안 되어서 집을 나섰지만 도저히 각이 안 나오는 시간이었다. 




1 | 이륙시각 1시간 전에 할 수 있는 것: 모바일 체크인을 하세요.


몽골행 비행기는 대한항공이었고, 전날 밤에 모바일 체크인을 하라는 카톡 메세지를 받았다. 

그러나 나는 소중한 카메라를 픽업하기 위해 어차피 매우 넉넉하게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니까 (^^^^^) 이 메세지를 간단히 무시하고 넘겼다.


이 문자를 무시하지 마세오...


그러나, 모바일 체크인은 무조건! 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나중에 알고 보니 몽골은 비자가 필요한 나라여서 어차피 모바일 체크인이 불가능했지만, 만약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면 모바일 체크인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다. 


우리나라에는 사전 승객정보 시스템(APIS/Advance Passenger Information System)이라는 게 있다. 

보안 심사를 위해서 항공사들이 전산상으로 승객들의 명단 및 개인정보를 법무부에 통지하는 것이다. (전달되는 내용: 영문 성명, 성별, 생년월일, 국적, 거주국, 여권번호, 여권만료일)


아침 07:55에 이륙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는 07:15에 탑승수속이 마감되고 승객 명단이 법무부에 전달됐다. (보통 탑승수속 마감은 이륙시간 40~60분 전.)


당연히 이 명단에 이름이 포함되지 않으면 나라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결국 이륙시간 40~50분 전에 도착하지 못하면 그냥 그 비행기는 못 타는 비행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런데 이 시간을 아주 조금 더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모바일 체크인이다. 

모바일로 체크인을 미리 해 두면 어쨌든 나는 카운터에서 탑승수속을 한 것과 같은 상태가 되고, 내 이름은 출국 승객 명단에 포함되어 법무부로 들어간다. 따라서 카운터에서 탑승수속이 마감된 이후라도 출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 생긴다.


-모바일 체크인은 비행기 이륙 시각 1시간 전까지 신청 가능하다.
-비자가 필수인 나라는 모바일 체크인이 불가능할 수 있다. 
-모바일 체크인을 하면 공항 카운터에서 탑승 수속이 마감되었더라도 출국이 가능할 수 있다.


*모바일 체크인을 하더라도 공항 출발장에 일정 시간 내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 수속이 취소될 수 있으니, 이륙시간 1시간 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으면 항공사에 연락을 하자.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를 수 있으므로 꼭 확인해볼 것.


모바일 체크인 후 수하물 드롭 - 줄이 더 짧은 곳에서 가방을 보낼 수도 있다.



2 | 이륙시각 전에 할 수 있는 것: 최대한 빨리 티켓을 바꾸세요.


어차피 비행기를 못 타게 되었다면, 비행기 이륙시각 전에 재빨리 표를 바꿔야 한다!

이륙시각 전에 출발편을 변경하게 되면 기존 항공권 가격과의 차액만 지불하면 되지만, (대한항공 고객센터로 전화를 하거나, 공항 내 대한항공 카운터에서 요청하면 된다.)

만약 이륙시각이 지난 후에 티켓을 변경하면 위약금(No-show Penalty)을 추가로 내야 한다. 


내 경우, 항공권 차액은 약 5만원(항공권마다 상이함) 이었고, 위약금은 10만원(항공사 규정에 따라 상이함) 이었다. 이륙시간 직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표를 바꿨기 때문에 5만원만 내고 같은 날 저녁에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비행기 이륙시각 이전: 내가 구입했던 항공권과 지금 구입하는 항공권의 차액 지불 (기존에 구입한 항공권이 할인을 많이 받았을수록 차액은 높아지겠죠ㅠㅠ)
-비행기 이륙시각 이후: 항공권 차액 + 항공사에서 규정한 위약금 지불. 

*위약금과 출발편 변경 가능 여부는 비행기표를 사는 순간부터 미리 체크해둬야 한다. 출발편 변경이 불가능한 저가항공의 경우 편도 티켓을 새로 사야 할 수도 있다.


인천공항에 있는 항공사 카운터. 여기에서 티켓을 살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대한항공 블로그)


아침 8시에...... 저녁 7시에 출발하는 새 항공권을 손에 쥐고 체크인을 했다. 11시간 전에 체크인을 했더니 비상구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와하하하하ㅠㅠㅠㅠㅠㅠ



3 | 출발편 변경 후 할일(1): 인터넷 면세점에 전화해서 픽업시간을 바꾸세요.


인터넷 면세품 픽업은 본인 여권과 탑승권 확인 후 이루어지므로, 다른 사람이 대신 픽업해주는건 절대 불가능하다. 해외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받는 것도 절대 불가능하다.


면세점 대기인원이 드글드글합니다. 시간을 넉넉히 계산하세요. (사진 출처: 머니투데이 기사)


요즘 인터넷 면세점에서 주문한 물품을 받으려면 대기번호를 뽑은 후 최소 30분~1시간을 기다려야 하므로 면세품이 있으면 평소보다 더 일찍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만약 너무 촉박하게 도착했다면 면세품을 포기하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당연히 면세품은 100%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비행기를 놓쳐서 새로 받은 항공권의 출발 시각이 많이 다르지 않더라도, 탑승권에 적힌 시간과 편명(ex. KE868)이 달라지기 때문에 무조건 인터넷 면세점 고객센터로 즉시 연락해서 변경 내용을 말해둬야 한다.  


-인터넷 면세점에서 주문한 물건은 절대로 대리 수령이 불가능하다.
-인터넷 면세점에서 주문했는데 출발편이 변경되는 경우, 각 면세점에 전화를 해서 변경된 출발편 시간을 알려줘야 한다.
-만약 면세품을 수령하지 못하면, 100% 환불을 받거나 30일 내에 재출국시 수령할 수 있다.



4 | 출발편 변경 후 할일(2): 현지 여행사에 연락해서 일정 변경이 가능한지 상의하세요.


고마운 김또치는 내가 패닉하고 있는 와중에 여행사에 연락을 해서 방법이 있는지 침착하게 물어봐줬고, 다행히도 우리 여행사에서는 이런 일이 전에도 한번 있었다며 (허허허.....ㅠㅠㅠ) 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개인 기사를 한 명 보내주겠다고 했다. 


당연히 현지 교통편과 다양한 대안들은 여행사가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가장 먼저 여행사에 연락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여행사에서도 여러가지 대안들을 생각해서 투어 일정을 살짝 수정해줬고, 두 명의 기사들이 밤 10시에 공항으로 나와서 무려 새벽 2시까지 길도 없는 벌판을 달려 나를 우리 일행들이 자고 있는 숙소에 무사히 데려다줬다. (물론 추가요금은 냈다.)


가로등은 커녕 길이라고는 희미한 바퀴자국만 있었는데(바퀴자국조차 없는 길도 있었다), '바가가즐링촐로'에 있는 우리 일행들 숙소에 정확히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김또치가 보내준 사진- 이 사진 덕분에, 말 한마디 안 통하는 몽골인 두명이 나를 무너져가는 차에 태우고 캄캄한 황무지를 달려도 걱정 없이 헤드뱅잉 하면서 잤다.


여행사를 선택할 당시 '이런' 돌발상황을 예상하고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중간에 차가 고장난다거나, 일행이 다치거나 갑자기 아픈 상황 정도를 예상했지 내가 비행기를 놓치는 돌발상황은 무의식에서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돌발상황을 침착하고 능숙하게 대처해줄 수 있는 게 내공 있는 여행사의 트루 능력인 것 같다. 우리가 예약한 여행사는 규모가 큰 곳은 아니었지만, 귀찮게 여러 번 질문을 해도 항상 꼼꼼하게 대답해주고 우리가 안심할 수 있도록 자세한 정보를 보내준 곳이었다. 앞으로 여행사를 고를 때는 돌발상황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답변을 주는지를 더 유심히 보고 선택하게 될 것 같다.





좋은 여행사와 침착한 친구와 마음 넓은 일행들 덕분에 나는 곧바로 무사히 합류해서 이튿날부터는 신나게 여행을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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