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아니라 발이다
학생들의 꿈과 실천 사이의 괴리를 이야기하면서 머리를 들어 눈으로 꿈을 좇으면서 정작 발은 움직이지 않는 행태에 대해 글을 적은 적이 있다. 실천이 있어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꿈은 꾸는 자의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자의 전유물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침에 운전하다 라디오에서 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골 아픈 정치 이야기는 빼고 진행자와 패널들이 말에 대해 나누던 내용을 통해 우리가 배울 것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말이 조석으로 바뀌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어지럽힌다. 특히나 잦은 말 바뀜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거나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사람을 지치게 하고 심지어는 상대를 의심하게 만든다. 면피용 발언과 유체이탈 화법, 남 탓만 하는 말은 '입으로 똥을 싸는 기행'과 다를 것이 없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낭만의 시대는 끝났지만, 말로 인해 천냥의 빚과 원수가 생기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타인을 향해 뱉어 놓은 말은 언제든 나를 향한 칼끝이 될 수 있으니 말의 무게와 무서움을 인지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이렇다고 말하면 결국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 현재의 내 모습과 마주하게 되고, 미래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꿈을 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루기 위해서는 발이 움직이고 행동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처럼 말이 힘과 권위를 가지려면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인 신뢰를 얻기 힘들다. 조석으로 말이 바뀌는 사람만큼이나 입만 산 사람은 멀리 해야 하는 대표적인 인간상이다. 즉, 말의 신뢰는 청산유수처럼 흘러나오는 달콤한 말이 아니라 우직하고 정직한 '발'에서 나온다. 자신의 한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것이 상대를 설득할 수 있고 신뢰감을 쌓는다.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본인이 옳다고 믿는 생각을 지키는 것이고, 그 신념은 말을 통해 드러난다. 결국 신념을 지키는 사람이란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인 셈이다.
언행일치라고 말한다.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말을 지키고 사는 삶이란 고달프다. 언행일치를 실현하는 사람은 배움의 많고 적음, 지위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철인이고 성인이다. 우리는 너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말에 노출되어 있고, 말의 중요성과 무거움이 살아진 시대를 살고 있다. 부끄러움이 사라진 시대고, 입으로 똥을 싸는 기행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되돌아본다.
오늘 나는 입으로 말을 했는지, 아니면 똥을 쌌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