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없는 것은 광원뿐이다
나를 갖지 말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지.
그건 곧 나를 준다는 것과 매한가지거든.
그러니 굳이 갖지 말라고는 안 할게.
나를 주지 말래도 너는 나를 갖게 될 거야.
나는 말보다도 빠르게 너에게로 갈 테니까.
나를 기꺼이 떠안는대도 딱히 내가 친절해지진 않아
시시각각 달라질 내 질량 그대로
대롱대롱
감당하는 것도 오롯이 네 몫이거든.
나는 어두워질수록 더 거대해지는, 무겁게 짙은 그림자 비슷한 거야.
네가 나를 떨칠 수 있는 길이 저기 보이네
이정표는 올곧게 타오르는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