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로 표현한 자연의 결
브랜드 언박싱(brand unboxing)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기록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우리 주위에 숨겨진 브랜드가 빛나는 과정을 탐구합니다.
Interviewer’s Comment: ‘결’이란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를 일컫기도 하고, “누군가의 성향과 다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을 중심으로 신발을 만드는 브랜드, 이소(IYSO)의 이은범 대표는 과학 상상 그리기 대회에서 신발 그림으로 상을 받았던 초등학생 시절부터 신발 디자이너를 꿈꿨다. 가장 많을 때는 800켤레까지도 스니커즈를 모았던 스니커헤드이자 신발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진심인 그가 만드는 이소는 이름부터 직선, 대각선, 곡선, 원형이라는 결을 표현한다. 자연, 산업 디자인,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들은 차근차근 이소만의 결을 쌓아가고 있다. 해외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니치 스니커즈 브랜드 ‘이소’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융: 안녕하세요. 브랜드 언박싱 독자들을 위해 브랜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은범: 안녕하세요. 이소는 ‘결’을 매개체로 신발을 디자인하는 풋웨어 브랜드입니다. 저는 이소 대표 이은범입니다. 반갑습니다.
융: 이소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브랜드인가요?
이은범: 2009년에 국내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어요. 일을 시작한 뒤로 앞만 보고 달리다, 2018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갔어요. 전에 보스턴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데,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던 그때를 다시 상기하고 싶더라고요. 뉴욕에서 두 달 동안 그림만 그렸습니다. 결이라는 컨셉을 뉴욕에서 결정하고, 그때 만든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만든 브랜드가 이소예요.
융: 그전에는 어떤 회사들을 다녔어요?
이은범: 초등학생 때부터 신발 디자이너를 꿈꿨어요. 막상 신발 디자이너가 되고 나니 나이키와 뉴발란스 같은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일하는 건 쉽지 않겠더라고요. 많은 스니커즈 브랜드가 본토를 중심으로 디자이너를 채용해요. 보스턴으로 가게 된 이유도 뉴발란스 본사에서 일하고 싶어서였어요. 룸메이트를 픽업하러 공항에 나갔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뉴발란스를 입은 무리를 봤는데, 본사 사람들이겠다는 직감이 들더라고요. 무작정 가서 “신발 디자이너인데, 무엇이든 좋으니 뉴발란스에서 일하고 싶다”고 제 소개를 했어요. 신기하게도 실제로 연락이 와서 인턴을 하게 됐고, 이게 계기가 되어 한국에서 뉴발란스를 전개하는 이랜드에 입사했고요. 이후에는 컨버스에서 일했고, 부테로(BUTTERO)의 아시아 총괄 디렉터로 일하기도 했어요.
융: 초등학생 때부터 그냥 디자이너도 아니고, 명확하게 신발 디자이너를 꿈꿨다는 게 놀라워요.
이은범: 초등학교에서 과학 상상 그리기 대회를 하잖아요. 그때 반도체 칩이 들어간 신발을 그렸는데 상을 받았어요. 그 기억이 너무 특별하게 다가온 거죠. 그때부터 “나는 신발 디자이너가 될 거야"하고 꿈을 키운 거예요. 그 뒤로 중학생 때부터 신발을 모았어요. 용돈을 모아 신발을 사고, 모은 신발을 또 팔아서 두 개를 사고… 많을 때는 800족까지 모았어요. 컨버스만 200족, 뉴발란스만 300족이 있었어요. 서른 살 때 수원에서 사당, 신촌으로 회사를 다니다 보니 힘들어서 차를 샀는데, 모은 신발을 팔아 차 한 대를 살 수 있더라고요.
융: 정말 어렸을 때부터 신발에 진심이셨네요. ‘결’이라는 브랜드 컨셉이 굉장히 독특한데요, 어떻게 ‘결’을 발견하고 브랜드로 연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어요?
이은범: 브랜드를 만들 때 컨셉과 스토리를 먼저 만들어요. 작은 책 한 권을 만들어두고, 거기서 디자인을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회사 다닐 때 론칭한 브랜드 엑셀시오르(Excelsior)의 경우 벌커나이즈드 슈즈(Vulcanized Shoes)의 태생을 알리고 싶었어요. 고무에 유황을 떨어트린 실수로부터 발명된 가황고무를 타이어 만들던 공장들이 신발 밑창으로 사용한 것이 스니커즈의 시작이거든요. 저는 사물을 볼 때도 일부분을 보고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은 어디에나 있어요. 사람에게는 지문이 있고, 나무에는 나이테가 있죠. 이게 근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융: 브랜드 이소(IYSO) 이름의 의미를 소개해주세요.
이은범: 브랜드 이름 지을 때 잠 못 이룰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간판을 보면서 브랜드 이름도 대입해 보고, 발음도 해보고요. 그러다가 문득 ‘왜 뜻을 가진 영어 단어로만 이름을 지으려고 하지?’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결이 브랜드 컨셉인데 I, Y, S, O가 각각 직선, 대각선, 곡선, 원형으로 볼 수도 있잖아요. 보기에도 예쁘고 발음하기도 좋아서 IYSO가 되었습니다.
융: 이소를 소개하는 글을 보면 대자연, 산업 디자인, 건축 양식으로부터 영감을 받는다고 되어 있어요. 이 세 가지 분야가 어떻게 제품에 녹아들어 있나요?
이은범: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거의 매일 결에 관련된 이미지를 서칭 합니다. 우리가 색을 독특하게 조합해도 사람들이 보기에 편하면 되는 게 아닐까 해요. 예를 들어 파란색을 쓰고 싶으면 물의 색을 찾아봐요. 그리고 ‘물 옆에 있는 바위의 색을 조합해 보자’, 이런 식으로 접근합니다. 실제 바다 사진의 파란색을 활용하기도 하고요. 사진 속 자연물의 색 조합과 비율을 참고해서 디자인하고 있어요. 독특한 색들도 보기 편한 비율로 조합되면 괜찮더라고요. 신발의 밑창인 아웃솔을 디자인할 때도 결의 이미지를 살리고 싶었어요. 엔텔로프 캐니언(Antelope Canyon)과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에서 영감을 받아, 지층 구조의 모양을 모양을 본떠 아웃솔을 만들었습니다. 신발을 가볍게 하기 위해 아웃솔의 협곡 모양 안에는 기둥만 살아있고 비어 있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웃솔 만드는 데만 1년이 걸렸어요.
융: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게 잘 와닿지 않았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곧바로 이해가 가요. 신발은 예술적이지만 과학적이기도 한 세계네요.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이은범: 신발은 입체적으로만 디자인할 수 있는 제품이에요. 걷거나 서 있을 때의 자세에도 영향을 주고요. 나이키 같은 브랜드는 치밀하게 연구하면서 제품을 개발해요. 이소는 아직 그에 비하면 부족하겠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자체 개발부터 디자인까지 100% 직접 진행하고 있거든요. 공장에서는 없던 디자인을 새로 만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희는 공장에 직접 가서 하나하나 샘플링을 하고, 패턴도 떠드리고, 이탈리아에서 소재를 공수해 보내 드리기도 해요. 생산을 위해 다 같이 부산으로 출장을 가기도 하고요.
융: 이소의 룩북을 보면 신발이 오브제로서도 작용하는 것 같아요. 룩북을 찍을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이은범: 전략적으로 직영 리테일을 안 하고 있어요. B2B로 사업을 진행하고 온라인은 무신사에서만 제품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룩북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어요.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곧 소비자들에게는 전시라고 생각하고 만듭니다. 룩북의 테마와 스토리를 먼저 짜고 신발을 디자인해요. 스토리가 제일 중요하고, 이미지에는 시각적 언어로 스토리가 담깁니다. 신발이 오브제로써 표현된 건 이소의 첫 번째 룩북이에요.
신발에 붙어 있는 조각 하나하나를 패턴이라고 하는데, 이 패턴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디자이너가 없어요. 소비자도 잘 알지 못하고요. 이 작은 조각마다 각각의 기능이 있거든요. 저희 제품을 보면 각각의 패턴들이 다 떨어져 있는데, 살아있는 패턴으로 느껴지게 하고 싶었어요. 이소의 스니커즈는 정말 좋은 이탈리아 가죽을 쓰고 있는데, 이걸 결박시켜 버리면 좋은 가죽인지 알 수가 없거든요. 가죽은 뒷면을 보고 만졌을 때 그 차이점이 느껴지니까요. 이렇게 하다 보니 이게 저희만의 색깔이 됐어요.
융: 이탈리아 구두 브랜드 부테로 아시아 총괄 디렉터로 일했던 경험이 이소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은범: 정말 큰 도움이 됐죠. 한국, 중국, 일본 시장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단순화시켜서 표현하자면, 일본은 장인 정신으로 상품을 만드는 강점이 있고, 한국은 마케팅에 강하고, 중국은 영업에 강해요. 부테로에서 일할 당시에는 각 나라가 가진 강점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는 마케팅 콘텐츠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일본에서 아시아 익스클루시브 모델을 만들고, 중국은 리테일러들과 협의할 때 저도 함께 참여하는 식으로요. 이소 운영에 대입해 보면 수출과 글로벌 시장에 관한 통찰력이 생겼어요. 최근에는 유럽, 일본에서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융: 안 그래도 해외 진출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했어요.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은범: 전부터 해외 패션 위크를 한 번도 빠짐없이 다녔고, 1년 중 3~4개월은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기존에 가진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요. 놀랍게도 지금 연결된 디스트리뷰터(유통사)와 편집샵 모두 100%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이 왔어요. 직접 구매하고 마음에 들어서 연락을 준 해외 MD들이 많아요. 유럽, 일본에 있는 수십 곳의 편집샵에 들어가 있어요. 일본에서는 한큐 백화점에도 입점해 있고요.
융: 처음에 중요한지 몰랐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소의 창업과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나요?
이은범: 결국에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회사 다닐 때는 저만 잘하면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사업을 해보니까 제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더라고요. 이소는 처음에 2명이서 시작했어요. 지금은 5명이 됐는데, 론칭 때부터 저를 믿어준 사람과 함께 일하겠다고 대구에서 올라온 동료들을 생각하면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요. 팀워크를 공고히 만들고 싶어요.
융: B2B 사업에 집중하면서도 무신사에 입점한 계기는 뭐였어요?
이은범: 저는 무신사의 초창기 커뮤니티 시절에 활동하던 멤버예요. 당시 무신사는 신발을 사랑하는 제게 놀이터 같은 곳이었거든요. 한정판 신발을 구매하기 위해 줄 서는 걸 ‘캠핑’이라고 하는데요, 무신사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낚시 의자 가져와서 캠핑을 하기도 했고요. 좋은 기억이 많아요. 커뮤니티에서부터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이소는 처음 만들었을 때 뾰족한 타깃을 공략했었는데, 무신사 고객층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첫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이후에는 어느 정도 매출도 기대할 수 있고, 브랜드를 알릴 좋은 기회라고 판단해 무신사에 입점하게 됐죠.
융: 무신사에 있는 수만 개의 상품 중 이소의 차별점을 전달하기 위해 신경 쓰는 것이 있나요?
이은범: 우선 스니커즈 카테고리 안에서 이소의 신발은 눈길을 끄는 디자인이라고 믿고 있어요. 단지 국내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안 좋게 보는 분들도 있는데요, 좋은 콘텐츠로 그런 시선을 상쇄시키고 싶어요. 국내 브랜드여도 글로벌 브랜드의 감도에 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두 번째는 이소가 해외에서도 소호 편집샵에만 입점해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입점한 곳 중 무신사가 가장 대중적인 플랫폼이에요. 그래서 이번 시즌 제품 중 가장 베이식한 컬러의 모델을 무신사에서만 판매하고 있어요. 우리에게는 가장 대중적인 채널이니 가장 대중적인 컬러를 연결하는 거예요. 패션 위크에서 선보이는 시즌 컬렉션이 있고, 캐리오버 제품이 있는 것처럼요.
융: ‘스니커즈 테라피'라는 컬렉션 컨셉도 너무 신선했어요. 아까 제품을 디자인하기 전부터 스토리북을 만든다고 하셨는데요. 컨셉을 어떻게 도출하고,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이은범: 개인적인 경험을 많이 활용해요. 스니커즈 테라피는 3번째 컬렉션이었는데요. 러닝화는 무조건 스포티하고 액티브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정적인 이미지로 러닝화를 만들고 싶어서 고민하던 중에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의 젠 가든(Zen Garden) 작품 사진을 봤어요. 젠 가든에 대해 공부해 보니 긁어놓은 모래가 바다를 의미하고, 바위는 산을 의미하더라고요.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패턴 디자인을 할 때 젠 가든의 작은 세계관을 녹였어요. 패턴으로 나뭇가지, 물결, 파도를 표현한 거예요. 룩북도 일본 디렉터와 원격으로 협업해서 젠 가든에서 촬영했어요. 러닝화와 정적인 젠 가든. 서로 다른 것들이 의외의 조합으로 섞여서 너무 진지하지만은 않은 이소만의 결과 위트가 담긴 룩북이 나왔어요.
융: 이소의 고객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이은범: 처음 저희가 설정한 타깃 연령대는 2535였는데, 실제로는 생각한 것보다 연령대가 더 낮았어요. 고객층이 젊어지니까 조금 더 과감한 시도를 해도 좋겠더라고요. 니치 향수처럼, 확실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신는 니치 스니커즈라고 생각해요. 유니크함을 즐기고, 마이웨이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요. 나만 알고 싶은, 꾸준히 자부심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융: 이소 팬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하는 일이 있나요?
이은범: 이소는 케어 서비스가 굉장히 좋아요. 작은 브랜드로서 할 수 있는 필살기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품에 이상이 생기거나 오염이 생겨 쇼룸에 방문하시면, 제가 직접 커피를 내려 드리고 수선해 드려요. 케어 기간도 평생이에요. 원가만 받거나 웬만하면 무상으로 진행해드리고 있어요. - 저는 신발을 더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나중에는 토털 케어 서비스를 브랜딩 하고 싶어 “이소 케어”라는 키트를 만들고 있어요.
융: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요?
이은범: 한 번은 어느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데, 제품을 꺼내주시는 분의 발 내전이 심한 게 보이더라고요. 신발이 안쪽으로 전부 닳아있고, 다리가 휘어 있었어요. 물건을 사면서 제 명함을 드렸죠. 저는 신발 디자이너인데, 우리 제품을 신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요. 그분이 실제로 쇼룸에 오셨고, 이소가 개발한 아웃솔 중 가장 안정감이 있는 제품을 추천해 드렸어요. 잘 맞는 신발을 신으면 자세 교정이나 발의 과내전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직접 피팅해 보고 구매하셨는데 만족스러워하셨어요. 그분이 기억에 남아요.
융: 이소는 색깔이 확실한 브랜드인데요.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이소가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나요?
이은범: 명확하게 이소만의 결을 지키고 싶어요. 신발 브랜드는 카테고리 안에 갇히는 경우가 많아요. 등산화 브랜드가 등산화만 만드는 것처럼요. 카테고리 구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결이라는 컨셉을 더 탄탄하게 유지하고 싶어요. 멀리서 봐도 이소라고 알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로고를 쓰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디자인에 결을 살리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어요. 반복하다 보면 우리만의 아이덴티티가 쌓이겠죠?
융: 이소를 창업했던 시기로 돌아간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은범: Take it easy. 조금 진정하고 진행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론칭 당시에는 욕심이 많았어요. 어떻게 이런 신발을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요. 물론 처음에 뾰족했기 때문에 더 주목받았고, 브랜드의 색깔도 명확해졌지만요.
융: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은요?
이은범: 40대 목표는 100억 매출을 만드는 것이에요. 이소 안에서는 중저가 라인과 고가 라인을 함께 만들고 싶어요. 스니커헤드를 만족시키는 제품도, 대중을 만족시키는 제품도 만들고 싶어요. 또 다른 컨셉의 신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융: 마지막으로 브랜드 언박싱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이은범: 저는 스스로를 신발에 미쳐있는 괴물이라고 표현해요. 주변에서도 그렇게 얘기하기도 하고요. 저의 경우를 돌이켜보면 시작은 결핍이었어요. 처음에는 누구도 저를 인정해주지 않았거든요.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이소를 만들고 자체 개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어요. 그렇게 만든 신발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 내가 매니징 하는 스타에게 악플이 달린 것처럼 마음이 힘들거든요. 쉽지 않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고 싶으니까요. ‘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해요. 그것만 있으면 어떤 상황이든 나만의 결이 쌓이고, 누적된 결은 변화를 만듭니다.
인터뷰어 정혜윤
독립한 마케터 겸 작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회사와 세계 곳곳을 유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빠져있는 사람들, 편견을 부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깁니다. 10년간 에이전시 및 스타트업 업계에서 마케터로 일하다가 2020년 여름, 회사로부터 독립해 현재는 프리랜서 마케터이자 작가로 일하며 다능인을 위한 뉴스레터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합니다. 여전히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