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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박스 UNBOX Feb 24. 2023

평범함이 대체불가함이 되는 순간의 브랜드, 엔조블루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우리만의 균형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브랜드 언박싱(brand unboxing)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기록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우리 주위에 숨겨진 브랜드가 빛나는 과정을 탐구합니다. 


Interviewer’s Comment: 수준 높은 퀄리티와 합리적인 가격, 언제 어디서나 아무렇게나 걸쳐도 편안하고 멋스러운 옷. 엔조블루스 제품은 서로 대립되는 요소들을 모두 충족시킨다. 엔조블루스를 만든 세 공동 대표, 서지원, 김석모, 최도빈은 어느 한쪽으로도 강하게 치우치지 않는 평범함과 무난함이 한때  고민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균형감 있는 그들의 방향은 비로소 다양한 경계를 이을 수 있는 강점이자 뚜렷한 색깔이 되어 있었다. 그 어려운 지점을 찾아내고 지키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전하는 엔조블루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융: 안녕하세요. 브랜드 언박싱 독자들을 위해 브랜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서지원: 안녕하세요. 엔조블루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아가는 브랜드입니다.

김석모:  집 앞에 나갈 때, 또는 멀리 외출할 때 입어도 편하면서 특별하게 입을 수 있는 웨어를 다루고 있어요.  



마음이 모여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브랜드, 엔조블루스



융: 한 브랜드에 대표님 세 분의 명함을 받은 건 처음이에요. 엔조블루스는 어떻게 시작된 브랜드인가요?

서지원: 저와 석모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고요. 석모 대표와 도빈 대표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룸메이트였어요. 군대 전역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우리만의 것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렇게 서로 마음이 맞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만든 게 엔조블루스였어요.



융: 세 분 모두 패션 분야 인턴 경험이 다양하다고 들었어요. 엔조블루스를 만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김석모: 뉴욕 도나카란(DKNY) VMD팀에서 인턴을 했어요. 이후에는 미디엄 콘셉트(medium concepts)라는 쇼룸에 있었고요. 한국에 돌아와 대림미술관 홍보팀에서 일했고 그다음에 엔조블루스를 시작했습니다. 


최도빈: 저는 뉴욕 기반 디자이너 브랜드 ‘시키 임(Sik Im)’에서 인턴을 했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디자이너 브랜드 ‘칼이석태'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습니다.


서지원: 소개하고 보니 저희 인턴 경험이 다양하네요. 군입대 전에 제일모직에서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했었고요, 프라다 코리아 산하에 있는 미우미우(Miu Miu)에서 바잉 엠디 역할로 인턴을 했어요. 



엔조블루스를 만든 (좌)김석모 대표, (중앙)최도빈 대표, (우)서지원 대표



융: 여러 브랜드를 경험해 본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학창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었나요?

서지원: 인턴은 단기간 일하다 보니 조직의 분위기를 익힐 수는 있었지만, 회사 운영에 대해서는 실제로 엔조블루스를 직접 해보면서 배운 게 더 많아요. 고등학생 때 힙합 동아리를 했는데, 그때 패션에 본격적으로 빠졌어요.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도 힙합의 일부이다 보니 친구들과 옷 구경하면서 놀고 그랬죠. 


최도빈: 손으로 만드는 걸 워낙 좋아했어요. 그 당시에는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이 제가 접근하기에 가장 빠르고 쉬운 분야로 느껴져서 패션 디자인을 선택했습니다.


김석모: 질문을 받고 오랜만에 생각해 봤어요. 저는 개성이 뚜렷한 사람도 아니었고, 패션을 엄청나게 좋아했던 사람은 아닌데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학창 시절 친구들이 패션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친구들 따라서 옷을 입어보고 사보면서 경험이 쌓였어요. 그리고 미국에서 지내면서 저에게 어울리는 옷을 더 찾아보기도 했고요. 제게 좋은 옷이란 어떤 건지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저만의 기준이 생기더라고요.



융: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텐데, 초기 자본금은 어떻게 마련하셨어요? 

서지원: 어찌 보면 좀 무모했지만 ‘브랜드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가장 컸어요. 셋이 300만 원씩 총 1,000만 원 정도 모아서 엔조블루스를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지원을 받았고, 그곳을 나올 때쯤 또다시 방법을 찾았어요. 조여오다가 숨이 트이다가의 반복이었는데요. 어떻게든 하게 되더라고요. (웃음)


김석모: 아무것도 몰라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해야 돼’라고 생각하고 그냥 한 거죠. 처음에는 이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이상적인 생각만 있었어요. ‘유통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판매는 저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부딪히며 배운 거예요.


최도빈: 초반에는 제작 단가도 너무 높았고, 일하는 방식도 효율적이지 못했어요. 일단 옷을 만들고 난 다음에 ‘우리 이제 뭐 해야 하지?’ 묻고, 제품을 팔아야 하니까 하나씩 해본 거죠. 주변에도 물어보고 찾아보면서 스스로 배우기도 했지만, 저희가 셋이다 보니까 서로에게 많이 묻고 의지하면서 여기까지 온 게 커요.



엔조블루스 (좌)김석모 대표, (우)서지원 대표



융: 브랜드 디자인, MD, 운영 등 전반적인 면에 있어서 세 분의 생각이 다를 때도 있을텐데요. 일하면서 여러 의견이 오갈 것 같아요. 논의하실 때 부딪히시진 않나요?

김석모: 저는 패션 마케팅을 전공했고 두 사람은 패션 디자인 전공이에요. 제가 MD 및 운영을 맡고 있고 지원 대표가 브랜딩과 디자인, 도빈 대표가 디자인과 생산을 병행하고 있어요. 


서지원: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듣는데요. 신기하게도 성향이 잘 맞아서 의견 충돌이 많지 않아요. 


최도빈: 브랜드를 만든 지 8년이 되어 가는데 싸운 적이 없어요. 당연히 의견은 다를 수 있죠. 하지만 조율이 잘 되는 편이에요. 셋이 좋은 것 같아요. 의사 결정을 할 때도 두 명이 맞다고 하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거든요. 균형이 잘 맞아요.




융: 서로를 이해하고 브랜드만의 취향을 쌓아가는 기간이 있었네요. 엔조블루스의 이름은 어떤 의미예요?

서지원: 엔조(Enzo)와 블루스(Blues)라는 단어를 합쳤어요. 레옹으로 유명한 배우 뤽 베송이 영화 <그랑 블루>에서 이탈리아 프리다이빙 선수로 나오는데, 이 캐릭터가 재밌어요. 단순하고 고집이 세지만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고 그래도 할 건 다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극 중 그의 캐릭터 이름이 ‘엔조'예요. 그 캐릭터가 매력 있어 보여서 엔조를 따왔고요, 블루스는 음악 장르 이름에서 가져왔어요.


김석모: 어감이 예뻐서 고른 것도 있고 중성적인 이미지가 있는 것도 좋았어요. ‘블루스'라는 음악장르는 텐션이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아요. 그래서 엔조블루스랑 잘 맞는 음악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엔조블루스 한남 쇼룸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서지원 대표(좌)와 김석모 대표(우)


융: 엔조, 블루스 단어에서 오는 느낌이 제품이랑도 잘 어울리네요. 초창기 엔조블루스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요?


서지원: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까지 브랜드 아카이브가 쌓인 후에 보니까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저희의 성향이 브랜드에도 녹아들어 있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같은 방향을 추구하고 있어요.


김석모: 제품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나 제품의 이미지 측면에서 일상적이지만 재미있는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예쁘고 실용적이여서 평상시나 놀러 나갈 때나 언제든 손이 많이 가는 옷을 만들고 싶었고 고객의 공감을 얻기 위해 가장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엔조블루스가 브랜드로서 자라난 과정


융: 무신사와 29CM에는 어떻게 입점하게 되셨나요? 엔조블루스가 성장하는 과정에 있어 주요했던 순간이 있다면요?

최도빈: 무신사와 29CM에 입점한 건 자연스러운 결정이었어요. 엔조블루스를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적합한 플랫폼이고, 실용적인데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저희 방향성과도 잘 맞았거든요. 


김석모: 무신사 랭킹에 엔조블루스 부츠컷 팬츠가 올랐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부츠컷 팬츠는 저희 대표 아이템으로 손꼽히는데요. 색감이 튀고 개성 있는 편이라 입을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종종 계시는데, 랭킹에 오르는 걸 보면서 뿌듯했어요.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니까요.


서지원: 2022년도 겨울에 ‘29CM 쇼케이스 플러스’를 해주신 게 좋았어요. 저희끼리 자체적으로 캠페인과 룩북을 제작했었는데 제삼자(29CM 에디터 분들이)가 엔조블루스를 이해하고 완성도 있게 풀어주니까 신선하더라고요.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저희 옷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해 주셨는데 결과물이 만족스러웠어요. 



29CM의 관점으로 엔조블루스를 풀어낸 29CM 쇼케이스 플러스 콘텐츠



융: 고객 리뷰도 많이 보는 편이세요?

김석모: 그럼요. 직원 없이 저희 셋이서 브랜드를 운영할 때는 제가 CS를 담당했어요. 엔조블루스는 유니섹스 아이템이 있긴 하지만 여성 브랜드잖아요. 그래서 CS에 답변 달 때 ‘언니'라고 할 때가 많은데 전화를 받으면 제가 받았거든요. “엔조블루스입니다.”라고 하면 2초 정도는 정적이 흐르더라고요.(웃음) 


서지원: 저희 셋이 외부적으로 많이 비치지 않지만 저희가 엔조블루스를 하고 있다고 말하면 놀라는 분들이 많으세요. ‘대표가 다 남자였구나’ 당황하기도 하시더라고요.



융: 저도 대표님 세 분 다 남자분이라서 의외였어요. 제가 생각했던 엔조블루스의 이미지와는 달라서요.(웃음) 왜 여성복을 디자인하기로 선택하신 건지 궁금해요.

서지원: 초반에는 정해진 색깔이 없었어요. 브랜드를 계속 만들면서 저희에게 맞는 중간점을 찾아가게 됐어요. 처음에는 남성복, 미니멀한 테크웨어로 방향을 잡았었어요. 그렇지만 남성복을 하기에는 디자인이 좀 과감했고 정통의 페미닌한 여성복을 만들기에는 아무래도 저희 셋이 남자이다 보니 중성적인 면이 강했고요. 또 완전 캐주얼웨어를 하기에는 디자인이 강했고, 반면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들기에는 조금 심심한 편이었어요. 방향이 명확하지 않으니 브랜드에 뚜렷한 색깔이 없는 것 같고 항상 중간에 있는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았었죠. 근데 쌓이고 보니, 이게 곧 엔조블루스의 색깔이더라고요.


김석모: 우리 브랜드를 알아가는 기간이 길었던 만큼 경험이 쌓이고 고객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맞추고 점점 좁혀나간 거죠. 매 시즌마다 정말 다양한 시도를 했었는데, ‘엔조블루스의 아이덴티티는 이거구다’하는 전환점이 된 시기가 있었어요. 오로라 부츠컷 팬츠가 조금씩 고객들에게 반응이 오기 시작했을 때, ‘아, 이거다!’ 싶었던 것 같아요. 



엔조블루스의 아이덴티티가 더욱 뚜렷해진 계기를 만든 제품, 오로라 부츠컷 팬츠



융: 위로가 되는 이야기인데요? 누구나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것 같아서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거든요.

서지원: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개성이 두드러져요. 특히 첫 컬렉션에는 디자이너가 좋아하는 문화나 가치를 녹여내죠. 저희는 셋 다 과하지 않은 걸 좋아하기도 하고, 색깔을 강력하게 표현하지 못했어요. 그때는 다른 브랜드처럼 하지 못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엔조블루스만의 색깔이었던 것 같아요.


김석모: 우리의 색이 세지 않은 게 단점인 줄 알았어요. ‘이도 저도 아니네’ 싶었죠. 그런데 어느 정도 지나고 보니까 어느 쪽으로도 과하지 않은 중간의 정도를 지켜온 게 엔조블루스의 다움이 되어 있더라고요. 



융: 엔조블루스의 옷은 디자인과 퀄리티 대비 가격이 너무 합리적이라서 놀랐어요. 세 분의 경험을 보면 하이엔드로 갈 수도 있고, 완전 캐주얼로 갈 수도 있는데 섞여있는 것 같아요.

최도빈: ‘엔조블루스다움’과 이어지는 이야기 같아요. 저희 제품 카테고리가 다양한데요, 평상시 즐겨 입을 수 있는 데일리웨어도 있고 디자인 요소가 더해진 아이템도 있어요. 그래서 카테고리에 따라 가격 설정을 다르게 하고 있어요. 여러 카테고리 중에서도 스웨트셔츠와 같은 데일리 아이템은 합리적인 가격대를 벗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품을 만들 때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 중 하나가 활용성이거든요. 질리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하고, 동시에 가격도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석모: 합리적이라는 표현은 비싼 옷이든, 싼 옷이든 입은 사람이 만족할 때 느끼는 감정이잖아요. 그래서 가격을 정할 때는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지에 더욱 집중해요. 디자인, 컬러, 가격 등 다양한 부분의 밸런스가 맞아야 합리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많이 고심하고 만듭니다.



엔조블루스 한남 쇼룸 전경



고객을 만족시키는 엔조블루스의 디자인 비결



융: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특별함'이라는 표현이 따뜻해요. 이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어떻게 디자인으로 풀어내고 계신가요?

서지원: 고객의 상황을 상상하며 만들 때가 많아요.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날 때 엔조블루스를 입을까?’ 집 앞 카페, 동네 친구 만날 때, 학교나 회사에 갈 때와 같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고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상상하며 만들어요. 편하지만 뻔하지 않은 걸 하고 싶어서 재밌는 디자인 요소들을 넣기도 하고요. 전체적인 룩을 생각하고 팬츠에 포인트를 넣는 편이에요. 상의를 루즈하거나 평범하게 입어도 색깔이 드러나게요.


김석모: 지원 대표 말에 덧붙이자면, 트렌디한 아이템을 대중적으로 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소수를 위한 옷도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요. 예를 들면 바라클라바는 머플러처럼 디자인을 풀어서 처음 바라클라바를 써보시는 분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좀 더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어디에든 어우러지지만 세련된 컬러가 돋보이는 엔조블루스 데일리웨어 라인, ‘23 Basic Line Everyday Enzoblues 룩북



융: 대충 걸쳐도 멋스럽다는 표현이 엔조블루스 옷들과 정말 잘 어울려요. 제품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세요?

서지원: 저희가 엔조블루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멋이 그런 이미지인 것 같아요. 너무 화려하게 갖춰 입은 것보다 자연스럽고 세련된 사람들이 있잖아요. 스타들로 떠올려본다면 화려한 무대 위보다는 그들의 일상에서의 모습들이죠. 


디자인을 할 때는 무엇보다도 ‘잘 만들려면 기본이 충실해야 된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해요. 그래서 제품의 유래나 정말 디테일한 것들까지 공부하면서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바꿔보고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다보면, 좋은 제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래야 과하지 않고 어색하지도 않더라고요.


최도빈: 그리고 엔조블루스 팀원들에게 받는 영감도 큽니다. 팀원들이 인간 엔조 같은 느낌이 있어요. (웃음) 개성있지만 편하게 옷을 잘 입으세요.



융: 엔조블루스 제품에는 세 분의 취향이 섞여 들어가나요? 아니면 제품마다 대표님들 각자의 특성이 드러나는 편인가요?

서지원: 섞여 들어가는 편이에요. 도빈 대표가 꼼꼼하고 철저해서 실용적이고 테크니컬 한 부분을 많이 잡아주세요. 석모 대표가 기본에 충실하고, 차분하고 클래식한 멋을 녹이고요. 저는 디자인 적인 면에서 좀 더 과감하게 도전하는 편이에요. 세 사람의 강점이 밸런스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세 대표의 취향이 조화롭게 담긴 경험할 수 있는 한남동 쇼룸



융: 벌써 사업 시작한 지 8년째인데요, 초반에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최도빈: 직원들도 생기고 규모가 많이 커졌죠. 처음에는 저희 셋이 좋아하고 멋있어하는 브랜드를 만들자는 게 컸는데요, 연차도 쌓이고 경험하다 보니까 고객에게 멋있는 브랜드가 어떤 건지 생각하면서 만들게 돼요.


김석모: 처음에는 제품에 저희 목소리를 많이 냈거든요. ‘우리가 생각하는 멋은 이런 거예요!' 하고 만들었는데 점점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고민하고 소통하면서 만들게 되더라고요. 리뷰와 해시태그를 많이 보고요.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도 하고 있어요. 구글 폼에 설문지 만들어서 전달하고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는데요. 고객들이 자세히 써주셔서 볼 때마다 감사해요. 



융: 설문조사는 고객들도 반길 것 같은데요? 좋아하는 브랜드에 내 의견이 반영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요. 중요하게 보는 데이터는 어떤 게 있어요?

김석모: 판매 데이터와 시장 데이터를 열심히 보는 편이에요. 하지만 완벽하게 수치로만 움직이는 업계는 아니여서 데이터를 지표로 삼되, 감각적인 측면도 밸런스 있게 가져가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엔조블루스 팀원들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저희 셋 보다도 직원 분들이 엔조블루스 타깃에 가깝거든요. 



융: 앞에서도 팀원분들이 ‘인간 엔조’라고 말씀하셨었는데, 엔조블루스 팀에는 어떤 분들이 모여 있는지 궁금한데요.

서지원: 신기한 게 저희랑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이 모였어요. 무엇보다 태도를 가장 중요시해요. 너무 조용하지도 세지도 않은 멤버들이 모여서 다 같이 잘 지내고 있어요.(웃음) 한 명 한 명 뽑다 보니까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엔조블루스 다운 사람들이 모인 것 같아요. 




일상에서 느낀 작은 행복에서 영감을 얻고, 빈티지한 컬러감과 다양한 패턴으로 풀어낸 ‘22 F/W The Vestiges 룩북



융: 그동안 만든 제품 중 가장 자랑스러운 제품이 있나요?

최도빈: 아무래도 엔조블루스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되었다고 해도 좋은 부츠컷 팬츠요. 저희가 시장에 어떤 룩을 제시했다고 생각하고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걸 보면서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스트라이프 롱 슬리브 머플러도 엔조블루스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아이템이에요. 일반적인 니트 머플러일 수 있는데 소매 디자인을 추가해서 디테일을 살렸죠. 



소매 디자인을 더한 스트라이프 롱 슬리브 머플러가 돋보이는 ‘22 Winter For a sung winter 룩북



엔조블루스가 가꿔나갈 또 다른 경험에 대해 



융: 엔조블루스를 운영하면서 특별에 기억에 남은 순간이 있어요?

최도빈: 처음에 부츠컷 팬츠가 잘 나갈 때만 해도 직원들이 없었어요. 저희가 하루종일 택배를 싼 적도 있어요. 부자가 될 줄 알고 밥도 안 먹고 했는데 생각보다 정산은 얼마 안 되더라고요(웃음). 고생했던 기억 중 하나인데 기분 좋은 고생이었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할인이나 판매 전략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 게 많아요.



엔조블루스 한남 쇼룸에서 최도빈 대표



융: 브랜드를 만들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오셨잖아요.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하거나 도전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서지원: 사업에는 정답이 없어요. 그냥 다 각자의 길이 있는 것 같아요. 잘하는 데는 정답이 없으니 본인 스타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해요. 추상적이더라도 해보고 싶은 방향성을 확실히 설정해 두고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에 가장 필요한 건 긍정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김석모: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지금 무언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걸 하고 싶은 거잖아요. 그럼 이걸 진짜 하나씩 해보세요. 그것 말고는 해 줄 말이 없어요. 무조건 남의 말을 듣지 않기보다는 의견을 받아서 흡수할 줄도 알고, 또 반대로 남의 말만 들어서 흔들리기보다는 적당히 흡수하면서 그렇게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아가 보는 거예요.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시작을 한 겁니다. 그러니 하나씩 해보면 좋겠어요. 


최도빈: 이어지는 이야기를 드릴게요. 무언가를 시작했다면 꾸준하게 해 보세요.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끌고 나갔을 때, 쌓인 후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 투자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아요. 그 시간을 거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융: 창업한 시기로 돌아간다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석모: 어차피 네 뜻대로 안 되니까 빨리 시행착오를 겪으라고 하고 싶어요. 겪어야지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웃음)


서지원: 너무 이것저것 재지 말고 시작하는 게 중요해요.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브랜드를 시작하고 일을 직접 해보면서 배우는 게 정말 많은데요, 이건 예상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라서 그냥 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융: 앞으로 엔조블루스에서 어떤 일이 더 해보고 싶으세요?

서지원: 해외 진출에 도전하고 있어요.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부터 생각 중이에요. 엔조블루스랑 잘 맞을 것 같아서요. 브랜드나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도 진행해보고 싶어요. 지금 떠오르는 건, 크록스와 신발을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엔조블루스 한남 쇼룸에 진열된 제품들



융: 엔조블루스를 좋아하는 브랜드 언박싱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서지원: 엔조블루스를 아껴주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요.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브랜드가 되는 게 저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좋은 옷으로 즐거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엔조블루스(ENJOBLUES) 더 깊이 언박싱하기




인터뷰어 정혜윤


독립한 마케터 겸 작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회사와 세계 곳곳을 유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빠져있는 사람들, 편견을 부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깁니다. 10년간 에이전시 및 스타트업 업계에서 마케터로 일하다가 2020년 여름, 회사로부터 독립해 현재는 프리랜서 마케터이자 작가로 일하며 다능인을 위한 뉴스레터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합니다. 여전히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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