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 남은 온기 하나

사랑은 때로 반찬통에 담겨 있어요

by SH

어릴 적에는 몰랐어요.

왜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부엌에 서 있었는지.

왜 다 먹은 밥상 위에서도

혼자 뒷정리를 하다, 한참을 멈춰 있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그곳이 엄마의 자리였다는 걸.

누군가를 기다리며

자신을 가장 많이 내어준 공간이었다는 걸요.

그때는 정말 몰랐어요.


나도 그 부엌에 서 있었죠.

밤늦게 아이 간식 챙기며,

몰래 혼자 울컥하던 순간도 있었어요.


냉장고 깊은 곳에서

며칠 전 반찬통을 꺼냈을 때,

엄마 손맛이 배어 있는 그 온도에

나는 울컥해졌어요.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던 그날,

엄마도 조용히 반찬을 싸서 내 손에 쥐여줬었죠.


그건 말 대신 건넨 마음이었어요.

사랑은 말보다 오래 남고,

온기는 입보다 손에서 먼저 전해지니까요.


부엌은 가장 오래된 사랑의 자리였어요.

익숙하지만, 한 번도 가볍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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