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것들의 흔적
방 한구석, 낡은 옷장에서 아주 오래된 천 조각 하나를 꺼낸다.
이름 없는 그 조각은 무늬도 흐릿하고 실밥도 제멋대로 풀려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끝에 닿는 그 감촉만으로
어딘가 모르게 낯익은 냄새가 스쳐간다.
정확히 무엇의 냄새인지 알 수는 없다.
우유가 엎질러진 아침 식탁일 수도 있고,
어린 날 나무 아래에서 뛰놀던 오후의 햇살일 수도 있다.
혹은 막 비가 그친 뒤 놀이터의 모래더미,
작은 손으로 꾹꾹 눌러 썼던 색연필 냄새일지도 모른다.
기억은 없는데, 몸이 먼저 반응한다.
코끝이 저리게 간질이고, 한숨처럼 길어진 숨이
그 시절의 공기를 마주한 듯 조용히 멈춘다.
나는 잠시 그대로 선다.
무엇도 분명하지 않은데, 마음은 분명히 흔들린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의 나머지 조각들이
이름도 없이, 말도 없이 다시 피어난다.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애쓰지 않는다.
어차피 그날의 장면들은 흐릿하고, 이름조차 붙지 않았다.
그저 그 냄새가 지나가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릴 뿐이다.
그 방향 어딘가에서 한 아이가 숨죽이며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사라졌지만,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몸은 마음보다 더 오래 기억하니까.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그 냄새가 머물렀던 자리엔 여전히 따뜻한 공기가 남아 있으니까.
그 공기 속에는 어쩌면 이런 마음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사랑받았던 순간이 있었고,
다 말하지 못했지만 이해받았던 날도 있었으며,
혼자였던 기억 속에서도 누군가는 나를 걱정했을지도 모른다는…
확실하지 않은 확신.
그 시절의 냄새는 이제 더 이상 나지 않지만,
그 흔적은 종종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불쑥 찾아와 오늘의 나를 멈춰 세우고,
조용히 어제의 나를 안아준다.
나는 여전히 그 냄새의 정체를 모른다.
하지만 그 냄새를 느낄 때면,
잊지 말아야 할 감정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도 마음 한쪽에서 잔잔히 남아 있는 그 공기,
혹시 당신도 문득 느껴본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