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가장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바라볼 때

- 시간의 낡은 테두리

by SH

상자 안에 있던 낡은 봉투 하나.

손때가 타고 접힌 그 봉투 안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건 오래된 사진 몇 장이었다.


그 중 한 장,

빛바랜 색감과 닳은 모서리가

오래도록 만져졌던 기억을 증명하고 있었다.


사진 속 나는 동생과 함께 서 있었다.

둘 다 잠깐 멈춘 듯한 얼굴.

서툰 자세, 어딘가 어색한 팔짓,

작은 손을 꼭 쥐고 있던 그 장면은

누군가의 “하나, 둘, 셋” 소리에 맞춰

순간적으로 멈춘 몸의 기척 같았다.


뒤편으로는

잘 가꾸어진 화단과 흔한 나무벤치,

그 아래 깔린 모래가 보였다.

멀리선 나무들이 흐릿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계절은 봄.

바람이 불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진 전체에

그때의 공기 같은 게 묻어 있었다.


분명히 나는 그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무엇을 입었는지,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왜 그곳에 갔는지도.

하지만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감각이 있다.


동생의 작고 동그란 어깨.

등 뒤에서 들리던

엄마의 웃음 섞인 목소리.

셔터가 눌리는 찰칵 소리와

사진 속 우리를 향해 기울어졌던 아버지의 시선.


기억은 없지만,

그 순간의 공기 같은 건

몸 어디엔가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사진은 그런 식으로

기억이 아닌 감정을 붙잡는다.

그건 설명되지도, 확신할 수도 없지만

어쩐지 분명하게 존재하는 무언가다.


사진 속 나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고,

동생은 내 무릎 정도 높이였다.

그 작음이

어쩐지 애틋하게 느껴졌다.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는 일은

잊었던 시간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눌려 있던 감정을

다시 꺼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감정은 말로 설명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 깊이 남는다.


그 시절의 나는

무엇을 생각하며 그 자리에 서 있었을까.

지금의 나는,

그 장면을 어떤 감정으로 다시 바라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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