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의 낡은 테두리
상자 안에 있던 낡은 봉투 하나.
손때가 타고 접힌 그 봉투 안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건 오래된 사진 몇 장이었다.
그 중 한 장,
빛바랜 색감과 닳은 모서리가
오래도록 만져졌던 기억을 증명하고 있었다.
사진 속 나는 동생과 함께 서 있었다.
둘 다 잠깐 멈춘 듯한 얼굴.
서툰 자세, 어딘가 어색한 팔짓,
작은 손을 꼭 쥐고 있던 그 장면은
누군가의 “하나, 둘, 셋” 소리에 맞춰
순간적으로 멈춘 몸의 기척 같았다.
뒤편으로는
잘 가꾸어진 화단과 흔한 나무벤치,
그 아래 깔린 모래가 보였다.
멀리선 나무들이 흐릿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계절은 봄.
바람이 불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진 전체에
그때의 공기 같은 게 묻어 있었다.
분명히 나는 그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무엇을 입었는지,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왜 그곳에 갔는지도.
하지만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감각이 있다.
동생의 작고 동그란 어깨.
등 뒤에서 들리던
엄마의 웃음 섞인 목소리.
셔터가 눌리는 찰칵 소리와
사진 속 우리를 향해 기울어졌던 아버지의 시선.
기억은 없지만,
그 순간의 공기 같은 건
몸 어디엔가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사진은 그런 식으로
기억이 아닌 감정을 붙잡는다.
그건 설명되지도, 확신할 수도 없지만
어쩐지 분명하게 존재하는 무언가다.
사진 속 나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고,
동생은 내 무릎 정도 높이였다.
그 작음이
어쩐지 애틋하게 느껴졌다.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는 일은
잊었던 시간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눌려 있던 감정을
다시 꺼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감정은 말로 설명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 깊이 남는다.
그 시절의 나는
무엇을 생각하며 그 자리에 서 있었을까.
지금의 나는,
그 장면을 어떤 감정으로 다시 바라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