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이를 품었을 때, 나는 나를 잃었다

축복이라는 이름의 무게 앞에서 흔들린 나

by SH

처음 두 줄을 확인했을 때,

기쁨보다 당황스러움이 먼저였어요.

내가 정말 엄마가 되는 걸까?

마치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죠.

축복이라고는 하지만,

그 축복은 처음부터 너무 무거웠어요.


이제는 누군가의 전부가 된다는 두려움,

내가 나를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

그리고 끝없이 이어질지도 모를 책임감이

몸보다 마음을 먼저 지치게 했어요.


입덧이 시작되고,

밤마다 식은땀에 잠에서 깼고,

누구도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몰랐지만

나는 하루하루 아이와 함께 견뎌냈어요.


하나둘 놓기 시작했죠.

내 일정, 내 취향, 내 시간…

모든 것이 ‘아이를 위해’로 바뀌었고,

나는 점점 나의 이름을 내려놓았어요.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나를 ‘엄마’라고 불렀어요.

그 이름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나는 그 낯섦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어요.

예전의 나는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내가 태어나는 과정이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나를 잃은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아주 천천히, 아주 깊게

‘나’라는 존재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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