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 끝내 꺼지지 않는 작은 등불 하나

머물다 스며든 것들

by SH

밤이 깊어지면

방 안의 공기마저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창문을 살짝 열어 두었더니

바깥에서 불어온 바람이

조금 낯선 냄새를 끌고 들어왔다.


침대 맡 조그만 스탠드를 끄려다

그만두었다.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는 빛이

방 한켠에 얇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모습이

괜히 좋았다.


그 빛은 너무 약해서

손을 뻗으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오래 보고 싶었다.

조금만 더 머물렀으면 하고 바랐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언제부터였을까.

마음속에도 이렇게 작고 약한 불빛 하나

살며시 들어와 있었다는 걸.


다 지난 줄 알았던 마음들이

여전히 거기 머물러

조금씩 스며들어 나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눈을 감으니

빛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괜히

조용히,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으로 한 번 불러보았다.


아직 거기 있니?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용히 그 빛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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