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다 스며든 것들
밤이 깊어지면
방 안의 공기마저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창문을 살짝 열어 두었더니
바깥에서 불어온 바람이
조금 낯선 냄새를 끌고 들어왔다.
침대 맡 조그만 스탠드를 끄려다
그만두었다.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는 빛이
방 한켠에 얇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모습이
괜히 좋았다.
그 빛은 너무 약해서
손을 뻗으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오래 보고 싶었다.
조금만 더 머물렀으면 하고 바랐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언제부터였을까.
마음속에도 이렇게 작고 약한 불빛 하나
살며시 들어와 있었다는 걸.
다 지난 줄 알았던 마음들이
여전히 거기 머물러
조금씩 스며들어 나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눈을 감으니
빛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괜히
조용히,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으로 한 번 불러보았다.
아직 거기 있니?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용히 그 빛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