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 여행지에서 만난 나

낯선 곳에서 더 또렷해지는 마음의 결

by SH

여행지였다.

낯선 길과 낯선 냄새가 몸에 스며들었다.

모두 처음 보는 풍경인데,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익숙하게 저렸다.


카메라를 꺼내어 눈앞의 풍경을 몇 장 담았다.

사진 속 나는 웃고 있었지만

그 표정이 조금 낯설었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 옆에서,

나는 마치 오랫동안 혼자 서 있던 사람 같았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낯선 도시의 저녁 공기가

조금 무겁게 가슴에 내려앉았다.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도로 위를

수없이 스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내겐 조금 먼 이야기처럼 들렸다.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가

그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서였을지,

아니면 조금은 사라지고 싶어서였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 낯선 공기 속에서

내 마음은 더 또렷해졌다.

익숙한 곳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결들이

조용히 몸 안에서 움직였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혹시 내가 찾으려 했던 건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나였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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