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가는 것들을 바라보다
길을 건너기 위해 멈춰 선다.
빨간 신호등 위로 나란히 걸린 전깃줄,
그 위를 가볍게 건너가는 비둘기 두어 마리.
소란스럽지도, 완전히 고요하지도 않은
도시의 숨결이
바로 눈앞에서 부드럽게 흔들린다.
주머니 속 손가락이 살짝 굽혀진다.
바람이 지나는 자리마다
조금씩 다른 냄새가 묻어 있다.
조금 전 카페에서 흘러나온 볶은 원두 향,
옆 사람의 스치듯 묻어나는 세제 냄새,
멀리서 금방 지나간 버스가 두고 간
묘하게 달큰한 기름내.
나는 그 냄새들을 하나하나 붙잡지 않는다.
그저 코끝이 간질거릴 때마다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쉬고,
다시 아무 일도 없던 사람처럼 서 있을 뿐이다.
빨간 불은 쉽게 초록으로 바뀌지 않는다.
흘러가는 차들 사이에서
잠깐씩 얼굴을 내밀다 사라지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내 눈동자 속에서 몇 번이나 부서졌다가 꺼진다.
그러다 문득,
마음속 어딘가가 작게 저려온다.
어디서부터 이어져 온 감각인지 알 수 없다.
멀리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저녁빛 때문일 수도 있고,
발 아래 아스팔트 틈에서
조그맣게 흔들리던 잡초 때문일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서두르거나, 멈추거나, 이어폰 속으로 파고들어 있다.
그 틈에서 나는
내가 무얼 기다리고 있는 건지
조금 헷갈린다.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앞으로 쏟아져 나간다.
나도 걸음을 옮기면서
방금까지 가만히 멈춰 서 있었던 내 몸을
조금 낯설게 느낀다.
횡단보도의 중간쯤에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붉게 물들어가는 구름 사이로
빠르게 스치는 비행기 한 대.
그 아래에서
나는 오늘도,
어떤 결을 가진 마음을
조용히 안고 건너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