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마음을 돌본다는 것

마음이 지친 날, 나를 위한 작은 숨 고르기

by SH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너무 피곤하다.

누가 상처 주지도 않았고,

별다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온몸이 무겁고, 마음이 어딘가 텅 비어 있는 날.


나는 그런 날을

“기운이 없다”는 말로 얼버무리며 넘겨왔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건 기운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지친 신호였다.


생각은 많은데 정리는 안 되고,

하려던 일들은 손에 잡히지 않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날.


예전의 나는 그럴수록 더 일을 밀어붙였다.

“왜 이 정도도 못 해?”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그럴수록 마음은 더 무너졌다.

지쳤다는 것도 표현하지 못한 채

더 참아야 한다고, 버텨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그때 처음 만든 나만의 장치.


지친 마음을 느낀 어느 날 밤,

습관처럼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다가

더 무기력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만의 작은 장치를 하나 만들었다.


잠들기 전에

‘오늘 있었던 작은 기쁨 한 가지’를 노트에 적는 일.

정말 사소한 것들.

예를 들면, 따뜻한 햇살을 맞았던 일,

좋아하는 향기의 비누를 쓴 일,

커피가 딱 내 취향이었던 일.


처음엔 억지로 쥐어짜듯 썼지만

몇 줄이라도 적고 나면

묘하게 마음이 가라앉고 숨이 편해졌다.


그건 거창한 회복이 아니었다.

그냥 지친 마음을 잠시 멈춰주는 숨 고르기였다.


그날 이후 나는 알게 되었다.

나를 살리는 건 아주 작은 루틴이었다.


마음이 지친 날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건

누군가의 위로도, 큰 성공도 아닌

스스로 만든 작고 반복되는 안정감이라는 걸.


하루 5분, 나를 위한 노트 한 장.

그게 나를 다시 붙잡아주는 시간이었다.


내 마음은 복잡한 설명보다

이런 조용한 루틴에 더 많이 반응했다.


“버텨야만 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 하루 끝에,

나를 살리는 단 한 가지 장치를 꼭 마련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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