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친 날, 나를 위한 작은 숨 고르기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너무 피곤하다.
누가 상처 주지도 않았고,
별다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온몸이 무겁고, 마음이 어딘가 텅 비어 있는 날.
나는 그런 날을
“기운이 없다”는 말로 얼버무리며 넘겨왔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건 기운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지친 신호였다.
생각은 많은데 정리는 안 되고,
하려던 일들은 손에 잡히지 않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날.
예전의 나는 그럴수록 더 일을 밀어붙였다.
“왜 이 정도도 못 해?”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그럴수록 마음은 더 무너졌다.
지쳤다는 것도 표현하지 못한 채
더 참아야 한다고, 버텨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그때 처음 만든 나만의 장치.
지친 마음을 느낀 어느 날 밤,
습관처럼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다가
더 무기력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만의 작은 장치를 하나 만들었다.
잠들기 전에
‘오늘 있었던 작은 기쁨 한 가지’를 노트에 적는 일.
정말 사소한 것들.
예를 들면, 따뜻한 햇살을 맞았던 일,
좋아하는 향기의 비누를 쓴 일,
커피가 딱 내 취향이었던 일.
처음엔 억지로 쥐어짜듯 썼지만
몇 줄이라도 적고 나면
묘하게 마음이 가라앉고 숨이 편해졌다.
그건 거창한 회복이 아니었다.
그냥 지친 마음을 잠시 멈춰주는 숨 고르기였다.
그날 이후 나는 알게 되었다.
나를 살리는 건 아주 작은 루틴이었다.
마음이 지친 날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건
누군가의 위로도, 큰 성공도 아닌
스스로 만든 작고 반복되는 안정감이라는 걸.
하루 5분, 나를 위한 노트 한 장.
그게 나를 다시 붙잡아주는 시간이었다.
내 마음은 복잡한 설명보다
이런 조용한 루틴에 더 많이 반응했다.
“버텨야만 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 하루 끝에,
나를 살리는 단 한 가지 장치를 꼭 마련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