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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D ACTIVIST Jun 15. 2022

업의 본질

업의 본질로 정의하는 인문학적 컨셉 발견 공식

최근 브랜드 작업 의뢰가 들어왔다가 미팅도 하지 않고 거절하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제시된 조건대로라면 3~4일 작업에 왠만한 직장인들 두달 급여를 벌 수 있는 기회였지만 고객이 될 수 있는 분께 제가 제시한 인터뷰 목록은 대놓고 거절 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내용이 있었지만 가장 민감한 질문은 다음 세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1) 그 사업을 하시는 이유(가치와 의미)가 무엇인가요?

다시 태어나도 그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하고 싶다면 왜인가요?

하기 싫다면 왜 인가요?

2) 1번에 대답하신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직원들도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을꺼라 생각하시나요?

3) 제가 페이를 받지 않겠다면 그 페이의 두배를 사회에 기부할 의사가 있으신가요?


저는 알고 싶었습니다.

그 회사의 알맹이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지금 얼마나 고객이 많고 얼마나 장사가 잘 되고 있고 그런 것 말고 그 사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그 메세지는 얼마나 지속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 네이밍과 디자인은 얼마나 그 의미와 연관되길 바라는지 그 속마음에 궁금했습니다.

그저 그럴듯한 네이밍과 디자인과 캐치프레이즈와 광고홍보컨셉으로 소비자들의 눈을 가리고 본능을 건드려서 주머니만 털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제가 그 사기행각에 동참해달라고 의뢰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죠.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소개해주신 분께서 그냥 그럴 듯한 것으로 잡아주면 될 뿐이라고 말했고 제가 난색을 표하면서 그럼 밑도 끝도 없이 그냥 그럴 듯한 것을 잘 만들어주는 회사나 개인을 찾으면 될 것 같다고 답변했고, 그 일은 제 손을 떠났습니다.


환멸..... 이라는 조금은 지나치다 싶은 단어가 자꾸 떠오릅니다.

그 정도로 이 일에 지쳐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아예 손을 놓은지 일년 넘은 시간이 흘렀는데 돌아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매년 한두달 정도 업무시간을 투자해서 왠만한 연봉을 벌던 일인데, 아직 갚아야 할 빚이 잔뜩 있는데.... 그래도 돌아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 입니다.

다른 좋아하는 것들은 춤과 노래, 만화책 보기 등 취미에 해당하는 것이고 일로써는 브랜딩이라는 작업은 제가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 입니다.

그런데 그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은 그 일에 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밤새도록 들을 자신이 있냐고 반짝 거리는 눈으로 의자를 앞당겨 앉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 일이 주는 어려움과 고통을 이야기 하며 눈시울이 불거지면서도 왜 포기할 수 없는지 그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런 사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제 혼신을 다해 불타오르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먼훗날..... 그 기업의 브랜딩을 제가 한거라고 자부심을 갖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내세울만한 작업물이 딱히 없습니다.

저는 영혼이 없는 오너들이 돈 벌기 위한 속셈만으로 이끄는 기업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주는 ‘영혼이 없는 브랜딩장사꾼’ 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제게도 아무런 사명감과 자긍심이 없었고, 제게도 그 일을 하는 이유가 선명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일이었는데, 그래서 접었습니다.

환멸을 느끼면서 말이죠.


이 책에서 그런 사업주들과 그들을 돕는 이전의 저같은 사람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어서 무척 가슴아프게 읽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허비한 제 자신이 너무 싫었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별 것 아니라고 보일 수 있는 이 북리뷰만 하더라도 분명한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임하자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 언스쿨링을 하는 것도, 그것을 공유하는 것도 분명한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임하자는 다짐을 하게 되고요.

아내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유튜브와 라이브방송도 실력은 부족할지 몰라도 사명감과 자긍심 만큼은 분명히 하자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 뜻있는 사업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와 함께 제대로 된 역작을 만들 수 있도록 끊임 없이 공부하고 디자인기술을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미 반대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 다시는 ‘나’를 놓지 않을 것 입니다.


Q. 여러분이 하고 있는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Q.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Q. 여러분은 어떤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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