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시청 + 나도한마디
샤이니 키의 '말하는대로'를 보고 인상 깊었던 단어는 '닭그라운드'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제 머릿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과연 나는 백조인가 닭인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넌 당연히 닭이지.....'
0.1초만에 튀어나온 대답에는 당.연.히.가 붙어 있었습니다.
10대에도 닭이었고,
20대에도 닭이었고,
30대를 거쳐 40대를 시작하는 지금도 저는 백조가 아니라 닭이라는 것을 주변에 입증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렵게 선택한 프로그래머의 길을 반년만에 때려치우고 닥치는대로 알바를 하며 살았던 것도 닭 다운 짓이었고,
중간만 가면 된다던 군시절에 온갖 궂은 일을 다 자처 하면서 경험치를 쌓으려고 했던 것고 닭 다운 짓이었고,
전문가도 아니면서 인테리어회사를 차리고 컨설팅회사를 차리고 개(?)고생 것도 닭 다운 짓이었고,
캐드도 못 다루고, 일러스트레이터도 다룰 줄 모르고, 건축의 건자도 모르면서 건설시행사들의 리조트&테마파크 마스터플랜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던 것도 닭 다운 짓이었고,
중국어 한마디도 모르면서 중국으로 건너가 13년간 중국인들과 좌충우돌 하며 살다가 온 것도 닭 다운 짓이었고,
아이들이 연달아 태어나자 사업 접고 프리랜서 선언한 것도 닭 다운 짓이었고,
모아둔 돈도 없으면서 잘 성장하고 있던 광고&브랜드개발 사업을 접고 교육변혁운동가이자 사회변혁운동가로써 언스쿨링을 하고 6차산업 비즈니스를 모델링 하겠다고 뛰어들고 있는 지금도 전 여전히 닭 다운 짓에 빠져들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ㅎㅎㅎ)
"너 뭐냐? 닭이냐?" 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그런 말을 하는 듯한 시선도 너무나 많이, 자주 느끼며 살았기 때문에 샤이니 키의 닭이라는 표현은(그리고 닭그라운드 라는 표현은) 제게 참으로 친숙한 표현 인 것 같습니다.
42살이나 먹은 저이지만 저 역시 누군가에게 인생을 논할 자격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면 행복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몇날 몇일이고 떠들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저변에 깔려 있는 성공에 도달하는 방법이 뭐냐는 질문과 백조사회에 진입하기 위한 방법이 뭐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그 방법 아시는 분 계시면 저 좀 알려주세요." 와 "저는 닭이라 백조사회에 들어가도 구경만 하고 나와야 합니다." 라고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 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아시는 분들은 부러워 하면서도 한편 불안감에 가득한 눈빛으로 "정말 그렇게 살아도 괜찮은거야?" 라고 물어보곤 하시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분들의 삶이 오히려 불안해 보이고, 그분들을 생각하는 제 마음은 걱정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합니다.
아무리 봐도 닭인데......
백조를 따라 하겠다고 온 젊음을 다 바쳐, 온 인생을 다바쳐, 심지어는 가정의 행복까지도 바쳐가며 평생을 몸부림 치고 있는 그들의 모습 때문에 말이죠......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두 아이를 바라봅니다.
각각 7, 8세 이고, 벌써부터 남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긴 한데요.
이 아이들도 유전적으로는 닭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ㅋ)
엄마와 아빠가 닭이니까요...... (ㅋㅋㅋ)
백조라면 저희 부부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것이 특별히 없을 것입니다. (레벨이 다를테니까요.)
그저 어린시절에 가난하더라도 다이내믹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가득 가득 만들어주는 것 밖에요~
하지만 역시 닭이라면,
닭 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만큼은 엄마아빠가 멋지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닭 다운 방식으로 내공을 쌓는 방법,
백조들과 다이다이 붙어서 싸우는 방법,
닭 만의 방식으로 - 백조들과 다른 방식으로 - 이 깨어지고 험난한 세상을 아름답게 사는 방법을 몸소 실천함으로 알려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샤이니 키의 닭그라운드 이야기가 제게는 한편 큰 응원의 메시지 처럼 느껴집니다.
머리통이 크고 못생겨서 연예인의 꿈을 포기해야 했었던(?) 아픔이 있는 저와는 완전 다른 외모를 갖고 있는 백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도 그 나름대로 그의 세계에서는 닭이었던 거군요.......
닭의 인생인지라 아마 앞으로도.....
태생이 백조이거나, 태생이 닭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이 백조라고 마인드콘트롤 하며 같은 닭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따가운 시선과 손가락질을 받고 때로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폄하함 속에서 살게 될 수도 있지만......
그것 자체를 받아들이고 사는 현명한 닭들이라면......
그 시선도, 그 손가락질도 즐거운 과정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샤이니 키를 응원하는 것이 곧 제 자신에 대한 응원이 될 것 같네요.
화이팅!! 샤이니 키!!
화이팅!! 이 세상의 닭들!!
PS
아무리 닭이라 해도 현재 울타리 안에 있는 동물들(?)과 서로간에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잘 헤아리고 다독거려주며 단단한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있는거라면 그들과 함께 하는 그곳이 바로 천국이고 무릉도원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