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000일
그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나 버렸던 그때를……
세상을 조금이라도 먼저 산 어른으로써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게
얼마나 큰 무기력함으로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매일 밤마다 기사를 보고 소파에 앉아 흐느껴 우는 제게
그 무렵 한집에 지냈던 동료가 말했습니다.
“그렇게 지칠 정도로 매일 울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
그럴 것 같으면 그 기사 그만 보세요.”
저는 그 동료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아이들에게 지금 이 일을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중이에요.
눈물로 이 일을 제 뼈에 새기고 있는 중이에요.
적어도 제 주변에서 만큼은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러니까 지금은 울다 쓰러지더라도 울어야 해요.
그래야 이 아이들이 남긴 것을 제가 이어갈 수 있어요.”
이때 저를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은 이 아이들의 죽음 보다 죽음 이전의 삶이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사건사고가 매일 같이 일어나는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라는 인식은 갖고 있었고 내 자신도 언제 갑자기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과 내 어린 아이들도 언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가족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게 되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지에 대해서도 항상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아이들의 글들이 저를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전 OOO가 하고 싶어요. 대학을 가고 나면 할꺼에요.”
“전 OOO가 되고 싶어요. 대학 가고 나면 도전해볼래요.”
“전 OOO을 배우고 싶어요. 대학 간 뒤에 해보려고 해요.”
TV에서는 이 아이들에게 어떤 꿈이 있었는지 말하고 있었고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속절 없이 떠난 아이들을 안타까워 하는 내용이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내용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어른들이 빼앗았습니다.
대학에 가면 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 착한 아이들은 그 말을 철썩 같이 믿었습니다.
그렇기에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어른들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착한 아이들이었기에……
당장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기다리라는 말을 믿고,
아무 일 없을꺼라는 말을 믿고,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렇게 꿈을 간직만 한 채……
아이들은 세상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말도 안되는 사건사고를 만나서 죽을 수 있습니다.
더욱 안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야 하지만모든 사건사고를 막을 수 없고 그렇게 떠나는 것을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 있는 순간을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서 꿈을 빼앗아서는 안됩니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꿈을 빼앗겨서는 안됩니다.
인생은 한정적입니다.
그 끝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말도 안되는 근거로 아이들의 꿈을 빼앗고 대학만 가면 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 처럼 몰아가는 거짓말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아이들에게서 그렇게 꿈을 이룰 시간을 빼앗는 행위를 이제 멈춰야 합니다.
저는 가슴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옆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아빠가 너희의 운명까지 바꿀 수는 없다.
너희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라지만,
아빠가 너희를 오래 살도록 만들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너희가 좋아하는 것은 꼭 지켜주마.
너희가 꿈꾸는 것을 꼭 지켜주마.
너희가 살아있는 동안 너희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기뻐할 수 있도록 아빠의 모든 것을 걸고 꼭 지켜주마.
그것이 아빠가 살아 있는 이유다.
그것이 아빠가 존재하는 이유다.”
세월호와 똑같은 사건은 그 이후로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매일 2.5명 가량의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인재든 자연재해든 큰 사건사고로부터 내 아이의 인생을 지키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내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없도록, 내 아이가 본연의 자기다움을 간직하며 행복하게 살아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져 있는 일에 더욱 깊은 소명의식을 갖고 내가 사회에 끼치고 있는 영향이 더욱 건강해질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매진해야 합니다.
내가 관여된 일터에 세월호와 같은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두철미하게 점검하고 재차 점검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돈만 벌어다주고 밥 먹이고 옷 입혀주고 재워준다고 해야할 역할을 다 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관찰해주시고 그것을 건강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단 하루를 살더라도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꿈을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꼭 손 내밀어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속절 없이 세상을 떠난 수많은 아이들을 기억하며,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준 교훈을 다음세대에 선명하게 물려주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밖에 없습니다.
제이든 / 슈퍼제너럴리스트
커뮤니티디벨로퍼 & PFC브랜드컨설턴트
크리에이티브디렉터 & 비즈니스트레이너
COO / OUOS VILLAGE
Creator / METACORP
Chief-Trainer / SPARTAN
co-founder / 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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