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자’를 읽고…….
1. 사람은 끊임 없이 불안해하고 의심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전개가 될지 알 수 없는게 기본값이고 그에 따른 불안과 의심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겁이 무척 많은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12년간 줄곧 허구언날 맞고 다니고 돈 뜯기고 제대로 대들어본 적도 없이 동네북에 호구짓만 하고 살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고3까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7번이나 읽었고 7번이나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 하기도 했다.
그랬던 나를 변화 시켰던 것은 단 하나의 메세지.
“누구든 10년간 매일 같이 ‘난 분명히 성공한다’ 라는 말을 외치면 무조건 성공할 수 밖에 없다!” 라는 말이었다.
누가 한 말이든 근거가 어떻든 상관 없었다.
난 그저 그 말이 사실이길 바랬고,
믿고 싶었다.
그 말에는 불안해하지 말라는 말도 없었고,
의심하지 말라는 말도 없었다.
죽도록 노력하라는 말도 없었고,
그저 외치라고만 했다.
그래서 외쳤다.
눈물을 쏟으며 외쳤다.
불안해 하면서도 외쳤고,
의심하면서도 외쳤고,
게으름을 피우면서도 외쳤고,
무조건 외치고 또 외쳤다.
2. 처음 시작은 ‘기술’을 익히는 것이었다.
고3 수능 직후에 목공공장에서 기숙하며 한달간 일하기로 했을 때,
제가 견딜 수 있을꺼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저 역시도 제가 견딜 수 있을꺼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3번이나 야반도주 하려고 짐을 싸들고 버스정류장에 나왔지만,
결국은 이겨냈고 제 인생에 처음으로 반전을 이루었다.
두번째는 ‘알바’ 였다.
“붙잡지 않으면 떠나지 않겠다. 칭찬이 잦을 때 떠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닥치는 대로 알바를 했다.
칭찬을 받을 때까지 열심히 배우고 더 열심히 움직였고 칭찬이 당연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익숙해지고 시기질투의 시선이 느껴질 때 떠나겠다고 했다.
그 말을 했을 때 붙잡는 말이 나오지 않고 “그래 수고했다” 라는 말이 바로 나오면 “에이~ 그냥 해본 말입니다. 붙잡지도 않으시네요~” 라고 말하고 더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붙잡을 때 떠났다.
내가 꼭 있어야 한다며 다른 알바들 모르게 내 급여만 올려주겠다고 할 때 그때 떠났다.
세번째는 ‘운동’ 이었다.
군입대 영장이 나오자마자 머리를 밀었다.
미친듯이 체력단련을 하면서 다리를 찢었고 자대 배치를 받자마자 무술시간에 비경험자 중 유일하게 기초준비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다른 일이병들이 기초훈련 받는 시간에 저만 사범에게 개인교습을 받고 금방 경력자군으로 올라갔다.
네번째는 ‘사업’ 이었다.
제대하자마자 1년 동안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여기저기 돈을 빌린 뒤, 동업자를 만나 책에서 읽은 성공공식에 따라 PC방을 열었다.
PC방이 7개나 있는 상권에 들어갔고 제가 연 PC방의 인기로 그 7개가 모두 문을 닫았다.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것은 없었지만 노가다판을 돌면서 타일공 외의 역할은 해보지 않은게 없었고 호기롭게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다.
그 두개의 사업으로 20대 중반에 대기업 부장이 부럽지 않은 수입을 얻기 시작했고 20대 후반에 그럴듯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닦였다.
다섯번째가 ‘커뮤니티’ 였다.
20대 나이의 고졸사업가가 그럴듯한 프로젝트들을 해나가고 사장들이 다니는 전문대학원 AMP과정을 다니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던 사람들이 나를 찾기 시작했다.
일찍부터 모든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하고, 그럴듯한 스토리가 많이 있었던 저는 연일 강연요청을 받게 되었고 커뮤니티는 나날이 확대 되었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던 오직 패배감 하나에 찌들어 살던 내가 “나는 성공한다. 무조건 성공한다.”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은지 10년이 지났을 때 청소년 시절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위치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3. 첫번째 원인은 ‘커뮤니티’ 였다.
비영리단체로 구축한 커뮤니티가 생각치 못하게 커지면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영리화 하자니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한게 마음에 걸렸고, 축소하자니 그들의 사정이 딱했다.
결국은 한계에 이르기 까지 온갖 애를 쓰다가 영리사업에도 큰 타격을 입히게 되고 부부간에도 큰 문제가 생기게 되면서 하루 아침에 커뮤니티 문을 닫게 되었다.
두번째 원인은 ‘수단과 방법’ 이었다.
난 성공하기 위해 온갖 부끄러운 짓을 서슴치 않는 사람이었다.
허구언날 룸싸롱을 드나들었고 담당자가 요구하는 이중계약에 아무렇지도 않게 사인 했었다.
큰 회사랑 일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선배들의 말이 전부인줄 알았다.
회사를 더 성공시켜야만 했고 더 많은 영업을 해야만 했고 나는 점점 더 낮시간 보다 밤시간이 바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내가 결혼을 하다니, 후배들 앞에서 성공적인 인생을 이야기 하고, 성공적인 사업을 이야기 하다니……
양심에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고 극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 흔들림은 사업에 큰 금이 가게 만들었고 부도를 맞게 되었다.
20대에는 성공하기 위해 비즈니스책을 읽고 심리학 공부를 했다면 30대에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심리학 공부를 하고 철학 공부를 하고 인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태어난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었지만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악한 것들과 나약한 것들과의 전쟁 속에서 나는 자주 패배 했고 그 패배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뤄야만 했다.
4. 역행자를 읽으며 나의 20~30대(초)가 생각 났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이 책의 내용대로 정말 열심히 살았고 목표한 바에서 성과를 이루는 것도 바라는대로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건 양지에서 보여지는 나의 ‘사회적인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나의 ‘비밀스러운 모습’은 지극히 불안했고 자극적인 것과 더 높은 성취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신용불량자가 되고 친척집 옥탑방에서 네식구가 눈칫밥 먹는 것을 감내하면서까지 손에 쥐고 있던 미련을 모두 내동댕이 칠 수 있었던 6년 전의 용기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해주었던, 그 이전 3년간의 갈등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지금 시점에 읽는 역행자는 20대에 읽었던 동기부여 서적과는 다르게 정제된 울림을 주고 있다는 것 같다.
5.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의식 해체’ 이다.
나 역시 이 부분이 가장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10대에 시작한 자의식 해체가 나의 20대를 바꿨고,
30대에 시작한 자의식 해체가 나의 40대를 바꿨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봤을 때 가장 아쉬운 것은 그것을 매년 하지 않았다는 것……
무언가 잘 되고 있을 때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자의식 해체를 등한시 했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40대가 된 이후로는 단 하루도 빼먹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나의 현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 없이 해나가고 있다.
지금의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단 한가지 “관성” 밖에 없다.
매너리즘에 빠져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 제일 두렵다.
나를 보고 박수 치는 사람들 중 순수한 마음과 전문가적 시각 그리고 좋지 못한 의도를 골라내는 것,
나를 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감정을 도려내고 내용을 보는 것, 그 관점이 내게 도움이 되는 관점인지 아닌지, 선순위 정보인지 후순위 정보인지 파악해내는 것,
그것이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무언가를 막연하게 관성적으로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을 읽으면서도 작가가 의도하는 것을 파악하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과 보여주고 싶지 않아할 것을 추측해본다.
인간이기 때문에 잘못 생각할 수 있는 기준과 미흡할 수 있는 데이터도 생각해본다.
그렇게 분류해놓고 난 뒤 물끄러미 바라보면 내가 어떤 감정으로 기준을 세우고 분류했는지 볼 수 있게 된다.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하고 있는 오욕칠정(이목구비몸희로애락애오욕)을 들여다 보게 된다.
그리고 어떤 감정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보게 되며 혀를 차기도 하고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그런 상태를 가족들과 공유하며 내 자신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6. 이 책에서 분리하고 있는 역행자 라는 표현은 그저 흘러가는대로 놔두고만 있는 것을 순리자라는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에 반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무시하지 않고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건강한 밸런스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순리적인 것이며, 일정 욕구를 무시하고 덮어두고 외면한 채 멈춰서 있거나 무작정 나아가는 것이 역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에서 말하는 ‘역행자’가 내 관점에서는 ‘순리자’이고, 이 책에서 말하는 ‘순리자’가 내 관점에서는 ‘역행자’인 것 같다.
7. 내 입장에서 특별한 정보는 하나도 없는 책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감사한 책이다.
아내가 이 책을 읽은 뒤로 한단계 더 성장을 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아내가 서너번 더 읽어서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꺼라고 하면서 내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것도 알고 내가 거의 다 해보고 있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권해서 읽은 터였다.
나보다 센스가 탁월한 아내가 이 내용을 완전히 자기껏으로 만들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무척 기대가 되며 곁에서 열심히 서포트 하면서 끊임 없이 사랑을 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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