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하지 않는 디자이너’를 읽고……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20대에 인테리어디자인 업계에 뛰어들었을 때의 나에게 그 질문을 했다면 시각적인 영역에 국한해서 대답을 했을 것 같다.
브랜드디자인 업계에 뛰어든 30대의 내게 질문을 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시각적인 영역에 국한된 대답을 했을게 뻔하다.
이 책은 내게 지난 날의 내가 열정적으로 도전했던 행위들이 모두 디자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고객들에게 동료들에게 투자자들에게 열띈 스피치를 하던 것이 디자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시물이 제때 나오지 않아 직접 톱과 망치를 들고 작업을 하던 내 모습도, 컨설팅한 회사가 오픈식을 할 때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던 것도, 아내와 함께 행사에 참여할 의상에 바느질을 한 뒤 그 옷을 입고 카메라맨이 되어 셔터를 누르던 그 순간도 모두 디자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진정을 담아 하고 싶은 것을 해내기 위해 표현하는 모든 것……
내가 표현해낸 것이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며 수정하고 개선하고 개량하는 행위의 모든 것……
그 열의와 마음까지도 모두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죽음에 한쪽 손을 걸쳐둔 채 깊은 고뇌 속에 빠져 있었던 10대를 지나, 목숨을 걸고 지옥을 헤쳐나가며 열정적으로 일하며 동시에 미치도록 방황을 했던 20대를 지나, 본질을 고민하며 거머쥐고 내려놓기를 반복했던 30대를 지나, 내 인생 동안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행복한 가족을 이룬 40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그리고 너무나도 기대하고 있는 50대와 60대 너머의 비전과 다음 세대를 향한 상상에 이르기까지……
내 인생을 걸고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모든 것이 디자인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고졸이라는 벽을 깨고 테마파크의 컨셉을 잡아보기도 했고,
두개 브랜드의 A부터 Z까지의 작업을 직접 해내기도 했고,
대기업의 CI까지 디자인 해보면서 디자이너로써 해볼 수 있는 것은 원없이 다 해봤지만 허무했었다.
입금이 되지 않으면 손이 움직이지 않는 내가,
사실은 말하고 싶은게 있었지만 돈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었던 내가,
그저 돈만 주면 고객사가 어떤 회사이든 상관 없이 그들이 원하는 모든 포장을 도와주던 내가 과연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어도 되는 건지 회의감이 들었고 처음으로 입금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30점 가량의 그림을 그린 뒤로 주문까지 들어왔지만 난 디자인을 접겠다고 선포 했다.
그림을 그리는게 조금도 즐겁지 않은 주제에 무슨 디자이너라고…..
그 뒤로 스카웃을 받아 패션스타트업에 대표가 되어보기도 하고,
썬글라스스타트업에 CMO로 스카웃 받기도 하고,
경영자로써 C-Level 임원으로써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에 기회가 생겼었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괴로웠던 일이었다.
그리고 결국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틈만 나면 무의식적으로 표출했던 것은 무엇인지,
내 인생을 걸고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는 무엇인지,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기 시작했고,
그것을 말하며 글로 써보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찍어보기도 했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이룬 내 인생에 가장 놀라운 성취인 ‘가족’의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고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처절하게 통감하며 반성과 개선 속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는 중인 지금의 나에게 이 책이 말하고 있다.
내가 디자인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가 내 인생에서 가장 디자이너 다운 삶이었다고……
그 이전의 삶이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있었던 밑그림이었다면, 펜을 놓은 시점 이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선명한 철학을 고민하며 그 철학에 맞는 여정을 디테일 하게 수정해나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야말로 디자이너로써 걸맞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거라는 말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달에 아내에게 이야기 했다.
요즘 손이 근질 거린다고……
다시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그리고 싶은 그림도 있다고……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 했다.
내가 그말을 하길 기다렸다고……
그리고 아내가 내게 한 말
“당신은 멋진 디자이너에요. 자긍심을 갖고 하셔도 되요.”
그 말을 여지껏 남편을 향한 응원의 메세지라고만 여겼었는데 이 책을 읽는 순간 그 말이 다시 아로새겨지며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내가 걸어왔던 길이야 말로 디자이너의 길이었다는 것을……
그것을 자각하고 긍지 속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다.
브랜드라는 단어는 단순한 네이밍과 시각화 작업에 국한 되지 않은 것임을 받아들인지 오래지만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제일 오랫동안 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종이와 컴퓨터에 시각화 작업을 하는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디자이너’ 이다.
제이든 / 슈퍼제너럴리스트
커뮤니티디벨로퍼 & PFC브랜드액티비스트
크리에이티브디렉터 & 리딩트레이너
COO / BRAND ACTIVIST
co-founder / PRIPER
Creator / META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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