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손으로 직접 브랜드를 만드는 경험

‘브랜드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를 읽고……

by BRAND ACTIVIST

1. 지난 1년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그 어느때보다도 찰떡 같은 비유로 느껴지는 1년이었다.

오랫동안 남의 회사의 브랜딩과 디자인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내 사업의 브랜딩과 디자인은 순조롭게 개발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1년 내내 동산 하나를 옆으로 떠 옮길 정도로 삽질을 한 것 같다.


남의 사업에 대해서는 툭툭 터져 나오던 감이 내 사업에서는 어쩌면 그토록 도떼기 시장 같이 혼란스럽기만 한지......

그 혼란스러움을 모두 해결하고 난 뒤 시작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질 것 같아서 눈 앞에 보이는 가장 큰 주제를 놓고 파일럿을 린스타트한게 작년 6월이다.

1년간 고개를 얼마나 절레절레 저었는지 목에 디스크가 올 지경이고, 얼마나 미친듯이 피보팅(삽질 포인트를 바꾸는 작업)을 했는지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고객들이 내 자신보다 더 이상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정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2. 브랜드컨설팅을 하면서 고객들로부터 "그렇게 잘 알면 제이든이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보지 그래?" 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내가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1년 내내 그분들이 낄낄 웃으면서 "거봐~ 생각보다 쉽지 않지? 죽을 맛이지?" 라고 말씀 하시는게 환청처럼 들리는 듯 했다.


물론 오래전부터 PC방, 포장마차, Bar, 쥬얼리FC, 음식점 등 많은 창업을 직접 경험한 바가 있다.

하지만 그때는 트렌드를 보고 돈이 될만한 것을 그럴 듯 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전체적으로 잘 만들었다는 평을 들었지만 솔직히 난 그때의 그 사업들이 브랜드사업이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소울이 없었다.

그럴듯한 철학, 그럴듯한 방향성,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다 갖다붙였으니 잘 만들어진 것 처럼 보였겠지만 내게는 부끄러운 미생으로 남겨진 과거의 흔적에 지나지 않는다.


3. 브랜드컨설팅을 해달라는 분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마찬가지이다.

소울이 없다.

내가 그러했듯 돈이 될만한 것을 그럴 듯 하게 만들어보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이 잘못 되었다고 비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게는 조금도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자본가가 돈 되는 걸 찾아보라고 해서 트렌드를 분석해서 만드는 상품과 서비스에는 도무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소울이 가득한 문화를 가진 개인이 비슷한 문화를 가진 개인을 만나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그 반응이 확장 되어 마치 문화처럼 전개 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내 주문이 어려웠을 것이다.

소울이 가득한 문화를 가진 개인이 브랜드컨설팅을 받겠다고 찾아다니는 경우가 있을까?

없는 소울을 찾겠다고 백날 인터뷰를 해봤자 아무것도 아닌 씨앗 하나 발견해서 엄청나게 큰 아름드리 나무처럼 보이도록 포장하는 것이 반복 될 뿐이었다.

결국은 적정 수준에서 끝내고 약속한 돈을 받으며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다.

통장에 꽂힌 0의 갯수를 보며 맥주한잔 하고, 그 돈으로 가족들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위안 삼을 수 밖에 없었고......


4. 언젠가부터 파타고니아, 슈프림, 팔라스, 뮤울프, 피치스 같은 브랜드를 볼때면 미칠 것 같은 질투심과 경외심이 밀려오면서 내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연예인이 되겠다고 설레발 떨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하던 시절이 그리웠던 것일까?

내 실력으로는 택도 없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고집 부렸던 그때에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김완선씨가 내밀어준 손을 잡지 않았던 것을 아직도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인정)


내 안의 열정과 똘끼를 마음껏 발산 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데 '상품' 보다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가득한 나로서는 사업분야를 정하는 것 자체가 난해하기 그지 없었고 내 스스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하자는 건지, 봉사를 하자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작 자체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5. 아내의 강권으로 시작한 북리뷰는 정말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고통스러웠던 어린시절, 나를 유일하게 달래주었던 책을 다른 관점으로 활용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기도 했고, 내가 편할 때 읽고 나 혼자만의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이 좋았는데 프로젝트가 되고 의무와 책임의 무게감이 실리는게 싫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내의 강권(?)으로 시작한 북토크는 뭔가 기분이 달랐다.

'어라? 내가 왜 진작 이걸 하지 않았던 거지?'

몸에 딱 맞는 정장을 찾게 되었을 때와 같은 핏감을 느끼게 되었고 참가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통해 내 안에서 전에 없던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러한 권유가 처음이 아니었다.

20대 중반에 첫번째 테마파크 컨셉설계를 했을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고졸이면서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와 실행이 가능하냐고, 어떻게 그토록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첫번째로 독서를 손꼽아서 이야기 했었고, 인테리어디자인과 브랜드컨설팅&디자인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그 다채로운 경험의 80%도 책을 통해 얻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일찍부터 독서모임을 이끌어달라는 요청도 여러차례 받았었고, 심지어는 사업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멘토께서 1년 전부터 북토크&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해보라고 적극 권하셨는데도 그때의 내게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6. 정말 아이러니 하다.

자율적 사고와 판단을 그토록 중시 여기던 내가 아내의 강권에 마지못해 휴식을 취하고, 아내의 강권에 마지못해 북리뷰를 시작하고, 아내의 강권에 마지못해 북토크를 시작하고, 그 결과 내 '소울텔런트'를 발견하게 되다니......

이래서 옛말에 결혼 전에는 엄마 말씀, 결혼 후에는 아내 말씀에 충성을 다하라는 말이 있었던 건가?


뒤늦게 아내가 이야기 해준 '내게 강권했던 이유'를 들었을 때 뒷통수를 한대 맞는 것 같았다.

"당신이 학생들 멘토링 할 때 항상 했던 말이잖아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틈만 나면 붙잡고 있는게 소울텔런트라고......

내가 본 당신은 틈만 나면 책을 읽고, 틈만 나면 글을 쓰고, 틈만 나면 그 내용을 떠들고, 틈만 나면 사람들의 적성을 잘 캐치해서 훈련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걸 즐기는 사람이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 그걸 제일 잘하는 사람인데 왜 그걸로는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언제부터 바보로 살고 있었던 건지......

20대에 읽었던 책 '블라인드스팟'이 떠올랐다.

그때도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에게 자문을 구하라는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7.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브랜드는 독서를 비롯해 미디어를 활용해서 만든 '실천중심훈련프로그램'을 주요 상품으로 다루는 교육커머스플랫폼이다.


PRIncipal PERsonality : [prɪpər]

www.priper.com


파일럿으로 REMIND9 이라는 실천중심독서프로그램이 진행 중이고 순차적으로 11개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예정인데 어떤 프로그램을 마케팅상품으로 활용하고 어떤 상품을 주수입원으로 삼을 것인지 결정이 애매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자동으로 배치가 되고 우선 순위가 정해졌고 일사천리로 1년차 액션플랜이 수립 되었다. (아주 깔끔하게 쪽집게 컨설팅을 받은 듯한 기분!)


8. 프리퍼 외에 추진하던 브랜드인 메타코프(METACORP)도 어제 지인의 도움으로 좀 더 핏하게 방향성이 수립 되었는데 이 사업이 프리퍼와 따로 노는게 아니라 프리퍼의 세계관 속에서 함께 움직일 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다시 손대기 시작한 브랜드일과 디자인일도 프리퍼와 동떨어진 형태라면 진행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프리퍼의 IR자료를 심사에 넣을 때 풀타임으로 일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만에 하나 통과가 될 경우 디자인프로젝트가 프리퍼 세계관 속에서 움직이고 있지 않은 이상 다시 놓아버려야 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 역시 해결이 되었다.


브랜드프로젝트와 디자인프로젝트의 범위를 프리퍼의 철학과 세계관에 연결함으로써 충분히 프리퍼 다운 프로젝트로써 프리퍼 안에 녹여서 서비스를 할 수 있겠다는 그림이 만들어졌고 그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브랜드&디자인 프로젝트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9. 솔직히 말해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브랜드 중 대부분은 위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내가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브랜드들이고 내가 추구하는 기업철학과 전혀 다른 브랜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고민과 페인포인트를 바라보는 관점은 내게 충분한 영감을 줄 수 있었고, 그것이 결정적으로 내 고민까지 해결 되는데 좋은 가이드를 제공해준 것 같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개인의 문화가 공감하는 문화로 확산 되는 트랙에 올라탔고 프리퍼는 지난 날 고객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첫번째 프로젝트로 기억 될 것 같다.

뼈대가 정해졌으니 이제 살을 붙이며 달리는 것 밖에 남지 않았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아니 죽는 날까지 계속 노력을 부을 만한 가치가 있는 그릇을 만든다는 것, 그 어려운 것이 눈앞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라울 따름이다.



제이든 / 슈퍼제너럴리스트

커뮤니티디벨로퍼 & PFC브랜드액티비스트

크리에이티브디렉터 & 리딩트레이너


COO / BRAND ACTIVIST

co-founder / PRIPER

Creator / METACORP


https://linktr.ee/brandacti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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