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제의식과 간절함은 어디를 어떻게 향하고 있는가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읽고……

by BRAND ACTIVIST

1. 아이들이 한창 보드게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시기.....

엄마와 아빠는 보드게임에 대한 이해도 높고 그만큼 게임을 잘 할 수 밖에 없다.

딸아이는 승부욕도 강하고 동생보다 판단이 빨랐다.

누나보다 17개월이 어린 아들, 무엇이든 조금은 느린 아들이었기 때문에 아들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이었고 자주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대책회의 끝에 '룰메이커' 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나이와 상관 없이 참여할 수 있고, 누군가가 져줄 필요도 없고, 실력만으로 이기기도 어렵고, 주사위 운에만 기대는 것도 아닌 '누구나 적극적으로 규칙을 만드는데 참여할 수 있고, 자신이 참여해서 정한 규칙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정당하게 규칙을 계속 개선해나가는 게임'을 만든 것이다.


가족 모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고, 아들은 더이상 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노는 룰메이커 외에 시중에서 구입한 보드게임에도 룰메이커의 방식을 적용해서 모든 룰을 리메이크 하곤 했다.


그 결과 모든 룰은 공정해졌다.

심지어는 악마의 게임이라고 불리우는 '모노폴리'까지......


2. 친한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화장품 회사에서 급히 SOS를 쳤을 때가 생각난다.


중국의 광군제가 시작 되기 전에 자주 이벤트를 해서 SNS에 올려야 하는데 예산이 터무니 없이 적다고......

다른 방안이 없으니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방법을 찾아달라고 해서 고민이 시작 되었다.


모델을 쓰자니 A급은 너무 비싸고, 비교적 저렴한 모델은 전문성도 적극성도 외모도 취지에 맞지 않았다.

차라리 압구정에서 로드캐스팅을 하는게 훨씬 낫겠다는 말을 툭 던진 것을 멤버들이 덥썩 물었고 우리는 일반인들을 활용해서 진행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광고판에서 절대적으로 약자인 '알바'들에게 세상의 모든 광고제작사가 그렇게 앞모습과 뒷모습이 다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우리가 이 일을 하는 동안은 그들에게 황홀한 알바를 선물하자는 말을 했다가 그 프로젝트명은 그대로 '황홀한알바'가 되었다.


사회적 약자인 알바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자는 목표 속에서 기획이 정리 되었고 알바몬에 5명을 뽑는 글을 올렸는데 600명이 지원을 했다.

그 다음 행사에는 3명을 뽑는데 1천명이 지원을 했고, 앞서 참가했던 지원자들이 계속 지원을 하는 바람에 지원자 고르는 일이 제일 힘든 일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선발된 알바들이 입장할 때 총괄디렉터를 비롯한 모든 스텝이 그들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그들이 먹을 간식과 음료를 대접하고, 그들이 편하게 놀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을 구성했다.

무엇보다 압권이었던 것은 알바비를 봉투에 넣어서 당일날 지급 했던 점......

알바비를 떼어먹거나 차일피일 미루는 파렴치한 인간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어서 그런지 알바들은 일이 다 끝나고 봉투를 받는 순간까지 계속 이런 말을 반복했다.

"오늘 일 정말 이렇게만 해도 되요? 할 일이 이게 다에요? 이 돈 정말 가져가도 되요?"


얼마나 기분이 좋았으면 알바가 끝나기 무섭게 촬영장을 떠나지도 않고(?) 스텝들이 먹으려고 사온 저녁식사와 술을 축내며 쉴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대기시간은 한도 끝도 없고, 밥 때가 지나도 김밥한줄 주지 않는 한국의 이벤트업계에서 '황홀한알바'는 3개월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 큰 족적을 남겼고 우리는 광군제에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3. 룰메이커는 보드게임비즈니스로 확장 시키려고 하다가 아이들이 크는 바람에 기획만 고이 간직해둔 상태이고, 황홀한알바는 투자제안까지 받았지만 풀타임으로 그 일만 하기는 싫어서 역시 기획을 고이 간직해둔 상태에서 우리의 '왕년에 시리즈'에 종종 등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두가지가 '마이너리티 디자인'이었다니......

이 책이 '룰메이커'와 '황홀한알바'에 갑자기 간지가 가득한 가치를 부여해주고 있다.


우리가 그때 가졌던 약자에 대한 생각이 단순한 배려로 끝나지 않고 그들이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도록,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즐거울 수 있도록, 좀 더 용기 낼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해서 머리를 쥐어 짰던 것이 얼마나 중요한 시도 였는지 이 책이 이야기 해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시도를 '마이너리티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좀 더 다양하게 확장 시킬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만들어주었다.


4. 이 책의 저자는 아들이 시각장애인이어서 마이너리티디자인에 관심이 시작 되었다고 했다.


간절했을 것이다.

그만큼 아들의 세상을 넓혀주고 싶었을테고, 아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바꿔놓고 싶었을 것이다.


지속해야 할 이유가 분명했고, 이왕이면 아들을 비롯해 참여하는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그의 프로그램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것 같다.


나는 어땠던 것일까?

내게는 그런 간절함이 없었기에 내 기획에 그런 가치를 부여하질 못했던 것일까?


5. 아이들을 언스쿨링으로 키우겠다고 마음 먹은 뒤로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을 늘려야만 했다.

엄마와 아빠 모두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주기 위해서 우리는 재택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면서 사업을 정리하고 프리랜서로 전환을 해야 했었다.


그나마 우리는 두 사람 모두 일찍부터 고액알바가 가능한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었고 그 덕분에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 하며 최고의 언스쿨링을 성공적으로 진행 할 수 있었지만 우리에게 언스쿨링 관련 상담을 요청하는 가정들은 대부분 그것이 불가능한 환경에 놓여져 있었다.


아이도 키워야 하고, 끊어진 경력을 잇기 위해서는 자기개발도 해야 하고, 다양한 기술도 익혀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가계가 불안정 하기 때문에 미래가 걱정 되는데 재택으로 할 수 있는 그럴듯한 일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래서 아스빌리지를 만들었는데 딱 놀이터 수준에서 멈춰 버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반전을 주고 싶어도 저항감이 너무 컸다.

열심히 즐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했지만 통째로 갈아 엎어야 했다.


재택으로 자기개발도 하고 가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장이 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우리가 가장 간절했던 것이기에, 우리의 파도는 지나갔지만, 우리가 겪었던 파도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이들은 너무나 많기에, 그것이 두려워서 파도를 피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에, 사회적 약자일 수록 더 크고 무거운 파도를 견뎌야 하기에 우리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놀이터를 엎어야만 했다.


6. 마이너리티디자인을 읽으며 나는 '갈망'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당장 내 목숨을 바쳐서 이룰 수 있는게 있다면 난 무엇을 이루고자 할 것인가.

누구를 구하고 싶어 하는가.

누구를 보호하고 싶고 누구를 돕고 싶어 하는가.

그것이 가능케 하기 위해 나는 어떤 헌신을 기쁜 마음으로 감내하고 있는가?


저자와 나의 차이점이라면 저자는 그 갈망에 재미를 더했다는 점인 것 같다.

아니 차이점이 아니라 능력차라고 표현하는게 더 적절한 듯......

아이들 앞에서는 재미난 표정도 나오고 몸동작도 나오고 망가지는게 너무나 쉬운데 성인들 앞에서는 진지함 일색이다.

마이너리티디자인은 그런 내게 '즐겁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는 메세지를 전달해주는 것 같다.


7. 황홀한알바를 만들었던 것처럼 좀 더 즐거울 수 있는 포인트를 프리퍼에 넣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마치 위기감이 밀어닥치듯 머리와 가슴을 때린다.


아니 황홀한알바의 컨셉을 프리퍼에 넣을 수는 없을까?

프리퍼의 일부 프로그램이라도 황홀한알바를 그대로 닮게 만들 수는 없을까?


춤,노래,이벤트 등의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만큼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진지함을 조금 줄어들고, 즐거움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즐거운 진지함'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Goal 인 걸까?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안그래도 심각한 성격이 더 심각해지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심각한 문제를 내 안에 있는 가장 재미 있는 부캐와 붙여서 해결해볼 수 있는 방안으로 에너지를 더 쏟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시간의 한계, 장소의 한계, 예산의 한계가 물밀듯이 나를 휘감아올리고 있지만 그래도 한발 더 나아가봐야 할 것 같다.

평생을 그 한계와 싸워왔고 결국은 꾸역꾸역 뚫어내며 살아왔다.

더 어려운 문제는 더욱 인내하며 한층 더 노력해서 뚫으면 그만이다.


한계의 껍질을 한단계 더 벗어내야 하는 시점이다.

나만의 '마이너리티디자인'을 위해......



제이든 / 슈퍼제너럴리스트

커뮤니티디벨로퍼 & PFC브랜드액티비스트

크리에이티브디렉터 & 리딩트레이너


COO / BRAND ACTIVIST

co-founder / PRIPER

Creator / META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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