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의 시대’를 읽고…….
소주제 : 어디까지, 얼마나 사랑을 탐구해보았는가?
1.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외로움, 고립으로 인한 우울감에 대한 원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에서는 편협한 정치와 문화, 기술로 인한 일자리 변화, 코로나와 같은 전염성 질병, SNS가 대표적인 디지털디바이스 사용량 증가 등 수많은 원인들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외로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너진 가정‘이다.
인류 역사 속에서 정치와 문화는 항상 인간을 나누고 세력다툼을 벌였었고, 속도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기술로 인한 일자리 변화도 언제나 존재했던 것이며, 전염성 질병도 항상 인간을 위협하고 있었고, 현실도피를 돕는 중독성 있는 요소들도 오늘내일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정치적 고통, 문화적 고통, 일자리 고통, 질병이 주는 고통, 우리를 중독시키는 수많은 것들로 인한 고통은 인류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없어지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여전히 없애지 못하고 있는 것들)
2. 당연해선 안되는 것이 당연한 정말 살아가기어려운 세상이다.
그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누구나 고통스럽고 힘들 수 밖에 없다.
유명한 스타들이나 부호들도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봐서는 유명하고 돈이 많다고 해서 그 고통과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분명히 그런 최악의 상황 속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험난한 파도를 잘 헤쳐나간 이들이 있다.
걔중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홀로 일어선 케이스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 나머지는 모두 ‘가족’을 이야기 하고 있다.
가족의 경제적 도움을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정서적 도움을 이야기 하고 있고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세상은 아주 냉혹하고 어려운 문제가 산재 되어 있는 곳이다.
가족관계가 단단하다고 해서 그런 문제가 피해가는 것도 아니다.
친구들이 모두 좋은 친구들만 생기는 것도 아니고 파트너가 사기를 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도둑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파산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계속 건강이 유지 되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 죽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낼 수 있는 것은……
깊이 사랑했던 기억과 그 기억이 가슴에 남긴 정서 때문이다.
그것이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악과 깡으로 해내면서 가슴 속에 멍울이 점점 커지는게 아니라 더 따뜻함으로 때로는 뜨거움으로 기쁜 마음으로 행복감으로 높은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녀를 사랑했다고 이야기 한다.
자녀를 위해 살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었다는 얘기를 한다.
내 인생에서 지금까지 만난 이들 중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 부모는 단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자녀 입장에서 부모로부터 만족스러운 사랑을 받았다고 하고 상처를 받지 않았다고 하는 케이스도 1%가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99%의 엄청난 간극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부모로부터 사랑 받지 못함으로 인해 가슴에 뚫린 구멍을 무엇으로 메우려고 했을까?
그리고 그 무엇은 잘 작동 했을까?
그것이 잘 작동 했다면 이런 책이 쓰여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자리에 돈을 아무리 우겨 넣어봤자 공허함은 더 커지고, 술과 음식을 우겨 넣어봤자 공허함은 기본이고 몸만 상한다.
다른 사랑으로 채워보려고 친구들을 따라다녀봤자 그들 모두가 상대의 노력으로 내 텅빈 가슴을 채우려는 사람들이지 내 노력으로 상대의 가슴을 채우려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행동이 그렇더라도 건강한 기버가 아니라 분리불안형 기버이거나 노예형 기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인전을 읽다보면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선생님 한명, 좋은 친구 한명, 좋은 배우자 한명 덕분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하는 경우들이 있다.
결국 사랑을 받지 못해서 뚫린 가슴을 다른 사랑으로 채우는 것은 맞는 것 같지만 그 확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 가장 문제이다.
4. 그나마 베이비붐 세대까지만 해도 ‘가족의 결속에 대한 개념이 강제적인 것‘이 허용이 되었던 문화였다.
가족밖에 없다는 것이 당연했고, 그 당연한 것이 당연해야만 했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덮어질 수 밖에 없었다.
어린시절부터 가족의 정서를 대체할 수 있는 대상을 구하기도 정말 어려웠다.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어떻게든 가족에게 붙어 있어야만 했고 그것이 생존하기에 최적의 방법이었고, 안정감 있는 소속감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세대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 되고 게임이 퍼지게 되면서 ‘소속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세상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은 ‘정서의 권력’이 이동하는 놀라운 문화적 변화일 수 밖에 없었다.
세대가 거듭될 수록 가족의 문제를 직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베이붐세대의 자녀세대인 M세대는 전체적으로 부모의 문제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 세대가 되어 버리면서 그들은 점점 더 정서적으로 편안한 관계를 온라인에서 찾기 시작했다.
5. 멋진 스니커즈 하나로 소속감을 느낀다.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 하나로 소속감을 느낀다.
같은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소속감을 느끼고,
같은 자극을 추구하는 것으로 소속감을 느끼고,
심지어는 같은 존재를 미워하는 것으로 소속감을 느낀다.
그 소속감을 연구하며 기업들은 더 부채질을 하고 그 지점을 잘 공략한 곳들은 떡상의 신을 만나고, 그것을 무시한 곳들은 철저한 외면을 받는다.
하지만 난 믿고 싶다.
그런 소속감을 추구하는 이들이나 그런 소속감을 만들어서 돈을 벌려는 이들 모두 그 정도의 소속감으로 고립감이 충족되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꺼라고……
다만 그 이상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막연하게 그 이상을 추구하다가 상처 받았던 경험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 뿐이고 망설여질 뿐이고,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조금은 인스턴트적이거나 느슨한 연대를 편안하게 여기는 것 뿐이지, 그것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꺼라 믿는다.
6. 나 역시 외로움에 미칠듯이 방황해봤고 별의 별 짓을 다해보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도 했었다.
술,담배,도박,섹스 등 마약만 빼고는 모든 중독에 다 빠져 봤던 것 같다.
일과 돈에 중독 되었던 것도 포함해서…..
어찌보면 쉽게 중독이 되었기 때문에, 미칠듯이 탐닉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가보고 더 깊은 공허함을 느끼고 더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전환점을 맞이했지만 선배들은 그것도 무척 빠른 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내와 똑같은 고통 속에 있다가 함께 그 전환점을 돌 수 있었던 것도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한다.
인정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인생을 혁신적으로 바꾸려 시도하는 것을 함께 한다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도 우리 밖에 없다.
그 이전까지는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는데(불운이 가득한 이에 가깝다는 자기비하가 컸는데)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했고 알고보니 내 인생 속에 감사한 행운이 가득했었는데 내 눈이 가리워져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수록된 UCLA 외로움 척도 테스트를 인생 속의 시점별 나에게 보게 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10대에는 최악으로 만점이었다.
20대에는 아주 조금 나아졌으나 최악에 근접했고,
30대에는 그보다 더 나아졌으나 역시 부정적인 쪽이 더 무거웠다.
그런데 40대에 접어들면서 긍정적인 쪽으로 확 기울어서 47살을 지나고 있는 지금 좋은 쪽으로 1점의 오차도 없이 만점을 찍고 있다.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로 최악의 외로움을 겪었던 아이가 천국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지금보다 40대 초반이, 그보다 30대가, 그보다 20대가 더 금전적으로 여유로웠다는 점이다.)
7. 나도 내 머리를 못 깎으면서 남의 머리를 깎아주겠다고 설레발을 떨며 남의 인생상담을 해주기 시작한게 20년이 넘었다.
한편 오래전 그때의 내 조언 내용을 들여다보면 부끄럽기 그지 없다.
인생을 뭘 안다고……
그때까지 겪었던 고통이 전부인 줄 아는…..
바보멍충이쪼다 같은 놈이 비슷한 사람들에게 조언이랍시고 떠들어댔던 것들이 너무나 부끄럽다.
하지만 딱 한가지, 그때의 내게 ‘넌 정말 잘하고 있어! 그것만큼은 절대로 포기하지마!’ 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사랑이란 대체 무엇일까?’ ‘인생이란 대체 무엇일까?’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 질문 때문에 했던 방황과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난 아이들에게도 이 부분을 똑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방황해도 좋다.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전부 잃어도 좋다.
절대로 사랑을 포기하지 마라.
사랑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마라.
사랑만큼은 제멋대로 하지 말아라.
고금동서를 통틀어 똑같은 메세지로 전해지고 있는 그 정수를 깨닫는 날까지 혼신을 다해라.”
8. 철저한 고립의 시대이다.
혼자가 아닌데도 미칠듯이 외로운 시대이다.
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도 외롭고,
원하는 물건을 가져도 외롭고,
애인이 있는데도 외롭고 섹스를 하고 있는데도 외로운 시대이다.
난 이 모든 것이 관계가 얕아진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 내리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과 취향이 본질보다 중요해진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 내리고 있다.
사람들은 외롭다고 난리를 치고 있으면서, 그것으로 비롯된 여러가지 신경증에 시달리고 있으면서 시간이 없다고 한다.
사랑을 더 알려고 노력할 시간이 없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 속으로 깊이 들어갈 시간이 없다고 한다.
난 돈을 벌면 시간을 벌기 위해 그 돈을 썼고 그 시간을 사랑하기 위해 썼는데, 그들은 돈을 벌면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그때까지 번 돈과 시간을 전부 투자한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
인생에 사랑이 들어갈 틈이 없다.
그 상태에서 그런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말한다.
사랑보다 더 사랑하는게 훨씬 많은 상태에서 그런 자신에게 더 깊은 사랑을 달라고 의식/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요구한다.
그리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상실감을 느끼고 더 숨어들어간다.
더 포장하고 가면을 쓰고 좀 더 편하고 쉬운 동굴을 찾아 들어간다.
이미 정답은 나와 있는데 그 답만 빼고 다른 것을 제시해달라고 한다.
그건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다.
모든 고등종교와 철학은 이야기 하고 있다.
아직은 버틸만 하니까 그러고 사는 거라고……
더 바닥으로 내려가야 정신을 차린다고…..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가는 경우와 다 늙어서야 겨우 깨닫고 후회막급한 인생을 한탄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이른 나이에 정신을 차리는 경우는 로또와도 같은 거라고……
그리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가 있는 이들의 경우, 자신은 그런 사랑을 받지 못했더라도 악의 굴레를 끊어내고 내 대에서만큼은 그 사랑의 정수를 발견하고 자녀에게 부어주게 될 경우 자녀는 그 어떤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수저 보다 훨씬 큰 가치를 지닌 유산을 물려받게 될꺼라고…….
이런 얘기도 알아 먹을 사람만 알아 먹는 거다.
무슨 헛소리냐고 할 사람은 욕하고 지나갈꺼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 속에는 단 한가지 생각 밖에 없었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내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사랑하기 위해 사용하며 살겠다는 각오와 다짐이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단 일년을 살아도,
단 한달을 살아도,
단 하루를 살아도,
내게 주어진 사람들을 한층 더 깊이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그 사랑을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내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다는 것도 다시금 큰 소망으로 느껴졌다.
그것이 이 고립의 시대에서 우리의 삶이 아주 작으나마 빛이 되고 소금이 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삶을 더욱 더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하게 만들어줄 것임을 확신하기에, 이 확신을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내가 아내와 함께 걸어가야 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다시금 점검하고 오늘도 한걸음 더 힘차게 걸어간다.
제이든 / 슈퍼제너럴리스트
커뮤니티디벨로퍼 & PFC브랜드액티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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