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해머’를 읽고……
1. 20대의 나는 정말 그럴듯 하게 보였을 것이다.
일찍부터 사회에 뛰어 들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었고, 왠만한 20대는 꿈도 꾸지 못할 돈을 만지고 있었으니까……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알려주겠다고 하자 엄청나게 모여들었다.
난 내가 뭐라도 된 것 마냥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떠들어 대면서 우쭐대며 30대를 맞이 했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그때 내게 교육을 받았던 학생과 만나게 되었을 때 그가 내게 던진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내게 실망했다고 이야기 했다.
지금쯤이면 수백억대 자산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말했다.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서 보기 좋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처럼 살고 싶진 않다고 했다.
돈을 벌고 싶다고 더 큰 돈을 벌고 싶다고……
그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그때의 내가 훨씬 더 멋있었다고 했다.
그때의 카리스마가 그립다고 했다.
2. 어휴….. 그말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난 그때 몇살 차이 안나는 남자후배들에게 사회생활을 가르쳐준답시고 룸싸롱에 데리고 가서 술자리 영업들 가르쳤었다.
밤만 되면 술을 마시고 여자를 찾아대는 거래처 사람들이나 상사들을 위해 어떻게 밤문화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도 가르쳐주곤 했다.
비즈니스를 가르쳐준다고 하면서 술접대, 성접대를 가르치다니……
그때의 나를 인생에서 도려내버리고 싶은데 그때의 내가 좋았다니…..
난 대체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그때도 비즈니스마인드를 이야기 하고 있었고 사업철학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태도를 이야기 하고 있었고, 다양한 관점과 비즈니스스킬을 이야기 했었다.
문제는 그때의 내 마인드가 내 개똥철학이 오로지 더 큰 돈을 버는 성공 밖에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3. 결혼을 한 뒤부터 이전의 생각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 균열은 더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균열이 생겼을 뿐이었다.
습관은 무섭게 나를 옭아매고 있었고 난 끊임 없이 부적절한 행동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기만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도 소용 없었다.
여러가지 좋은 습관을 만들었다고 해도 소용 없었다.
비밀스러운 내가 벌이고 있던 나쁜 습관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난 지나치게 불안정한 사람이었다.
결혼 후에도 몇차례 목숨을 끊으려고 했었고 아이들이 태어난 뒤에는 멈췄다고 하지만 마음 속에는 탐욕과 허무함이 계속 헤집어 놓고 있었다.
전진을 하려고 열정을 끌어 올리면 지나친 탐욕이 올라오며 온갖 본성들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그것을 멈추려고 브레이크를 걸면 극심한 염세주의와 허무주의가 나를 휘감곤 했다.
4. 그렇게 엉망진창인 나도 사랑 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뒤 이전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존재로 태어난 나를 세상이 망가뜨리기 시작했고, 내가 스스로를 열심히 망가뜨리고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였고, 난 모든 것을 멈췄다.
아무리 열심히 건물을 올린다고 한들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상태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밖에 없는 법이다.
그래선 안된다는 것을 아무리 책에서 읽었다고 해도 소용 없었다.
삶 속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온통 엉망진창인 것이면 그 엉망진창인 것이 진리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법이다.
그 상태에서는 아무리 우리의 몸과 마음이 길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인을 보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내 안에 이미 가득 채우고 있는 진리가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목숨과도 같은 소중한 것이기에 그것을 버리는 것은 죽는거나 다른 없다.
바꾸고 싶어도 바꿀 길이 보이질 않으니 계속 직면하고 불안에 떨면서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아예 생각 자체를 멈춰버리고 회피하는 수 밖에 없다.
5.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보다 먼저 앞장 서서 건강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서 거짓이 보이기 시작했다.
억지가 보였다.
자발적으로 그 길을 걷는 것 같지 않았다.
강제적으로 묶여 있는 느낌…..
그들은 조금도 기뻐 보이거나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더 깊은 곳이 있는 그들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실망을 거듭하게 되었다.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애매한 족쇄를 차고 있을 뿐이니 그런 족쇄 없이 마음대로 하는 사람들보다 뒤쳐질 뿐이었다.
어차피 기쁘지 않은 거라면, 어차피 괴로운 거라면 뭐하러 그 길을 걷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흔들렸다.
계속해서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찾고자 했고 그들이 존재하지 않으면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부정 당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삶에 질문이 던져졌다.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정말 내가 발견한 기쁨과 행복이 거짓된 것일까?
그들 모두 끝까지 가보지 못해서, 흔들려서 도달하지 못한 것 아닐까?
그들이 가지 못했다고 나까지 못간다는 법은 없는 것 아닐까?
그때 나보다 훨씬 더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고 있던 아내가 보였다.
그런 아내가 존경스러웠고 허구언날 흔들리며 파닥대고 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아내 손을 붙잡고 그냥 쭉 걸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6. 툭하면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나서 우리를 흔들어댄다.
좌로 흔들고 우로 흔들고 위로 흔들고 아래로 흔든다.
그런데 우리가 선택한 것은 너무 간단하다.
우리는 ‘사랑’을 최우선에 두기로 했다.
그 사랑할 시간을 위해 시간부자가 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으로 충분한 사랑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끼리 세상에 의미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무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난하게 살겠지만 상관 없다.
가족 외에 이미 많은 사람들을 돌보고 있고 그러면서도 먹고 사는 건 지장 없으니 그걸로 됐다.
그러다가 우리가 발견한 의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게 느껴지게 된다면 사회적인 명성도 얻을 수 있고 큰 부자가 될 수도 있을꺼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얻은 힘으로 계속 이야기 할 것이다.
사랑하라고 최대한 시간부자가 되어 더 많은 사랑을 하라고…..
사랑하기 위하 공부하고,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라고…..
다른 사람을 구속 시키지 말고, 다른 사람을 내 맘대로 통제하지 말고,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자기 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돕겠다고 할 것이다.
아니 그것은 큰 명성과 큰 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작은 명성과 적은 돈으로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렇게 걸어가고 있다.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시킨 사람이 없다.
족쇄 같은 건 아무것도 없다.
자발적으로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다.
이 길을 걷지 못하면 오히려 고통스러울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행복한 나날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7. 이 책에 ‘기업가 정신이 뛰어난 철학가’ 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 표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모른다.
한때 알렉산더와 같은 뜨거움을 품었지만 내겐 철학이 없었고, 그 뒤로는 한동안 디오게네스와 같은 삶을 살면서 철학은 있었지만 뜨거움을 잃은 채 살았다.
(그렇게 사는 것도 나름대로의 뜨거움이 필요하다. 뜨거움의 색이 빨간색 하나 밖에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의 나는 아내와 함께 디오게네스와 같은 철학가로 살아가면서 알렉산더와 같은 꿈을 꾸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철학가,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이다.
짜라투스트라가 말한대로 우리는 작은 승리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 한번의 위대한 승리 뿐이다.
우리의 인생 전체가 하나의 서사시가 되는 것…..
우리의 아이들이 읽을 만한……
우리 아이의 아이들이 읽을 만한……
자손대대로 읽혀질 수 있는 긍지가 우리의 삶에 아로 새겨져 있는 것이다.
8. 지난 날 너무 많은 방황을 했다.
많은 실수를 했고 그로 인해 나를 따르던 이들을 오히려 나쁜 길로 인도하는 바보짓을 저질렀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난 제대로 알지 못했다.
주워 들은 진리가 머리에만 머문 채 가슴으로 내려오질 않았다.
그렇게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보니 그 길을 걸으면 외롭기만 할 것 같았다.
믿을 수가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결국 반대로 갔던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던 길로……
이제는 혼자라도 가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런데 아내가 내 손을 잡고 이끌어주고 있다.
둘이서 앞다퉈 이 길을 걸어간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부둥켜 안으며 이 길을 걸어간다.
그 길을 아이들이 삶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배우고 있다.
뒤늦게서야 깨닫고 너무나 아쉬워했던 어린시절을……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어린시절을 우리 아이들은 누리고 있다.
그런 아이들의 삶을 우리도 부러워 하고 있고,
아이들의 조부모님들도 부러워 하고 있고,
주변의 모두가 부러워 하고 있다.
일단 이것만으로도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
사람들에 흔들리지 않고 그냥 쭉 걸어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하다.
9. 우리는 모두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후회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똑같은 후회를 할 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이렇다할 이유도 없다.
이렇다할 근거도 없다.
그저 본능과 관성만 있을 뿐……
하지만 그들에게 아무리 이야기 해줘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들도 나처럼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수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송두리째 무너져봐야……
그것이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인지 잔해 앞에서 울부짖어봐야……
그래야 변할 수 있는게 인간이라고 한다.
생각대로 잘 풀린 사람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후회 하는 것이고,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은 사람은 그보다 일찍 후회 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 함이다.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이건 정말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단순한 기쁨과 만족감, 행복이란 단어로 설명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것 같다.
그저 가슴 깊이 뜨겁고 뜨겁게 감사할 뿐이다.
우리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우리 인생에서 깨달음의 조각 역할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길을 함께 걸어가준 아내에게…..
우리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도록 무서운 거울이 되어준 아이들에게……
10. 시공간을 거쳐 니체에게 직접 칭찬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못난 시절의 내가 부끄러웠고, 지난 10년이 뿌듯했고, 앞으로의 인생이 기대 되었다.
망치를 든 철학가라고 불리는 니체에게 망치를 건네 받은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 망치로 내 자신을 계속 부수고 또 부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 한가지 밖에 없다.
내 자신을 계속해서 부수고 계속해서 다시 태어나는 것……
제이든 / 슈퍼제너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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