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을 읽고……
1. 20대의 난 사업수완도 좋았고 돈도 잘 벌었지만 국가대표급 호구였다.
지금에 와서 그때의 나를 생각해보면 심각한 애정결핍에 시달리고 있는 한 남자가 보인다.
누군가가 조금만 잘해주면 금방 내 모든 것을 공개하고 극도의 친철함으로 그 사람을 대하곤 했던 그때의 나…..
술값 좀 내고 가라는 연락에 달려가서 수백만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결제하고, 수천만원의 돈도 아무렇지도 않게 빌려주거나, 계약도 제대로 하지 않고 큰 공사를 무작정 시작한 뒤에 속앓이만 했던 그때의 나……
일은 잘 했지만 철학이 없었고 판단력이 없었고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다.
그 바람에 밤낮으로 개고생해서 번 돈을 사업과 전혀 상관 없는 이들에게 속절 없이 날려 먹고 그 댓가를 지금까지도 치르고 있다.
2. 그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 모습은 ‘나의 결핍’을 노리는 철저히 계산된 모습이었다.
형으로, 동생으로, 애인으로, 스승으로, 제자로, 팬으로 다가와서 내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고 신뢰를 얻은 뒤 나를 지배하고 내 모든 것을 장악하려고 했던 그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의 강인하게 보이는 면만 바라봤던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어떤 시기에 어떤 부분에 있어서 얼마나 진상이었는지, 어떤 시기에 어떤 부분에 있어서 얼마나 호구였는지……
지금은 관계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의 관계를 점검해주고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내가 날린 시간과 에너지와 돈은…. 어휴……
3. 그들에게 타겟이 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관계가 무너져 있는 사람들, 심각한 애정결핍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호 받았어야 했던 어린시절에 보호 받지 못하고 방치 되거나 비뚫어진 사랑을 받은 경우가 일반적이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건강한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채 ‘감정이 건강한 땅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스라이터들은 그들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제아무리 철통 같은 무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들은 기가막히게 냄새를 맡고 교묘하게 감정을 파고 든다.
건강한 사랑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그것을 기준 삼아 구분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한번 파고든 감정을 떨쳐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4. 나를 호구로 생각하는 사람을 연달아 대여섯명을 경험한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면 나도 참 어지간히 둔감한 사람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사람에게 말도 안되는 요구를 들어주고 있었다.
그런대 그것을 그 누구에게도 상의하고 있지 않았다.
아니 상의할 사람이 없었다.
아니 나를 사기 치고 있던 그들이 내가 상의할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한 일이다.
내가 그토록 무지하고 무감각할 수 있다는 것이……
힘겹게 쌓아올린 것들을 그렇게 속절 없이 거짓된 구렁텅이에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것이……
가진 것을 전부 잃은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는게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내 나이가 겨우 30대 초반이었다는게 고무적이긴 하다.
그때부터 더욱 더 깊이 있는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건강한 사랑을 알려고 노력하고, 시종일관 정신 차리고 있으려고 노력하면서 얻어낸 내공을 생각해보면 아주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난 뒤 큰 성장을 이룬거라 생각한다.
5. 그들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는 이 책을 읽으며 판단해보기 바란다.
애초에 그들을 만나지 않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약점이 전혀 없고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전혀 없다면 모르겠지만 약점이 없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고 갈증이 전혀 없는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 약점과 갈증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내 입으로 내 자신의 문제를 먼저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과 노력도 진행 중이어야 한다.
먼저 이야기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밝혀질 경우에 대비한 프로토콜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감추려고 하는 사람은 그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가스라이터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떼어놓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어중간한 태도로 가능할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내가 연락을 하지 않으면 그들이 포기할꺼라 생각해도 큰 오산이다.
이 지역에 제일 미친X이 누구인지 제대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혀를 내두르며 달아날 정도로 말이다.
6 그리고 알아야 한다.
가스라이터들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며, 독립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결핍이 있고, 연약하며, 상처가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확고한 의지가 있으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한 사람을 싫어한다.
계속 고민하며 방황하는 사람을 좋아하며 흔들리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오랫동안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가족관계와 친구관계이다.
그것이 있는한 본인들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관계를 깨려고 시도해봤다가 깨지지 않으면 흥미를 잃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내 자신을 비롯해 내 주변 사람들이,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내 자녀가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길 바란다면 그들과의 관계를 지켜야 한다.
세상에 넘쳐나는 미치광이와 괴물들이 어디로 파고 들지 모르는 만큼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관계를 장시간에 걸쳐 잘 구축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제이든 / 슈퍼제너럴리스트
커뮤니티디벨로퍼 & PFC브랜드액티비스트
마인드트레이너 & 크리에이티브디렉터
COO / BRAND ACTIVIST
co-founder / PRIPER
Creator / META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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