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를 읽고……
1. 맨처음으로 육아에 대한 내용을 접했던 것은 중학생 때로 기억한다.
동네아줌마들의 아지트였던 미용실에서 잡지를 들춰봤다가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사랑이 가득한 부부관계가 중요하다고 볼드체로 떡하니 써 있었던게 기억난다.
내용을 훑어본 뒤에 미용실 안을 둘러보았다.
절반 정도는 내가 아는 동네아이들의 아줌마들이었다.
그애들이 어떤 애들인지 알고 있었고 그 아줌마들이 남편과 관계가 어떤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나를 비롯해 그 아이들이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미용실에 앉아서 하하호호 떠들고 있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몹시 짜증나고 그 자리가 불편했던 그때가 너무나도 생생하다.
2. 그때 그 아줌마들과 그들의 남편들도 죽지 못해서 살고 있었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전혀 배워본 적도 없이 어른이 되었고 그 상태에서 배우자를 만나고 어찌저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얼렁뚱땅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게 얼마나 지옥인지 그들은 인생을 통해 증명했고, 난 그것이 대한민국 전체의 출산율을 저하 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라의 복지도 형편 없지만 그 복지가 나아진다고 해서 출산율이 올라갈꺼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생활 = 지옥’ 이라는 공식이 대다수의 가정에 적용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마당에 경제적으로 몇푼 더 도와주고, 아이들 돌보는 시설 조금 보완 된다고 해서 마음이 달라질꺼라 생각한다면 그거야 말로 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하는거다.
3. 결혼하기 훨씬 전, 서점에 서서 우연히 손에 잡힌 육아서를 완독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둘러보니 그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그 책 외에도 많은 육아서들이 꽤 잘 팔리고 있었다.
머릿 속이 복잡했다.
이런 책을 읽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대부분 한번쯤 읽어본 적은 있지만 실천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
어딘가에는 아이를 잘 키우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정서적으로 좋은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들만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것일까?
어린시절이 불우했던 사람도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
난 부부사이가 좋지 못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일찍부터 자살을 동경하며 살았지만, 내게 더 오랫동안 살 수 밖에 없는 인생이 주어진다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를 낳는다면 절.대.로.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그런 가정이 되지 않도록 혼신을 다할꺼라고 다짐 했다.
4. 개뿔……. 다짐이 무색했다.
내가 원망한 이들이 A를 못해서 문제가 되었다면 나는 A는 잘하는데 B를 못하는 인간이었다.
결혼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종합예술인이 되어야 하는 거였다.
육아서에 써 있는 내용이 쉬울꺼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몰랐다.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육아서에 큰 맥락은 쓰여져 있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사람의 성향에 대해 알 수 있는 단서는 조금도 쓰여져 있지 않았다.
성향을 알 수 없으니 알고 있는게 먹히질 않는다.
이리저리 방법을 달리 해봐도 실패가 거듭될수록 방어막만 두터워진다.
사랑은 사업보다 백배천배 어려운 것이었다.
이 어려운 것을……
이 중요한 것을……
초중고 12년간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고 졸업과 동시에 전부 까먹고 쓸데도 없는 과목들을 주입시키느라고 갖은 애만 써댔던 교사들에게 세상의 모든 욕을 전부 쏟아붓고 싶었다.
5.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도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냥 위에서 시키는대로 일만 열심히 했던 노예였을 뿐이었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경험도 적은 상태에서 그나마 아는 것도 살아가면서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었을 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를 맡길 수 밖에 없었던 부모님이 안타까웠다.
그런 사람들이 대단한 줄 알고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던 그때의 내가 너무나 불쌍했다.
나 역시 모르긴 마찬가지고, 경험도 적지만 딱 한가지 만큼은 내가 더 나을꺼라는 생각을 했다.
내 아이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내가 알아야 하는 것을 계속 공부하고, 내가 경험해야 하는 것을 계속 경험하며 개선을 거듭해나갈테니 그 태도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6. 아쉬운 것을 말하자면 끝도 없다.
하지만 충분했다.
그 태도 하나로 충분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이 나에게 엄청난 칭찬을 해주고 있다.
이 어려운 것들을 모두 다 해내고 있다는 것에 긍지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육아 초기에는 근처도 가지 못했다.
하지만 끊임 없이 반성하고, 개선하고, 다시 도전하는 것을 반복했다.
내가 정신을 놓으면, 내가 포기하면, 내 아이들의 인생이 망가진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내 그릇이 종지그릇 만한 크기면, 내 사고방식이 폭좁게 고정 되어 있으면, 내 아이들을 작은 틀에 가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되지 않는거라면 찢어서라도 그릇을 넓혀야 했고, 아무리 관심이 없는 것도 필요하다면 때려넣어서 내 자신을 바꿔내야만 했다.
아이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고 하면서 정작 아이들을 위해 인생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는 패배감과 자괴감에 절어서 살고 있는 그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변화를 거부하는 내 자신과의 전쟁……
끝없이 올라오는 자존심과 트라우마와의 전쟁……
본질이 무엇인지 더 공부하고 깨닫고 나면 그 본질에 맞춰서 내 자신을 개조하고, 내가 알고 있는 본질이 전부는 아닐꺼라는 생각을 하며 더 공부하고 더 깨닫고 더 개조하면서 육아에 임했다.
7. 처음에는 ‘세상에서 가장 쉽다‘는 표현이 너무 거슬렸다.
하지만 글을 잘 읽어야 한다.
‘쉬운’이다. ‘어려운’의 반대이다.
‘힘들지 않은’이라고 써 있지 않다.
본질육아가 가장 쉬운 육아라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 본질을 깨닫고 그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 내 자신을 그 본질로 향하게 만들고 그 본질에 맞춰서 조정해나가는 과정이 매순간 ‘유격조교양성훈련’보다 힘들었고 ‘사업’보다 힘들었고 그냥 내 몸과 정신을 찢어버리는 것과 같은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어렵진 않았다.
명확했으니까.
그게 옳다는 것이 확실했으니까.
그 본질에 맞지 않게 나쁜 습관이 박혀 있는 내 몸뚱아리와 정신머리가 문제이지 그 본질이 문제인게 아니니까……
내 모든 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자책과 자괴감에 빠지지 않아야 하기에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과정’ 그 자체에 긍지를 실었다.
목표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이 과정에서 죽을지라도 그곳을 향해 끝없이 걸어갔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 삶을 충분히 칭찬할 수 있었다.
내 새끼를 지키기 위해 이 정도도 못하면서 그게 무슨 부모냐고 외치면서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모든 방해요소들과 전쟁을 치뤘다.
8. 난 개인적으로 결혼이나 연애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산은 얘기가 다르다.
그래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왠만하면 출산은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함부로 생명을 탄생 시키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각오 없이 아이를 낳았다면 이제부터라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그것만큼 무책임하고 비겁한 말은 없다.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가 우주의 전부이다.
그 우주를 코딱지만하게 만들어놓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고, 차가운 색으로 채워놓고 네 인생을 살라고 말한다면 그건 정말 비겁한거다.
아이들의 나이가 20세가 되기 전까지는 목숨 걸고 잘 살아야 한다. (그 중 10세전까지가 제일 중요)
우주를 넓혀줘야 하고, 우주의 질서를 잡아놔야 하고,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고, 다양한 색을 채워야 한다.
그리고 난 뒤 성인이 된 자녀에게 당당하게 말해줘야 한다.
이제부터 네 인생을 살아가라고……
너만의 우주를 만들어나가라고……
9. 본질에서 벗어나면 개고생하고 삽질만 하고 온갖 불편함과 불행이 가득할 수 밖에 없는게 인생이다.
그런데 그 본질이라는 것은 책 몇권 읽는다고 깨달아지는 것도 아니고 경험 몇가지 한다고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걸 모르고 살아갔던 사람들의 인생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바라보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선배들의 인생을 보고 배우지 못한다면, 본인 인생이 무너진 뒤에야 시작하는 수 밖에 없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
모르는데도 알고 싶지 않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
알고 있다고 자만하고 더 알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것도 어쩔 수 없다.
망한 사람들을 보면서 정신을 못차리면 본인이 망해야 알게 된다는 것도 ‘본질’ 중 하나이다.
난 매너리즘에 빠지려다가도 주변사람들을 보면서 정신이 퍼뜩 든다.
자칫 잘못하면 겨우겨우 만들어나가던 아이들의 우주를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에 등골이 서늘하다.
그러니까 끊임 없이 공부할꺼다.
끊임 없이 개선할꺼고…..
끊임 없이 도전할꺼다.
내 새끼를 내가 지키기 위해…
제이든 / 슈퍼제너럴리스트
커뮤니티디벨로퍼 & PFC브랜드액티비스트
마인드트레이너 & 크리에이티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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