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도파민형 인간‘을 읽고……
책을 읽는 내내 지난 날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다.
내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채 상황에 휩쓸려다녔던 순간들이……
술과 약과 쇼핑을 제외하고는 일,도박,음식,담배,섹스 등 이 책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중독에 빠져본 경험이 있는 나로써는 사례 하나하나가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결과중심의 미래지향적 도파민에 절대적인 지배를 받던 사람이었다.
그때 일일 비롯한 대부분의 중독에 빠져 있었는데 ‘좀처럼 정복이 되지 않는 아내’를 만나게 되면서 점차 외부적인 중독에서 하나씩 벗어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모든 이성과의 만남이 그러하듯 내게도 아내를 만나는 것 자체가 도파민을 자극하는 일로 시작 되었다.
이 여자를 정복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고 내 무의식 세계에서의 정복의 의미는 일반적인 연애형태와 마찬가지로 자주 만나며 나의 장점을 인지 시키고 신뢰를 만들고 섹스를 하고 나에게 의지하게 만들며 더더욱 나와의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아무리 만나도 내 장점을 인지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는데 본인이 원한다고 먼저 의사를 밝히고 본인이 섹스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나에게 조금도 의존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으며 언제든 헤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주기까지 했다.
이전의 여성들은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나를 소유하고 싶어했고 내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고 싶어했다.
금방 권태기가 왔고 곧바로 바람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내는 결혼 전에도 결혼 뒤에도 나를 조금도 통제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가 어떻게 한 여자만 만나고 살아~ 모르게 적당히 풀면서 살아~” 라는 말을 하며 이상한 거리를 두는 듯 했다.
물론 여러차례에 걸쳐 남자에 대해 실망하게 되고 불신하게 되면서 무시하는 마음에 그랬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내는 나를 소유하려고 하지만 않았을 뿐 결혼생활에는 상당히 충실한 사람이었다.
도무지 정복 되지 않는 스트레스에 엉뚱한 곳에서 도파민 자극을 얻으려고 했지만 항상 아내 생각이 났고 결국은 현타 속에서 엄청난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그러다가 몇번 심각하게 걸리기도 했고 이혼 위기도 겪었지만 아내는 결국 나를 밀어버리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방황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복되지 않는 본인을 끝없이 정복하고자 하는 나의 열정이 느껴졌다고 했고 그래서 기회를 준거라고 했다.
그러다가 아내가 스스로 얼음벽을 허물고 10년간 허락되지 않던 거리를 좁혀 오는 일이 생겼다.
오랫동안 외롭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며 다가왔고 그때부터 우리는 서로를 공부하고 인생을 공부하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는 것이 시작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난 그 시점부터 모든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난 것 같다.
미래지향적 도파민이 가져다주는 상실감 보다 세로토닌과 같은 현실지향적 호르몬이 가져가 주는 당장의 충족감이 나를 사로 잡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자그마치 10년간 정복되지 않던 대상이 내 노력으로 정복되기 보다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노력을 해보겠다는 시작점을 보인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눈앞의 목표를 꼭 달성해내고 말아야 한다는 도파민 중독적인 강박을 갖고 있었던 내게 아내는 가장 큰 강박적 목표가 되어 주었고, 그것을 절대로 이룰 수 없다는 좌절감을 준 상태에서, 아주 조금씩 현실지향적 호르몬의 충족을 밀어넣어준게 되어 버렸고 오랫동안 지치기만 했던 내게는 그 이상의 행복이 없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에서 언급되었던 것 처럼 자극적이고 변칙적이고 새로운 대상에서 느껴지는 도파민 중심의 섹스를 할 때 느낄 수 없었던 만족감이 정서적 안정을 느껴가면서 극대화 되었다는 점이었다.
도파민은 줄어들고 아내에게는 옥시토신이 내게는 바소프레신이 뿜어져 나온 것인가? 우리는 점점 더 서로만 아는 팔불출이 되어갔다.
(이 책에서의 연구결과와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 우리는 섹스에 대한 깊은 대화를 이어가면서 미래지향적 호르몬과 현실지향적 호르몬을 모두 조화롭게 충족시키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지향적 호르몬 중심으로 바뀌게 되면 횟수가 줄어든다고 했는데 우리는 오히려 직전 대비 증가 하게 되었고 체력관리를 위해 조절을 해야 할 정도로 뜨거워졌다.)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아내가 초반부터 여느 여성들처럼 사귀게 된 시점부터 내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나의 정복욕을 일찌감치 충족 시켜주었다면 어땠을까?
지금까지는 현재의 좋은 감정이 더 일찍부터 시작 되었을 것 같다고 이야기 나눴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무렵의 내 상태를 고려해보자면 아내에게도 일찌감치 싫증을 느끼게 되었을 것 같다.
끝없는 도파민 중독 속에서 열정적인 삶 이면에 극심한 우울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던, 그래서 끊임 없이 다음 단계의 목표를 세우고 쉼 없이 치닫기만 했던 나를 아내가 서서히 조련(?)시켜준 것은 아닌지…….
아내에 대한 감사함이 온몸에 차오르는 것 같다.
나같으면 그때의 나같은 도파민중독인간과 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람이니까 그때의 나를 견뎠지……
그때 나를 적당히 무시하고 살았던 것도 정말 잘한 거라는 생각이 들고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보듬어주고 싶었다는 그 마음에 고개를 절로 숙이게 된다.
그 덕분에 많은 부분이 치유 되었고 난 더이상 도파민형 인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영국속담 ‘Hope for the best, but prepare for the worst’와 ’Stockdale Paradox’가 떠올랐다.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고의 꿈만 꾸며 사는 사람은 망한다.
최악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도 망한다.
최고를 꿈꾸되 최악을 준비하며 현실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구조라는 것을 다시금 새기게 된다.
도파민중독을 조장하는 한국사회의 특성이 놀라운 속도로 극빈국을 선진국으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자살률을 계속 증가하고 있고 가정들은 대부분 공중분해 된 채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현실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말은 모두가 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제멋대로 하는게 행복한 길이라고 말하는 이들과 일찌감치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 속에서 여전히 도파민중독을 조장하는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다리가 현실을 단단히 딛고 서 있어야 한다.
한 손으로는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고 있어야 하고,
다른 한손은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있어야 한다.
그 상태에서 함께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한가지 꿈이 아닌, 아주 다양한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는 인생 속에서 당연하게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두 다리를 현실에 단단히 딛고 서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사랑하며 계속 꿈도 꿀 수 있는 그럼 꿈을 꾸고 준비를 해야 한다.
그 밸런스가 깨져 있는 사람이 말하는 행복?
그것이야말로 가장 허황된 몽상이며 도파민중독자들의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새기게 된다.
어떤 얘기에 휩쓸릴지는 본인이 선택하는거다.
누구에게 인생을 배울지도 본인이 선택하는거다.
본인의 뇌가 지금 도파민중독상태인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고 자기통제의 훈련을 의식적으로 할 것인지 그냥 내버려둘 것인지도 결국 본인이 선택하는거다.
제 아무리 타고난 몸뚱아리를 탓하더라도……
환경을 탓하고 상황을 탓하더라고……
역사는 결국 본인의 선택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행복이라는 파랑새도 역시 본인의 선택 속에서 찾아지게 되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제이든 / 패밀리엑셀러레이터
커뮤니티디벨로퍼 & 마인드트레이너
COO / BRAND ACTIVIST
co-founder / PRIPER
Creator / META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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