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시대를 읽어라
어제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이와 엇비슷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아내가 "만약 내가 먼저 일찍 죽게 된다면 여러가지를 생각해봤을 때 좋은 사람을 빨리 만나 재혼하는게 낫지 않겠어요?" 라고 말을 하자마자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대답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만큼의 열정이 있었기에 당신에게 쏟아부을 수 있었지만 지금 다시 그때와 같은 시작을 하라면 너무 버겁네요. 그렇다고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도 좀 그렇고..... 저 혼자서도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으니 불편함 때문에 결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다시 사랑을 해야 한다는건데...... 결혼이라는 관계에 이르는 정도의 사랑은 전보다 훨씬 무겁게 다가오네요."
뭐가 무거운거냐고 묻는 아내에게 "그렇다면 당신 주변에 제 아내가 될만하고 우리 아이들의 엄마가 될만 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나요?" 라고 묻자 아내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오래전에 중국에서 함께 살았던 적이 있었던 중국직원 한명을 얘기하더니 그 친구 외에는 없는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인품에 있어서 존경하는 친구 입니다.) 그리고 제가 어떤 부분을 무겁게 느끼는지 충분히 알겠다고 하더군요.
이 책은 어제 우리 부부가 짧게 나눴던 대화를 한권으로 쭉 펼쳐놓은 책이었습니다.
왜 우리는 결혼하려고 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결혼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혼자 살고 싶어 사는 것일까?
왜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일까?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한 정답까지는 아니어도 그 답을 내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해주는 내용들로 가득하네요.
그리고 우리 주변에 혼자 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며, 이 사회 속에서 그들과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지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결혼이 정답이고 비혼은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기 위해 우리부터 인간의 삶을 좀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저희는 가정을 이루었고 주변의 부러움 속에 살고 있습니다.
독신주의 였던 청년들이 저희를 보며 결혼하고 싶어졌다는 얘기를 할 때 마다 결혼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며 뿌듯해하곤 했는데요.
그런 저희 조차도 배우자의 사별 후에 다시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결국 지금 우리도 결혼이라는 형태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 부부가 이루고 있는 감정적교감과 상호보완적인 관계 그리고 육아를 하면서 힘든 가운데 새롭게 깨달아가고 있는 가치와 의미등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책에 나와 있듯 그런 것들은 대부분 결혼이라는 제도 밖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