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가족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당신을 위한 생존 심리학

by BRAND ACTI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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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제 상태를 그대로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문제가 아닌데 제가 죽겠거든요.

우리 부부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데 우리 가정은 더할나위 없이 화목한데, 심지어는 부모님들과의 관계까지 나날이 좋아지고 있어서 삼대가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는데, 형제들, 자매들, 조카들의 문제들과 오랜 지인들의 가정사들이 첩첩이 쌓여나가면서 점점 피가 마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상황에 처한 이들을 위한 생존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제가 자처한 제 역할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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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을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철칙 중 하나가 '감정이입금지' 입니다.

슬프고 괴롭고 외롭고 우울한 사람들이 심리상담을 받기 때문에 그들에게 일일이 감정이입을 하다보면 내 감정이 터져나갈 수 밖에 없는데요.

저는 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심리상담사로써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그 철칙을 항상 어기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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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리상담사의 유형을 두가지로 나눕니다.

힐러타입(Healer-type) 심리상담사와 픽서타입(Fixer-type) 심리상담사로 분리하는 건데요.

따뜻하게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어루만져주는 역량과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줄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느쪽 비중이 높은 성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구분 짓고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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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힐러타입인 아내와는 정반대로 저는 전형적인 픽서타입 입니다.

저는 깊숙하게 파고드는 질문을 통해 내담자의 모순적 발언들을 끄집어 내고, 그 모순들이 각각 어떤 대치점을 갖고 있는지, 그 모순들의 특징들은 어떤 패턴을 갖고 있는지, 그것을 정체성화 시킬 경우 어떤 페르소나로 보이는지, 그 페르소나는 어떤 기억을 갖고 있으며, 어느 정도 성장에서 멈춰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것을 내담자와 이야기 나누곤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내담자가 벽 너머에서 머뭇거리는 경우를 발견하곤 하는데요.

그런 경우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상처가 있는거죠.

틀릴까봐, 실수할까봐, 실패할까봐,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주저하는거죠.

그런 닫힌 마음을 여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곁으로 가서 함께 하는 겁니다.

그 상황을 함께 해주고, 공감해주고, 함께 슬퍼 하고, 함께 기뻐 하는거죠.

결국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을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제 스스로 고통의 늪으로 발을 들이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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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입을 하지 않고 심리상담 하는 것은 일반 시가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멀찌감치 보이는 상대를 위해 총알을 쏟아붓는 전투와도 같죠. (대부분 총알을 쏟아붓는 사람은 내담자)

하지만 제 생각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마치 특수임무를 띄고 적진에 침투하는 특수전 상황입니다.

고통의 늪에 들어가서 상대를 만나고, 끄집어 올리고, 함께 탈출하는 것은 하나의 요인구출작전과도 같은 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깊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치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죽을 것 같이 힘들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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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놓고 나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죽을 맛이기도 합니다.

딱 적정수준으로만 구해야 할 것 아니냐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도 정말 죽을 맛 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큰 보람이 있습니다.

훨씬 큰 기쁨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죽을 맛을 느끼러 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뭐가 있을지 알 수 없는 그 심연 속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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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열흘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유난히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전쟁터에서만 수년의 시간을 보낸 것 처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얻은 것이 많습니다.

전혀 말문을 열지 않던 사람이 수다쟁이가 되었고,

생각을 하지 않으려던 사람이 멋진 생각을 하고 있고,

철옹성 속에 갇혀 있던 사람이 성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온갖 부질 없는 껍데기들을 갑옷 처럼 두르고 있던 사람이 그 갑옷을 벗고 수줍게 한걸음을 뗐습니다.

상처가 깊지만 뿌듯합니다.

피곤하네요.

좀 자야겠습니다.

상처를 치유한 뒤에 다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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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분의 가족들에겐 어떤 문제가 있나요?

Q. 여러분의 지인들에겐 어떤 문제가 있나요?

Q. 외면할 수 없는 문제들, 여러분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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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감사합니다. #문학테라피 @munhakther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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