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
불평등을 이야기 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아싸'고 기득권이 '인싸' 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도 정규직 보다는 프리랜서를 선호하고 있고, 자본부자 보다는 시간부자를 선호하고 있으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언스쿨링으로 키우고 있고, 부모가 갖고 있는 자산을 상속 받을 자산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 부부가 추구해나가고 있는 삶에 가장 큰 방해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저희 입장에서는 그들 모두가 '인싸'고 우리가 '아싸' 입니다.
그런 아싸 입장에서 바라본 세습 중산층 사회는 유난히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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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학교폭력에 시달리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가던 제게 학교공부는 배부른 소리였습니다.
미래의 꿈이란 것도 배부른 소리였고, 내일이라는 것 자체가 제겐 희망이 아니라 고통일 뿐이었죠.
부모님의 말씀과 선생님의 말씀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제가 어떤 고통 속에 있는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견해는 제 인생과 아무런 상관이 없을꺼라고 생각했거든요.
게다가 제 눈에는 그들 역시 부질 없는 것을 부여 잡고 간신히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불과했습니다.
저의 처지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인생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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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인 것은 게임에 빠질 뻔 하다가 책을 붙잡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시험시간에는 시험지를 쳐다보지도 않고 OMR 카드에 줄을 쭉쭉 그어서 제출할 정도로 학교 공부는 송두리째 거부했습니다만 책은 정말 열심히 읽었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읽었고, 책 속의 인물들이 저의 친구가 되고, 선배가 되고, 선생이 되고, 형제가 되고, 부모가 되어 저를 이끌어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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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는 복수(?)를 위해 신체를 단련하는 것이 제게 가장 중요한 이슈였고, 그 단련은 군시절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인싸의 삶을 살던 이들은 건달출신들과 무술인 출신들로 바글바글 했던 그곳을 지옥처럼 여기고 멘붕에 빠져 있었지만, 제게 그곳은 악당능력자들이 한데 모여 있는 감옥 같은 느낌이었고, 그들이 갖고 있는 기술들을(?) 모두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졌습니다.
저는 마치 무협지의 주인공이 된 것 처럼 그들 중에 특출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골라냈고, 그들이 제게 스승이 되어줄 때까지 두들겨 맞아가며 들이댔습니다.
그리고 결국 무술과 싸움 뿐만 아니라 미술과 사무까지 도제식 교육/훈련을 받고 제대하게 되었죠.
(군시절 동안 여러개의 이를 잃을 정도로 숱하게 샌드백 역할을 했지만 얻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준 군대를 저는 지금도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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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마주치는 건달들에게 일일이 시비를 걸고 다니면서 저를 괴롭히던 녀석들의 소식을 알아보던 중, 한가지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학창시절에 저를 가장 많이 괴롭혔던 녀석이 이른 나이에 광고회사를 차렸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저는 싸움으로 그를 꺾는 것 보다 비즈니스로 무릎 꿇리는게 더 잔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궤도수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일찍부터 저를 괴롭히던 불안증과 공황장애는 더욱 심해졌고 자주 느껴지는 인생의 허무함의 깊이에 매일 밤마다 악몽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허구언날 자살을 꿈꾸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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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정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습니다.
간절함이 깊은 만큼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집중력이 좋은 만큼 능력은 쉽게 길러진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능력이 뛰어나면 배경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좋은 배경에서 온갖 지원을 받으며 편안하게 성장한 케이스들은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모든 사고와 행동이 멈춰버리거나 또 다른 의존대상을 찾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깨달음들은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다면 그 어떤 성과도 의미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깨달음이었으니까요.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잘나 보이는 사람들도 온갖 불안과 고민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는 그 불안과 고민을 포장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그간 쫓던 것들이 부질 없는 것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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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부분에서 아싸의 삶을 살고 있는 제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싸들의 시스템은 모두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그 시스템이 영원할꺼라 믿고 그 시스템의 주요부품이 되려고 바둥 거리던 모두가 마치 컨베이어벨트가 멈춰버린 상태에서 덩그러니 놓여진 미완성 제품 처럼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을 뿐입니다.
사실은 5년 뒤 쯤에 다가올 기정사실이었다고 합니다.
10년 뒤 쯤에 맞닥뜨리게 될 위협이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코로나로 인해 갑작스럽게 현실이 되었고, 인싸들은 뿔뿔이 흩어져 모두 제각기 아싸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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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점에 세상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욱 더 강력한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이제는 더욱 더 강력한 컨텐츠의 시대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시점에 스스로가 불평등을 겪고 있는 서민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중산층 이상, 상류층에서 태어나 온갖 편안한 지원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에게 인생역경을 극복해낸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이 대다수의 응원을 받을 수 있고, 대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컨텐츠를 홀로 끄집어 낼 수 있을꺼라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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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전에도 수천년 전에도 부모 잘 만나서 편하게 올라가는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결국 망했습니다.
기껏해야 2세대, 길어봐야 4세대면 망할 가문을 바라보면서 부러워 하는 것도 허망한 짓입니다.
편안하게 올라가느라고 본인의 스토리커리어를 모두 망가뜨리는 이들 만큼 어리석은 이들도 없고요.
온갖 불법을 일삼으며 패악무도한 삶을 살아간 나씨일가만 어리석은게 아니라 불법은 아닐지라도 가진 자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가지려고 한 것 처럼 보이는 조씨일가도 어리석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어차피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모두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세상이라는 것을 읽어내지 못했고 부모가 교만한 나머지 자녀들의 스토리커리어를 모두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도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들의 차이라면, 나씨일가는 깨달음 없이 계속 망가질 가문으로 보인다는 점, 조씨일가는 깨달음 속에서 바닥을 치고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는 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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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회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선대로부터 내려온 가문의 습관 중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하는 것일까요.
내 세대가 시조가 되어 가문을 새롭게 세워나간다면 지금 시점부터 구축해나가야 할 정신과 철학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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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 그 엄청난 에너지들이 모여 만들어 나갈 사회적 위기는 어떤 것인지, 사회적 기회는 어떤 것인지.....
혹자는 불평등함에 대해서만 깊이 빠져 있을 것이고, 혹자는 그 위기를 딛고, 그 기회를 거머쥐게 될 것 입니다.
인류 역사는 항상 그렇게 반복 되어 왔습니다.
항상 불평등이 팽배 했고, 누군가는 그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싸웠고, 누군가는 그 불평등함을 이용해서 배를 불렸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세상 속에서 오는 위기에 파묻혀 버렸고, 누군가는 그런 세상 속에서 오는 기회를 찾아냈습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길을 걸을 것인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내 인생을 어떻게 설계해나갈 것인지,
이 풍진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