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누군가를 어떻게 그리고 왜 사랑하는가에 대한 과학
인류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인간들이 풀고자 했을 난제, “사랑이란 무엇일까?”.
저 역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자 적잖은 시간을 투자해왔습니다.
사랑에 빠져서, 사랑을 잃어서, 사랑을 구하고자, 사랑을 알고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죠.
세상적인 성공의 문턱까지 여러번 갔었지만 매번 그 선을 넘지 못했던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코 ‘사랑’ 때문일 것 입니다.
그 정도로 제게는 너무나도 풀고 싶은 난제 였습니다.
그 어떤 부와 명예 보다도 중요한 문제 였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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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감정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내가 좋아한다는 감정을 품고 있는 것이 중요한 줄 알았지,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 감정의 대상은 제게 계속 사인을 보냈지만 저는 알아채지 못했고 결국 표현하는 자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무언가 깨달은 듯 싶지만 그 다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자친구에게 데이트폭력을 당하고 있던 학원친구가 안쓰러워서 신경 쓰다보니 감정이 싹트게 되었고, 서투르게 다양한 감정적 시도를 했지만 상대는 저의 감정을 쥐어 짜면서 밀어내지도 더 깊이 받아들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만남을 통해 상처가 가득하다보니 한때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저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게 더 좋았습니다.
쉬웠으니까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 그 마음과 육체가 모두 내 멋대로 해도 되는 것 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더 큰 상처가 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인간인지 그 너머를 바라보는 순간 눈을 질끈 감고 도망칠 수 밖에 없었죠.
그러다보니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너무 무서워서 감정 없이 육체적 관계만 맺을 수 있는 사람들만 만났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겐 불가능 했습니다.
아예 한번의 만남으로 헤어지면 몰라도 여러번 관계를 맺게 되니 그 사람에게 감정이 생겼습니다.
그 사람도 제게 감정이 생겼고요.
결국 감정을 만들지 말자던 약속이 깨졌고 헤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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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감정이 생기지 않는 대상들과의 관계는 너무나도 쉬웠습니다.
특히 비즈니스라는 목적 속에서의 관계는 너무 간단했고 그 관계충족을 통해 돈을 버는 것도 너무나 쉬웠지만, 그 관계는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가장 깊은 감정부터 제가 알고 있지 못할 감정까지 모두 교감할 수 있는 관계를 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주제까지 이야기 나눌 수 있느냐가 상당히 중요했습니다.
어느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도 중요했습니다.
얼마나 깊게 들어갈 수 있느냐도 중요했습니다.
육체적인 관계가 아무리 깊다고 해도 마음의 깊이에는 비할 수 없이 얕았습니다.
저는 더 깊은 관계를 원했습니다.
더욱 더 깊어야 그 속에 제가 찾던 사랑이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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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10년 동안 끊임 없이 방황했습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이 살았으니까요.
다행인 것은 그 과정을 아내와 둘이 헤어지지 않고 함께 겪어나갔다는 점이고,
저희는 그 시행착오를 통해 자기 자신의 문제점을 각각 선명하게 깨우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때부터 한걸음 한걸음씩 고쳐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이인삼각경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둘이 어깨동무를 하고, 손을 꼭 붙잡고, 한쪽 발을 묶어놓고, 구령을 맞추면서, 어디로 갈지 멈춰서서 상의하고, 걷고, 달리고, 다시 멈춰서서 상의하고, 걷고, 달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우린 결혼 11년차가 되어서야 진정한 신혼이 시작되었고,
그 신혼은 6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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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삶이 느껴지곤 합니다.
저자가 깊은 사랑을 이미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상의 평범한 사랑들을 분석하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인지, 저자도 세상의 평범한 사랑들 범주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그것을 분석하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인지......
전자의 경우에는 책을 읽으면서 빙그레 웃음이 지어 집니다.
우리 부부가 경험했던 길과 도달한 곳, 그리고 계속 되는 도전들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조금만 더 가보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데, 그 전에 멈춰서서 그때까지의 경험만으로 정의를 내리고 더 이상 전진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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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 깊이를 맛보게 되면 플라토닉 사랑도 너무나 달콤하며, 에로틱 사랑은 전보다 더 짜릿합니다.
그리고 점점 깨닫게 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에로틱한 사랑이 없이 플라토닉한 사랑만 남더라도 이 사람과는 끝없이 사랑할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점점 확장 됩니다.
에로틱이 없는 플라토닉 사랑을 깨닫고 보니 그것이 내 아이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동료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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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설명하기가 정말 어렵네요.
설명을 하려고 할 때마다 너무나 막막한 것 같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그 어떤 어휘도 적합하지 않으니까요.
이전에 제가 알고 있던 사랑을 표현했던 그 어떤 표현도 지금의 제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무리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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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내에게 말하고 있는 사랑은 16번 변했습니다.
아내가 제게 말하고 있는 사랑도 16번 변했습니다.
첫해의 사랑은 10년에 걸쳐 옅어지면서 얕아졌지만,
11년째의 사랑은 그보다 훨씬 진해지고 깊어졌습니다.
12년째는 11년째보다 더욱 진해지고 깊어졌고,
13년째는 12년째보다 더욱 진해지고 깊어졌습니다.
그렇게 6년째.....
우리는 더욱 진해지고 깊어지고 있습니다.
매년 이 순간이 너무나도 황홀합니다.
그러면서 내년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게 되는 그 순간이 기대가 됩니다.
우리의 사랑은 얼마나 더 진해져 있을까요.
얼마나 더 깊어지게 될까요.
우리의 사랑이 진해짐에 따라 우리의 주변도 덩달아 진해집니다.
우리의 사랑이 깊어짐에 따라 우리의 주변도 덩달아 깊어집니다.
사랑이 흘러 넘칩니다.
사랑이 퍼져 나갑니다.
사랑은 물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사랑은 부어지는 것이었고, 차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은 흘러넘치는 것이었고, 퍼져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은 위대한 것이었습니다.
그 위대한 것을 맛보게 될 때,
그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고,
진정으로 영광스러운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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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원하고 계신가요?
Q.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