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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D ACTIVIST May 04. 2021

브랜드;짓다

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

몇일 전, 이름 짓는거 그까짓꺼 직접 하면 되지 뭐하러 그렇게까지 비싼 돈 들여서 하냐는 말을 하는 사업가가 2020년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한편 이해는 합니다.

어찌보면 기업보다도 더 중요한 사람이름도 직접 짓는데 기업이름 정도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듯한 이름 하나 만들어놓고 열심히 일하면서 계속 이름이 불리우다보면 그게 브랜드로 안착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대해서는 딱히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에 반론을 제기 할 수가 없습니다만 저 역시 15년간 브랜드를 셋업하는 일을 했던 사람으로써, 지금까지도 꾸준히 브랜드란 무엇인가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엄청난 설명욕구가 올라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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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을 단순하게 이름을 짓는다, 즉 네이밍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정말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그럴듯한 이름 만들어놓고 열심히 일하면서 불리우다보면....’ 브랜드가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네이밍은 브랜딩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네이밍은 여차하면 나중에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안그러는게 더 좋지만) 중요도에서도 차순위 일 수 밖에 없으며 네이밍보다 훨씬 중요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기업철학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창업주가 어떤 삶을 추구하며 살았는지, 지금 이 순간에는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며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우리가 존속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가 100년 뒤에도 쫓길 바라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것을 이야기 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을 제외한 상태에서 그냥 먹고 살려고 장사하는거고, 그냥 돈 좀 만지고 싶어서 회사 차리는 사람들에게 브랜딩이란 그저 작명소에서 이름 받아오는 것 만도 못한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그런 사람들에게 그들의 철학도 아닌 것을 “이렇게는 포장을 해놔야 그럴듯 해지고 고객들이 좋아합니다.” 라는 감언이설로 브랜딩 하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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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랫동안 그런식으로 일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오너의 개인취향에 맞으면서 고객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여지는 브랜드를 만들어주고, 그에 어울리는 로고디자인을 하고, 건축&인테리어컨셉을 잡고, 웹사이트컨셉을 잡고, 패키지디자인을 하고, 광고홍보물 제작을 하고, 박람회 준비를 하고.......

좋은 제품이 아니라고 생각되거나 그게 어떤 제품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라고해도 의뢰비용만 충분하면 서슴치 않고 일을 했습니다.

그때는 돈에 영혼을 팔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저 남들에게 연봉에 해당하는 돈을 한달만에 혼자서도 벌 수 있다는 것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라는 브랜드를 그렇게 가치 없는 자리에 처박아두었던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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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아선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는 고객들에게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척을 해서는 안되며 진정으로 그런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졌고, 따낸 프로젝트도 중단되기 일수였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극단적인 이상주의자가 되었다며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고,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일부러 돌아가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세도 기울고 가세도 기울고 전에 없던 어려움이 점점 늘어날 수 밖에 없었지만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브랜드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어떤 해결의지를 가져야 하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부터가, 우리 가족부터가 그 깨달음에 맞도록 살아가는 것이 ‘브랜드의 건강한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어려움이 어려움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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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짓는다는 표현, Building the BRAND 라는 표현 자체가 담고 있는 의미를 다시금 곰씹어 봅니다.

좋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땅을 잘 골라야 하며, 설계를 잘 해야 하고, 지하를 잘 파는 것으로 작업이 이어집니다. 

지하를 깊게 팔수록 안전하고 높게 세울 수 있습니다.

수백년이 가도 빛을 잃지 않은 멋진 건축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건축의 기초입니다.

브랜딩이 바로 그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었습니다.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정신적 토양을 잘 골라야 하며, 인생설계를 잘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내게 주어진 가족에 대해서, 내 아이들에 대해서, 동료에 대해서, 동료의 가족에 대해서, 이웃에 대해서, 친구에 대해서, 진정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고 깊이 있는 관계를 다져나가는 것이, 그 과정을 통해 철학적으로 교감하고 이어져가는 것이 ‘지하를 깊게 파는 단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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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층 건설이 시작되고 있지 않으면 누구 하나 알지 못합니다.

완공 되지 않았을 때는 모두가 불안해합니다.

그 과정 내내 온갖 불평불만걱정근심이 온사방에서 쏟아져 나옵니다.

그것과 담대하게 맞설 수 있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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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더이상 다른 기업의 브랜드개발에 관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좋은 삶의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 기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런 기업의 시작에는 꼭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게, 그런 기업을 만난다는게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그래서 쫓아다니며 찾는 것 보다는 우리 자신이 먼저 브랜드가 되어 보이기로 했습니다.

저와 아내가 먼저, 두 아이가 이어서, 우리 네식구가 먼저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가문을 시작해 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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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좌충우돌 합니다.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실수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기로 했습니다.

천번을 흔들리고 실수하고 이리저리 부딪히기로 했습니다.

천번의 담금질로 우리 안의 문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부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 여정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잘 알기에,

지금의 고통과 어려움이 우리의 멋진 히스토리가 될 것임을 알기에,

그만큼 잘 버텨지고 이겨내지는 것 같습니다.

10년 뒤가 기대 되고, 20년 뒤가 기대 됩니다.

그리고 50년 뒤가 기대 되고, 100년 뒤가 기대 됩니다.

우리는 그런 브랜드를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위대한 브랜드의 기초를 닦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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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분은 어떤 브랜드를 꿈꾸고 계신가요?

Q. 여러분의 삶은 그 브랜드와 일치하고 계신가요?

Q. 그 브랜드는 위대한 유산이 되어 확장 되고 대물림 될 수 있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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