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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각진 생각

회의의 생산성을 높이는
유일한 원칙

by 브랜드부스터 켄

혼자가 아닌 다수가 모여 회의를 한다면, 개인이 낼 수 있는 생각보다 더 나은 생각이 나와야 좋은 회의라고 할 수 있다. 단 하나의 원칙만 지켜도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나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원칙은 직무와 상황을 뛰어넘어 모든 회의에 적용될 수 있다.


각자 '자기 생각'을 가져온다


회의에 자기 생각을 가져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당연하게 지켜지지 않는 원칙이다. 못 믿겠으면 당장 최근의 회의를 떠올려보자. 거기서 자기 생각을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는지? 이 원칙 하나를 지키기 위해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 규칙이 필요하다.


회의 주제를 의문형으로 참가자에게 미리 공지한다.

참가자는 자기 생각을 문서로 정리해서 가져온다.

회의 시작 전에 서로의 생각을 읽고 숙지한다.

주장하고 반론하고 재반론해서 가장 나은 생각을 고른다.

조직에 결론을 공유하고 담당자가 실행한다.


회의 목적은 크게 업무 보고와 문제 해결, 두 가지로 나뉜다. 여기서 업무 보고는 주간 회의와 같은 정기적인 보고와 상사의 특별 지시로 하게 되는 비정기적인 보고, 두 가지로 다시 나뉜다.


사실 업무 보고를 목적으로 하는 회의는 소통의 흐름이 일방향이기에 회의로 보기에는 어렵고 굳이 회의가 아니어도 1:1, 전화, 이메일, 메신저 등 대안이 있다.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거나 해결 방안을 다양하게 아이데이션하는 문제 해결 회의가 진정한 회의라고 할 수 있다. 보고할 때는 소통의 역학관계가 수직적이지만 문제 앞에서는 모두가 정답을 모르기에 수평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데이션은 보통 생산성을 잡아먹는 원흉으로 불리기도 한다. 히 브레인스토밍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다. 현장에서 바로 떠올리기에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고 문제 해결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사실 브레인스토밍은 즉흥적인 생각과 그에 대한 감정적 리액션, 충분한 사전 조사가 부재한 얕은 견해,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 수다를 불러올 뿐 별로 효과가 없다.


브레인스토밍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던 사람은 답 없이 뱅글뱅글 도는 피로함에 지쳤거나 그 때 나왔던 좋은 아이디어가 하루 지나면 이상하게 별로였던 기억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훈련 받은 퍼실리레이터와 숙련된 회의 문화가 없는 이상 시간 내에 적절히 통제하면서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브레인스토밍은 하다하다 도저히 안되었을 때 쓸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한 명만 생각을 가져오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못한 아이데이션이다. 보통 담당자가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방식은 업무 보고 혹은 정보 공유에 가깝다. 담당자가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가장 정보를 많이 아는 상황에서 피담당자의 서투른 질의는 감정을 상하게 할 뿐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가장 좋아할 과일은 무엇일까?'라는 회의 주제가 있다고 하자. 여기서 한 명만 '저는 사과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자기 생각을 가져올 경우 다음과 같은 회의 내용이 예상된다.


홍옥인 듯 한데 부사는 알아봤나요?
사과가 더 빨간 색이면 좋겠네요.
당도는요? 먹어 봤어요?
사과주스가 더 낫지 않아요?
과연 과일이 맞을까요? 채소는요?
(이미 근거를 말했는데) 왜 사과죠?
모르겠고 전 사과 안 좋아해요.


이렇게 되면 회의 내용은 사과에 집중되고, 사과를 어떻게 할지만 논의하게 되는 최악의 아이데이션이 된다. 사과가 아니라 다른 과일을 가져오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 또한 최악이다. 아이데이션이 아닌 아이디어 품평회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생산성은 낮고 회의 참가자들의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


아무 생각 없이 회의에 들어오는 건 직무유기다. 다른 생각에 기대어 생각하는 건 생각이 아닌 반응이다. 자신만의 관점과 전망이 있어야 성취가 있고 성장하는 법이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에 모여서 회의를 한다. 누구나 자기 생각이 얼마나 깊은지 알지 못하기에 타인의 생각을 기준 삼아 비교해야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다. 따라서 의견의 다름은 당연하다. 이 관점은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진화론과 일맥상통한다. 자신의 가진 생각의 원석을 다른 사람과 부딪쳐도 보고 깨져도 봐야 보석 같은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다.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생각은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의 예측은 어차피 정확하지 않다. 문가는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해결 괴정에사의 리스크를 줄이는데 필요하지, 답을 찾는 과업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하다.


자기 일이 아니거나 유관부서의 일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회의에 들어와서는 안된다. 회사일은 혼자가 아닌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구조이기에야 협조가 해당 안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최소 자신의 입장은 가지고 회의실에 들어가야 한다.


'고객이 가장 좋아할 과일은 무엇일까?'에 사과 외에도 배, 딸기, 포도, 수박, 참외, 키위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그 회의가 얼마나 품질 높은 결론을 도출할지 상상되지 않는가? 고객의 미각은 어떤지, 제철과일이 맞는지, 먹을 때 편리한 게 좋은지 등 고객의 욕망과 취향을 사전에 잘 정의했다면 과일을 정할 때 풍성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 순간이야 말로 단체의 지성이 개인의 소견을 뛰어넘는 순간이다. 회의의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자기 생각을 가져올 때는 반드시 문서로 정리해야 한다. 과일의 원산지는 어디인지, 과일의 생김새는 어떤지, 과일의 맛은 어떤지, 과일의 성분은 어떤지 등 문서 한장으로 과일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 유명한 아마존의 6페이지 양식을 따르지는 않더라도 문자와 숫자, 도표, 그래프 등으로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혀야 한다.


회의를 한 시간 하려면 하루 이상은 기꺼이 투자해야 한다. 최소한 AS-IS, TO-BE, 이득, 비용, 계획이 있어야 하고 내용이 구체적일 수록 다른 참가자의 구체적인 비판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건 TO-BE로 자신이 생각하는 이 아이디어의 임팩트, 기대되는 전망이다. 도착지가 합의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을 다듬다 보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고집을 부릴 때도 있을 것이다. 자기 의견에 확신을 가지고 주장하는 건 건전한 방식이다. 단, 욕심은 예의 있게 드러낸다. 그리고 상대방이 말할 차례를 주어야 한다. 상대방 역시 자기 의견에 욕심이 있을 테니까. 본인 의견을 명확하고 강하게 주장하되, 언제든 더 나은 의견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원래 의견을 버리는 태도가 중요하다. 영어로는 Strong Opinion, Weakly Held라고 한다.


각자 자기 생각을 가져온다는 제 1원칙을 보완하기 위한 세부 규칙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회의에는 의사결정자, 의사소통자, 의사실행자, 조언자, 딱 네 부류만 참석한다.

주제는 단 하나만 정한다.

메신저와 메시지를 구별한다.

사실과 의견을 구별한다.

회의 전에 정보를 충분히 공유한다.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은 따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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