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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부스터 켄 Mar 01. 2023

커리어에 치명적인
5가지 말버릇


원래 그래요

광고대행사 주니어 시절, 견적서의 단가를 문의하던 광고주에게 '원래 그래요.'라고 대답했다가 엄청나게 혼난 적이 있다. 내 입장에서는 입사하기도 전에 결정된 단가였기에 그렇게 대응할 수 있었겠지만, 광고주 입장에서는 불친절한 대응이었던 것이다. 그 뒤로는 말버릇을 고쳤다.


이거 문제 있는데요? 회의 시간에 5분씩 늦어도 괜찮아요? 왜 대표님 의견에 무조건 찬성만 해요? 새로운 전략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요청했는데 왜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을까요? 저 팀장님은 다른 팀원 뒷담화해도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이 없네요?

원래 그래요.


'원래 그렇다'라는 건 논리가 부족하고 설명하기 어려우면 저절로 나오는 보수적인 표현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더 이상의 대화가 불가능할 뿐더러 논의조차 어렵다. 보이지 않는 구조가 내 입을 틀어막는 느낌이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의문을 표현하거나, 변화를 시도할 때 당신의 입에서 '원래 그렇다'라는 대답이 자동으로 나온다면 반성해야 한다. 어떤 성취도, 어떤 성장도 없을 뿐더러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자매어로 '이미 해봤는데 안 되던데요?.'도 있다.



당연한 말이네요

회의적이거나 냉소적인 사람들이 주로 '그건 당연하죠'라며 상대방을 깎아내린다. 나는 회의적인 사람과 냉소적인 사람은 스스로에게도, 이 세상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본인을 지적인 존재라고 자부하면서 모든 사람의 머리 위에 있는 듯한 언행을 보이지만, 그들의 마음은 누구보다 가난하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남을 끌어내리는 사람들이다. 당연한 말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당연하게 실행되지 않아서'이다. 당연한 말이 말 그대로 실행되었으면 세상은 참 아름다웠을 것이다.


전략적으로 하나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버려야 합니다. 지표만 올리는게 능사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의 일관성을 지키는 데 필요한 지표를 올려야 합니다.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우리를 좋아하는 고객의 행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단계별로 기록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브랜드 경험과 고객 경험, 사용자 경험을 하나의 맥락으로 설계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네요.


희안하게도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자기계발 책 99%는 당연한 글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내용도 서로 닮았다. 심플하게 살아야 하고, 시간 관리를 잘 해야 하고, 좋은 습관을 만들고, 처세를 잘 해야 된다는 자기계발 책이 글쓴이만 바뀐 채로 끊임없이 자기복제를 하며 나타난다. 결국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에 따라 당연한 말은 진리가 되기도, 쓸데 없는 잔소리가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 ~인 것 같아요

보통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할 때 '개인적으로 이러이러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개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개인적인 말이다. 심지어 조직을 대표하는 리더의 말실수도 조직에 부정적 영향이 갈지언정, 결국 개인의 실책으로 귀결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속내는 거센 반대 의견을 받았을 때 최대한 방어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무책임하고, 면피용이며 받는 연봉값을 하지 못하는 시간 낭비적인 표현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반문한다. '개인적이지 않은 의견은 뭔데요?'


제 의견은 '이러이러 한 것 같아요'도 비슷한 맥락에서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명하지 못한 표현은 듣는 사람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불쾌한 감정을 유발한다. 그냥 대충 알아듣고 넘기면 되지 그걸 하나하나 따져야 속이 시원하겠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책임지는 사람들은 안다. 회의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런 표현을 쓴다고 상상해보자. 그 곳은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고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는 지옥과도 같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반문한다. '그럼 이러이러 한 것 같지 않은 건 뭔데요?'



솔직히 / 사실 / 정말 / 진짜

솔직히, 사실, 정말, 진짜를 반복하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솔직히, 사실로, 정말로, 진짜로 살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보통 상대방의 답변에 대응하거나 부가적인 설명을 할 때 쓰이는 부사어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솔직히, 사실을, 정말로, 진짜로 말하면 좋겠다. 마치 비장의 무기를 숨겨놨다가 꺼내는 느낌을 내고 싶었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큰 임팩트는 없다.



절대로 / 반드시 / 무조건

자기 확신이 과한 사람들은 상황 판단을 빠르게 단정하고 생각을 빠르게 종결하고 싶어한다. 인간이 인과관계를 좋아하는 뇌를 가진 이상, 이런 사람들은 꽤 믿음직해 보인다. 실제로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은 리더가 되기 유리하다. 그러나 불확실한 세상에서 예측은 불가능하다. 확률 높은 가설이 있을 뿐이다. 고민의 깊이가 얕거나 성격이 급한 사람일수록 명쾌하게 구분하고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으로 선동가, 정치권력자, 사이비 교주 등은 극단의 주장을 펼치며 불확실한 세상에서 불안에 떠는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적합하나, 너무 애용하는 사람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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