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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부스터 켄 Mar 03. 2023

피드백·조언·잔소리·오지랖

직장에서 누군가가 당신에게 말한다. 이제 당신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A안) 그 말에 따를 것인가?

B안) 그 말에 따르지 않을 것인가?


당신은 그 말을 따르면 정말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당신은 그 말을 무시하면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니까.


관점을 바꿔보자. 따를지 따르지 않을지를 결정하기 전에 그 말이 어떤 '의도'인지를 파악하면 결정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말에 숨은 의도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상대방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 (성장 or 통제)

2. 상대방이 나를 통제할 권한이 있나? (YES or NO)


두 기준에 따라 2x2 매트릭스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네 가지 개념으로 분류된다. 


[ 피드백 ]

상대방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 = 성장

상대방이 나를 통제할 권한이 있나? = YES


피드백은 주로 리더가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쓰는 도구다. 조직의 성과를 책임져야 하는 리더는 구성원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그의 태도와 과업을 평가하고 피드백한다.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피드백하려면 다음과 같은 5단계 과정이 필요하다.


피드백 5단계 과정

1단계) 리더는 처음부터 자신의 기대값을 구성원에게 명확하게 소통한다.
2단계) 리더는 구성원이 그 목표치에 얼마나 도달했는지 관찰한다.
3단계) 리더는 구성원에게 기대값과 도달값의 차이를 알려준다.
4단계) 리더는 넘긴만큼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고, 미달한만큼 부정적인 피드백을 한다.
5단계) 리더의 기대값은 바꿀 수 있지만 그 맥락은 되도록 바꾸지 않는다.


예시

기대값
"이 일은 데드라인이 가장 중요해요. 퀄리티는 이전에 했던 프로젝트와 비슷한 수준이면 됩니다." 

긍정적인 피드백
"데드라인보다 일찍 끝냈고 퀄리티가 이전보다 나아졌군요! 아주 잘했습니다. 특히 퀄리티 개선까지 신경 써서 진행한 건 기대 이상의 성과입니다."

부정적인 피드백
"데드라인 내에 끝내지도 못했고 퀄리티도 이전보다 낮습니다. 사전에 이야기했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기에 개선이 필요합니다. 혹시 일정을 지키지 못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또한 퀄리티가 낮아진 이유도 궁금합니다."


구성원은 리더의 기대값을 자신의 기준으로 잡고 과업을 완수하거나 태도를 보이면 된다. 과업이 끝나면 구성원은 열린 마음으로 피드백을 수용할 수 있다. 사전에 리더가 뭘 원하는지 알았기에 피드백 내용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만 던져놓고 끝내니까 온갖 문제점을 다 이야기하는 리더의 말은 구성원 입장에서 지적으로 들린다. 지적은 피드백에 비해 기분이 나쁘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나 놀래는 상황을 인간은 싫어한다. 당연히 피드백에 비해 지적은 구성원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 


태도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직장생활은 정답이 없고 리더마다 가치관의 차이가 존재한다.어떤 리더는 출퇴근 시간, 회의 시간의 엄수가 가장 중요한 태도일 수 있다. 어떤 리더는 업무 시간에 에어팟 끼고 근무하는 걸 용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리더는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해서 점심을 함께 먹는 걸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다.


리더가 사전에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업무 태도의 기준을 명확하게 밝혀준다면 구성원은 자신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이 기준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이야기하고 다시 이 기준으로 돌아와 달라고 요청하는 게 피드백이다.


이런 절차 없이 갑자기 왜 점심을 혼자 먹냐, 왜 업무 시간에 에어팟 끼냐, 왜 9시 회의인데 9시에 출근하냐고 말하면 그건 지적이고 구성원은 일시적으로 지시에 따르겠지만 감정이 상한다.


지적은 감정이 앞선다. 말하는 쪽도, 듣는 쪽도 기분이 영 좋지 않다. 감정만 쌓이고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 만약 구성원이 올바르게 성장하길 원한다면 지적보다는 피드백을 권장한다. 구성원 역시 리더의 기준을 사전에 파악해야 올바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 조언 ]

상대방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 = 성장

상대방이 나를 통제할 권한이 있나? = NO


상대방의 성장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피드백과 조언은 같다. 다만 조언은 강제력이 없다. 다시 말해 당신은 상대방의 조언이나 충고에 무조건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


리더가 구성원에게 피드백을 하면 권한에 따라 구성원은 해당 피드백을 수용해야 한다. 반면 팀원끼리 하는 피드백은 서로에게 영향력을 끼칠 권한이 없기에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며 이는 피드백이 아닌 조언에 가깝다. 일부 스타트업이 구성원 간의 솔직한 피드백을 장려하는 조직문화를 표방하지만, 인간은 권한 없는 피드백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다. 


조언은 상대방이 요청했을 때 도움을 주는 말이다. 상대방의 요청 없는 조언은 충고다. 인간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어있지 않으면 듣는 사람은 반발심이 들 수도 있다. 조언과 충고는 받아들일지 받아들이지 않을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드백보다 강제성이 덜하고 훨씬 마음이 편하다. 


참고로 리더가 구성원에게 과업과 태도에 대해 조언이나 충고를 한다면 그건 직무유기다. 예를 들어 리더가 '제 생각으로는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이 의견입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리더는 구성원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책임지는 사람이다. 구성원에게 받아들일지 말지를 선택하게 하는 리더는 얼핏 보면 민주적이고 되게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다.


[ 잔소리 ]

상대방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 = 지배

상대방이 나를 통제할 권한이 있나? = YES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가 강한 언어는 잔소리다. 리더는 구성원에게 잔소리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불가능하다. 부모는 아이에게 잔소리할 수 있지만 아이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잔소리는 권력의 지배 언어다.


조직의 상급자가 자신의 권한을 하급자를 통제하려는 데 집중하면 그 조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통제에 따르는 허수아비로 가득한다. 지배당하는 하급자는 반항하거나 순응할 수밖에 없다. 잔소리는 어디까지나 연인이나 부모님의 몫으로 남겨두자.


[ 오지랖 ]

상대방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 = 지배

상대방이 나를 통제할 권한이 있나? = NO


천성적으로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부류가 있다. 그들은 별다른 권한도 없으면서 끊임없이 참견을 한다.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타인을 끌어내리고 깎아내린다. 그렇게 해서 누군가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을 조금이나마 해소한다. 상대방의 오지랖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그들이 원하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무시하면 그만이다.


-


말을 판단하는 주체는 화자가 아닌 청자다. 좋은 의도라도 방법이 잘못되면 소용이 없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내 말을 오해했다'라고 변명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한 호흡 쉬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살다 보면 조언을 가장한 잔소리와 오지랖을 들을 때도 있고, 반대로 옆 부서 팀장님의 오지랖이 조언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당신의 인생이 달라진다.


반대로 내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지도 신경 써야 한다. 조언했는데 상대방이 오지랖으로 듣는다면 곤란하다. 피드백을 했을 뿐인데 잔소리한다고 반응하는 팀원을 보면 난감할 것이다.


개념을 알아야 판단하고, 판단해야 선택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의 최우선 순위는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이다. 남을 위해 말하는 것 또한 결국 본인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겉으로 손해 보는 것 같은 사람도 멀리 보기 때문에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면 꼭 자신만의 분류 기준을 만들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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