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다.

박동훈)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해서 따져서
그것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중략)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이지안)
인생의 내력이 뭔데요?

박동훈)
하, 몰라.

- 드라마 <나의 아저씨> 中

건물만 외력을 받는 게 아니다. 인간이 사회적 위치에 따라 받게 되는 외력을 사회적 압력이라 한다. 사회적 압력은 신뢰, 기대, 의무, 도덕, 편견, 선입견, 직업윤리, 책임, 오지랖 등으로 표현된다. 사회적 위치에 따른 사회적 압력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대만힌국 국민은 4대 의무를 가진다.

남자는 대범해야 한다.

남자는 위험한 일에 앞장서야 한다.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

여자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

자식은 부모님에게 효도해야 한다.

친구끼리는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

의사는 사람을 살려야 한다.

정치인은 청렴해야 한다.

종교인은 사리사욕을 채우면 안된다.

사람이 돈을 벌지 않고 꿈만 찾으면 안된다.

건물만 내력이 필요힌 게 아니다. 인간도 사회적 압력에 견디기 위한 내력이 필요하다. 내력은 동기, 욕망, 의지, 정신력, 멘탈리티, 자존감 등 여러 가지로 표현된다. 건물의 외력과 내력은 거의 변함이 없으나 인간은 평생동안 다양한 종류의 외력에 맞서 내력을 키워야 한다.

사회적 위치가 높고 희소할 수록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높아지고 여기에 비례하여 사회적 압력의 강도와 빈도는 높아진다. 지위, 권력, 돈, 명성의 증가는 외력의 증가를 의미한다. 건축가 유현준이 '높은 곳에서 시선을 많이 받는 사람이 권력을 가진다'라고 말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회적 이득을 많이 얻을 수록 그만큼의 외력을 견딜 수 있는 성숙한 내력이 필요하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내력을 키우지 않고 이득만 노리게 된다. 이들은 의무를 저버리고,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도덕적으로 행동하여 결국 외력을 이기지 못한 건물처럼 무너진다. 이따끔 뉴스에서 보는 연예인이 마약을 복용하는 이유는 모두가 자신을 주목하는 유명세를 견딜 수 없어 도피할 방법을 마약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리석은 기업은 수상 실적, 매출액, 사용자 수, 유명인사 영입, 연예인 모델 등 언론에 보도하기 좋은 것만 골라서 이야기하다가 무너진다. 실제로 이들의 내력을 들여다 보면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엉망이고,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이며, 지속가능한 조직문화도 없다. 보여주기 식으로 광고에 돈을 퍼부어서 만든 가짜 지표와 권한 없이 간판 용도로 영입한 유명인사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비도덕적이고 그릇된 압력은 없애야겠지만 사회적 압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사회적 압력은 우리가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인생을 살게끔 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력에 버티는 내력이 있기만 해도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다. 인생은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는 말은 그래서 유효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