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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부스터 켄 May 06. 2023

성장의 힘을 느낄 수 있는
10가지 이야기

1.

성장의 주체는 국가, 기업, 개인 세 가지다.


국가는 성장을 경제성장률로 표현한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GDP에서 작년 GDP를 뺀 값으로 작년보다 GDP가 얼마나 증감했는지를 표현한다. GDP(Gross Domestic Product)는 국내총생산을 의미한다. GDP는 한 나라에서 모든 경제주체가 1년 동안 생산한 최종재의 시장가치를 모두 더한 값이다.


GDP가 과연 완벽한 성장 지표인가는 해묵은 논쟁이다. GDP는 빈부격차를 반영하지 못한다. GDP는 자연파괴와 상관관계가 높다. GDP는 여가생활과 가사노동의 가치를 포함하지 못한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GDP만큼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없기에 지금도 세계 공통으로 쓰인다. GDP는 완벽해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 쓰인다.



2.

기업은 성장을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의 증가율로 표현한다. 이 중 순이익은 영업 외 손익까지 포함하고 조작이 비교적 가능해서 논란이 많기에 객관적인 지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증가율, 다시 말해 시장에서 돈을 얼마나 벌었냐와 벌기 위해 쓴 돈이 얼마나 되냐가 기업 성장의 관건이다.


많은 기업 중 요즘 들어 유독 스타트업이 뉴스가 되는 이유는 빠른 성장 속도 덕분이다. 스타트업은 시장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 변화를 만든다. 그 변화는 레거시까지 바꾸게 하므로 소비자에게 이롭다. 궁극적으로 세상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이 만드는 혁신의 존재 가치는 크다.


2022년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를 맞이하여 모든 기업이 다이어트를 실행하고 있다. 구조 조정과 희망 퇴직은 물론 채용까지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업은 물론이고 유명한 글로벌 기업도 이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직원 1만 2천 명을 감축했다. 메타는 1만 1천 명, 아마존은 1만 8천 명, 마이크로소프트는 1만 명을 각각 감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부터 왓챠, 오늘식탁, 탈잉, 샌드박스네트워크, 직방, 그린랩스, 뱅크샐러드, 패스트파이브, 데브시스터즈 등 이름 있는 스타트업과 기업이 줄줄이 폐업하거나 인력을 줄였다.


스타트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는 매출이 1인당 1~2억 원에 도달하는 구간이다. 이 지점만 잘 넘기면 업계에서 주목 받으며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다. 그래서 보통 이 시기의 스타트업은  급격하게 조직 규모를 키운다. 당장 필요해서가 아닌 앞으로의 성장을 대비한 인력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문제는 투자도 받고 인원도 늘렸는데도 더 이상 성장세가 가파르게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생산성이 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기서부터는 맨파워를 써서 만드는 생산성이 아닌, 효율적인 체계로 만든 생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했던 비효율이 드러나며 생산성을 갉아먹는 상황이 발생한다. 훈련되지 않은 면접관이 급하게 수준 낮은 인재를 채용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체계를 미리 세워두면 A급 인재 한 명이 해결할 수 있는 과업을 C급 인재 다섯 명으로 처리하는 꼴이다. 당연히 서로에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이렇게 급증한 인건비는 고스란히 기업 재무에 부담을 주었고 지금 그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AI의 생산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큰 조직 규모는 더 이상 기업 성장의 상징이 될 수 없다. 외형만 큰 가짜 성장이 아닌 문제를 많이/빨리/새롭게 해결하는 역량을 내재화한 '진짜 성장'만이 낙타를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해, 그 기업의 인원이 몇 명이냐가 아닌 그 기업의 구성원 각각이 '어떤 사람'인지가 해당 기업의 성장을 판단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참고로 CB INSIGHTS에서 분석한 '기업이 망하는 이유 여덟 가지'는 다음과 같다. 7번(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은 14%에 불과하지만 사실 7번이이야 말로 나머지 일곱 가지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조직 구성은 채용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Why some compnies can't make it all the way?

1) 38% 돈이 떨어졌다. ran out of cash/failed to capital

2) 35% 시장에 필요 없었다. no market need

3) 20% 경쟁사가 이겼다. got outcompeted

4) 19% 사업 모델이 문제였다. flawed business model

5) 18% 법적 규제 때문이다. regulatory/legal challenges

6) 15% 가격 책정과 비용 문제가 있었다. pricing/cost issues

7) 14%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not the right team

8) 10% 제품이 시대를 잘못 만났다. product mistimed



3.

개인의 성장은 국가와 기업처럼 숫자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인간에게 숫자를 부여하면 윤리적인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소득이나 자산의 증가를 개인의 성장으로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이건 반쯤은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정보이기도 하고 정말 부(富)가 개인의 성장을 표현하는 대표값인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국가와 기업과 달리 개인에게 성장은 의무가 아니다.


개인의 성장은 사랑, 우정, 행복과 같이 정의하는 사람 수 만큼 정의가 존재하는 추상적인 단어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성장 여부는 남이 아닌 내가 잘 알기에, 성장의 기준 또한 나만이 정할 수 있다. 따라서 개개인이 다른 성장을 일반화하기보다는 성장의 공통적인 요인을 찾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질문을 바꿔보자. '무엇이 성장인가?'에서 '무엇이 성장을 만드는가?'로 말이다.



4.

성장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다. 성장 의지가 없다면 노력을 하지 않기에 재능과 환경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간이 성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지혜로운 건 아니듯이, 회사 오래 다니고 연차가 높다고 다 일을 잘 하는 게 아니다. 같은 시간을 보내도 남다른 성취를 얻은 사람이 남다르게 성장하는 법이다.


맘바 멘탈리티(Mamba Mentality)는 NBA에서 가장 성장에 미친 선수인 코비 브라이언트의 정신력을 나타내는 별명이다. 어찌나 지독하게 훈련하는지 동료 선수들도 혀를 내두르다 어느새 그의 영향을 받아 더 힘껏 훈련하게 될 정도였다.


새벽마다 마이클 조던에게 전화를 걸어 기술을 알려달라고 간청하고, 카메라 플래시 때문에 슛을 놓치자 6시간 동안 햇볕을 보며 슈팅 연습을 하고, 다리를 다쳐서 휠체어를 탈 때도 슈팅 연습을 했다는 에피소드는 그가 얼마나 성장에 집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스피드, 퍼스트 스텝, 점프력, 손 크기, 사이즈, 파워 등 전반적으로 준수한 운동 능력을 가졌지만 NBA 톱클래스의 재능은 아니었다. 그는 최고가 되기 위해 시합이 없는 오프 시즌에도 고강도 훈련에 매진했다. 하루 6시간, 일주일에 6번, 6개월 동안 훈련하는 '666 워크아웃'은 이렇게 탄생했다.


666 워크아웃은 올림픽 선수들이나 소화할 정도로 힘든 훈련 프로그램이다. 새벽 4시에 기상해서 2시간 달리기, 2시간 슈팅/기술 훈련, 2시간 웨이트를 반복하는 이 루틴은 코비 브라이언트의 운동 능력과 기술을 크게 개선해 주었다. 팀 훈련과 타고난 재능에 만족하는 선수들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괴물이 되어가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가진 NBA 톱클래스의 재능은 다름 아닌 최고를 향한 '성장 욕구'였다. 이 욕구 덕분에 그는 NBA 챔피언 5회, NBA 파이널 MVP 2회, NBA 득점왕 2회, NBA 올스타 18회, 올림픽 우승 2회, 명예의 전당 헌액 등 눈부신 성취를 이룬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심지어 마이클 조던은 코비 브라이언트가 자신의 모든 기술을 훔쳤기에 1대 1로 붙어도 이기기 힘들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에 코비는 다음과 같이 답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모두 당신의 플레이를 따라 하고
나도 당신을 따라 했지만,
지금은 모두 나를 따라 한다.



5.

성장의 두 번째 조건은 명확한 목표에 따른 철저한 계획이다. 사람들이 하도 실행을 어려워해서인지, 의외로 계획을 무시하는 경향이 보인다. 심지어 계획은 어차피 바뀔 테니까 계획이 없어도 일단 실행하는 편이 더 좋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계획은 실행 뒤에 세우면 된다면서 말이다.


이런 조언은 의지가 많이 약한 사람에게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별로 영양가가 없다. 계획은 성장을 위한 방향을 가늠하여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 구별한다. 뿐만 아니라 실행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설정한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과 일본의 결승전. 일본이 3대 2로 앞선 가운데 9회 초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마지막 상대는 미국 대표팀의 주장이자 메이저 리그 최고의 타자인 마이크 트라웃이었다


오타니 쇼헤이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슬라이더를 뿌렸다. 트라웃의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고 일본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오타니는 모자를 집어던지며 포효했다. 드라마에서 볼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심지어 오타니 쇼헤이와 마이크 트라웃은 메이저 리그에서 한 팀이었다.


투수는 물론 타자로서도 훌륭한 기량을 발휘하여 14년 만에 조국의 우승을 이끈 오타니 쇼헤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세운 만다라트 계획표를 보면 그가 얼마나 계획과 실천을 잘해왔는지 알 수 있다. 



만다라트는 정중앙에 최종 목표를 적은 뒤 이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여덟 가지 주요 목표를 적고, 다시 여덟 가지 주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목표당 여덟 가지 지침을 적는 연꽃 모양의 계획표다.


오타니 쇼헤이의 만다라트는 고등학생이 작성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다. 그가 설정한 최종 목표는 8개 구단 드래프트 1순위인데, 이를 위해 몸만들기, 제구, 구위, 스피드 등 필요한 스킬뿐만 아니라 인간성과 운까지 챙겼다. 오타니 쇼헤이는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 리그에서 동시에 입단 제의를 받으며 목표를 달성했다. 


지금까지도 만다라트 계획표에 따르는 오타니 쇼헤이는 그라운드의 쓰레기를 주우면서 다른 사람이 버린 운을 줍는다고 말한다. 그를 보면 계획을 세워도 어차피 지키기 어렵다는 말은 정말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성실하게 실천하기만 하면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이 말을 현실로 만들기는 어렵다. 오타니 쇼헤이는 이제 겨우 29살이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6.

성장의 세 번쨰 조건은 노력이다. 이 세상 어떤 영역이든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운동 하나를 하더라도 기초부터 연습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노력은 반복으로 완성된다. 반복에 지치지 않아야 성장한다.


반복은 양이다. 양이 질을 결정한다. 피카소는 드로잉 1만 2,000점, 도자기 2,800점, 유화 1,800점, 조각 120점을 남겼다. 고교생 밴드에 불과했던 비틀즈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일주일에 7일, 하루 여덟 시간씩 무대에서 연주를 했다. 앞서 언급했던 코비 브라이언트는 새벽에 슛 연습을 할 때 매일 1,500개의 슛을 던졌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0년 동안 매일 3시간씩 총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도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무턱대고 노력하기 보다 루틴을 만들면 도움이 된다. 루틴을 만들려면 단순해야 한다. 해야 하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에만 집중한다. 방해되는 요소는 없애 버린다. 


전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몰라요.
날짜도 모르고요.
전 그냥 수영만 해요.

마이클 펠프스
미국 국가대표 수영 선수


(스트레칭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김연아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

 

굉장히 단순해.
네가 뭔가를 할 때는
그것에만 집중해.

코비 브라이언트
NBA 프로 농구 선수


제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회사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옷을 고를 때조차도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7.

성장의 또 다른 말은 실패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 못해본 것을 경험하고,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으려면 도전해야 한다. 알다시피 도전은 성공률이 낮기에 필연적으로 실패가 따른다. 실패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실패에 익숙해져야 성장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프로 농구 리그 NBA. 각 지역에서 내로라 하는 농구 선수들은 그곳에서 성공과 실패를 맛본다. '그리스 괴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야니스 아데토쿤보 선수를 보유한 밀워키 벅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밀워키 벅스는 이번 2023 시즌에 정규시즌 리그 전체 1위, 그리고 유일한 7할 대의 승률을 가진 팀이었다. 코치진과 멤버도 2021년 NBA 챔피언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예상과 달리 8번 시드의 마이애미 히트에게 패배하여 1라운드 탈락을 맛보게 되었다.


기자회견에서 야니스는 이번 시즌은 실패였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실패가 아닙니다. 성공을 위한 과정입니다. 마이클 조던은 15년을 뛰면서 6번 우승했습니다. 그럼 나머지 9년은 실패였나요? 당신의 질문은 잘못되었습니다. 스포츠에는 실패란 없어요. 좋고 나쁜 날이 있듯이 성공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이게 스포츠입니다. 항상 이길 수 없어요. 떄로는 다른 사람이 이길 떄도 있습니다. 저희는 더 발전하고 나아져서 돌아올 겁니다. 내년에는 최선을 다해 우승에 도전할 겁니다. 이 모든 건 목표를 위한 과정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우승하길 원합니다.


실패하고 회고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우리는 회고를 통해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다시는 같은 원인으로 실패하지 않도록 배운다.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는 2016년에 접어들면서 저조한 경기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연달아 패배하는 횟수가 쌓였고, 나이도 35살이 되어 여론이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집에서 아이들을 목욕시키다가 부상까지 당했다.


6개월 동안 재활하면서 페더러는 자신의 약점이 '백핸드'임을 발견하고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더 큰 라켓을 쓰기 시작했다. 벡핸드를 더 빠르게 구사하고 서브부터 승부를 보는 전략을 세웠다. 공에 스핀을 걸지 않고 직선으로 날아가에 하여 속도를 높였다. 이렇게 약점을 보완한 페더러는 라이벌 나달을 물리치고 우승할 수 있었다. 부상 전에는 나달이 가장 페더러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한 사람이었는데 드라마처럼 복수를 하게 된 것이다. 


실패할 거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 대체로 대충하다가 포기하거나 게으름의 결과를 실패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최선을 다하되 실패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회복이 빠르다. 차라리 빨리 실패해서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써야 하는 시간, 돈, 에너지 등의 리소스를 정해놓고 그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일부러 실패라고 규정하는 방법도 있다. 



8.

성장의 조건이 있다면, 반대로 성장을 방해하는 조건도 있지 않을까? 가장 흔한 방해는 우리 자신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계획만 세우고 시도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어렵게 시작하더라도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왜 포기할까? 


'보랏빛 소가 온다', '린치핀', ' 마케팅이다'의 작가인 세스 고딘(seth Godin)은 '파충류의 뇌'를 통해 인간이 왜 포기하는지를 설명한다. 요약하면 파충류의 뇌가 끝까지 방해하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파충류의 뇌는 동물이 진화를 거듭하면서도 파충류부터 인간까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위다. 인간의 뇌는 여기에 더해 변연계(감정)와 대뇌피질(생각)까지 가지고 있다. 파충류의 뇌는 배고픔, 공포, 이기심, 흥분 등 생존과 번식과 안정을 담당한다. 한 마디로 본능적이다.


보통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데 필요한 건 창의성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파충류의 뇌를 이겨야 가능하다. 일을 끝내야 하는 마감일이 가까워질수록 저항은 심해진다. 당신이 여기서 굴복하면 그동안 이뤄 놓은 걸 부수고, 미루고, 포기하게 된다. 합리화와 변명은 덤이다.


세스 고딘은 '가벼운 시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시작할 일을 신중하게 고르되, 시작은 신속하고 가볍게 한다. 어차피 저항은 디폴트 값이다. 초기 저항을 이겨내면 끝까지 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컴포트 존 역시 성장의 적이다. 컴포트 존은 환경이나 지금까지 해온 일이 너무 익숙한 나머지 변화를 거부하게 되는 안전지대를 의미한다. 대부분 변화를 만나면 안되는 이유부터 찾는다. 이게 심해지면 학습된 무력감에 빠지게 되고 지름길만 찾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쌓아온 매몰 비용이 아까워서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9.

성장 의지, 명확한 목표와 철저한 계획, 노력, 실패에 이어 마지막으로 필요한 요소는 바로 경쟁심이다. 경쟁 없이는 성장도 없다. 모두가 한 순간에 성장을 멈추기로 합의하지 않는 한, 누군가는 계속 앞서 나가고 희소한 자원을 독차지 하기 때문이다.


남과 경쟁해도 좋고, 과거의 나와 경쟁해도 좋다.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경쟁해야 의욕적으로 할 수 있다. 혹자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인생의 불행이라고 하지만, 비교하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는가? 비교는 인간의 본능이다. 현실과 본능을 무조건 거부하기 보다 현명하게 활용하는 게 바람직한 것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경쟁은 그 무엇보다 인생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앨리스)
왜 계속 이 나무 아래인 거죠? 제가 살던 곳은 이렇게 오랫동안 빨리 달리면 다른 곳에 도착하는데요.

붉은 여왕)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고.

- 루이스 캐럴, 소설 <거울 나라의 엘리스> 中


시카고 대학의 진화학자 벤 베일론은 붉은 여왕 가설을 통해 주장한다. '생명체는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 다들 열심히 경쟁하기 때문에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할 수 없다'


미국의 경영학자 윌리엄 바넷은 <붉은 여왕: 경쟁력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조직 진화 내의 붉은 여왕>을 통해 경쟁이 기업의 영속적인 발전에 도움을 준다고 역설한다. '경쟁은 기업의 성장을 위한 원동력이며, 경쟁을 경험한 기업이 실패할 확률이 적다. 승자가 되더라도 언제라도 경쟁을 통해 그 자리를 위협당할 수 있다.'



10.

성장은 선불이다. 먼저 단련해야 성장한다는 의미다. 단련하면 쌓이고 축적한 만큼 성장한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건 하나도 없다. 공부, 다이어트, 인간관계, 투자, 커리어, 이익, 심지어 열매 하나 맺는 것도 축적이 필요하다. 성실하게 연습하는 게 가장 시간을 아끼는 지름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장을 선 그래프로 그리면 우상향의 일직선으로 착각한다. 사실 성장은 계단형이나 J커브에 가깝다. 뭔가가 쌓여야 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의 진정한 이득은 바로 나타나지 않고 마지막에 얻을 수 있다. 먼저 지불하고 축적한다. 축적의 정점에 다다르면 수확한다. 다시 선불, 축적, 수확의 반복이다. 이 반복에 지치지 않는 사람이 성장한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단기 이익을 더 우선시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커도 당장의 이익이 달콤하다 보니 미래를 보지 못한다. 단련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에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정작 그런 인내심은 어리석은 사람들에 의해 어리석은 모습으로 평가절하 당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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