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드보이 Feb 05. 2018

[에어비앤비] 골리앗에게 고함

브랜드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 in 도쿄] 에어비앤비를 통해 일본의 오래된 가정집에서 머물렀다. 우리 가족 9명의 숙소였다. 완벽하게 새로운 여행이었다.
[에어비앤비 in 도쿄] 아이들은 이 낡디 낡은 판자집을 호텔보다 더 좋아했다. 이 안에서만 놀자고 했다.
에어비앤비의 초창기 사무실은 창업자들이 살던 아파트였다. 돈이 궁했다.
2006년에는 대선후보의 시리얼 박스를 팔아 빚을 갚았다. 오바마 버젼만 불티나게 팔렸다. 창업자들의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에 와이 콤비네이터는 투자를 결정했다.
애틀랜타에 위치한 나무집. 초창기에는 이런 특이한 숙소가 에어비앤비의 인지도를 높여주었다.
MBTI 검사 결과 세 창업자의 성향은 놀라울 정도로 달랐다. 이들은 서로의 차이가 성공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아직까지도 끈끈한 사이.
세계 최고의 사무실로 손꼽히는 샌프란시스코 본사. 아파트 월세 낼 돈도 없었던 청년들이 300억 달러짜리 회사를 일궈냈다.


"오늘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경제학 교수님이 소식을 전했다. 2008년 9월 15일의 수업 시간이었다.158년 역사의 세계 4위 투자 은행이 무너졌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직격탄을 맞았단다. 비우량 등급의 개인에게까지 대출을 남발했단다. 갚을 능력이 없는 자부터 무너져 내렸단다.

거품의 잔치가 종말을 고했다. 탐욕의 대가로 값비싼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미국의 5대 투자은행 중 3곳이 파산했다.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태풍은 전세계를 집어삼켰다. 세계경제 위기의 서막이었다.


경기의 한파는 내가 있던 일리노이 주립대에도 불어 닥쳤다. 그렇지 않아도 매서운 추위로 이름 난 곳이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 상당수의 유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국으로 돌아갔다. 남은 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친구들끼리 렌트비가 더 저렴한 아파트를 구하러 다녔다. 각자의 방이 있으면 양반이었다. 거실을 등분하여 커텐으로 막을 쳤다. '프라이버시'라는 말은 사치였다. 생존이 우선이었다. 혹독한 겨울이었다.


시작

같은 기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에어비앤비가 탄생했다. 초라한 출발이었다. 청운의 꿈을 품은 청년 셋이 뭉쳤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겠다. 직장을 때려 쳤다.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로 집결했다. 높은 집세가 발목을 잡았다. 사나이가 칼을 뽑기도 전에 무릎을 꿇을 판이었다. 기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 집의 남은 공간을 렌트로 줘볼까’. 궁지에 몰렸을 때는 그럴 듯한 아이디어보다 즉각적인 실행이었다. 때마침 샌프란시스코에서 대규모 디자인 컨퍼런스가 열렸다. 호텔은 진작에 예약이 찼다. 세 청년은 에어베드(airbed)와 아침(breakfast)을 제공했다. 맛보기였다. 어라, 잘 하면 이 걸로 먹고 살수도 있겠는데? 서비스를 다듬었다. 투자자를, 호스트를, 고객을 찾으러 다녔다. 그럼에도 성공은 요원했다. 끝없는 조롱과 멸시의 릴레이. ‘그것 말고 다른 아이디어도 있는거죠?’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 네요.’ ‘아들아 넌 지금 실직자야.’ ‘투자하지 않겠습니다.’ 수 년 뒤 이 모든 말들은 '헛소리'로 판명되었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에어비앤비를 경험한 고객 대다수는 브랜드의 추종자가 되었다. 호텔보다 ‘더 나은’ 경험이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규격화된 '방'이 아닌 호스트의 체온이 느껴지는 ‘집’이었다. 따뜻한 환대였다. 현지인이 되는 체험이었다.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유일함’이었다. 사람들은 깨달았다. ‘여행은 살아보는 것’ 이구나. 이 진짜구나. 에어비앤비는 선악과였다. 눈이 밝아졌다. 이제 호텔은 시시해 보였다. 도쿄의 힐튼이든, 뉴욕의 메리어트든 거기서 거기인 프렌차이즈였다. 숙소 선택의 기준이 '편리함'에서 '진정성'으로 넘어왔다. 여행 문화가 바뀌고 있었다. 에어비앤비가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세 청년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다.


3불 전략

베트남에는 20세기 최고의 전략가로 꼽히는 인물이 있다. ‘붉은 나폴레옹’이라 불리운 ‘보 구엔 지압’ 장군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을 격파한 전쟁 영웅이다. 초강대국 미국으로서는 20세기에 겪은 최초이자 유일한 패배였다. 지압 장군의 트레이드 마크는 ‘3불(不) 전략’ 이었다.


첫째, 적들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다.

둘째, 적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는다.

셋째, 적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싸운다.


지압 장군은 이 전략으로 미국, 프랑스, 중국군을 격퇴했다. 머릿수와 화력의 열세를 뒤집어버렸다.

에어비앤비가 호텔 업계를 무너뜨린 비결도 3불 전략이었다. 호텔이 만실이 되었을 때를 공략했다.(적들이 원하지 않는 시간) 세상의 모든 집이 숙소였다.(적들에게 불리한 장소) 집집마다 사연과 개성이 있었다. (적들이 따라 하지 못하는 방법) 세계 최고의 호텔들이 손써볼 새도 없이 당했다. 불과 1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압 장군이 살아 있었다면 이 모습을 보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으리.


골리앗에게 고함

이제는 사방이 적이다.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에 이르는 '성공한 이단아'의 숙명이다. 귀엽게 봐준 친구들이 헤비급 거물이 되어 돌아왔다. 기득권은 칼을 갈았다. 밥그릇을 빼앗긴 자들의 역공이 시작되었다. 시대의 변화가 버거운 자들의 발악이었다. 빈틈을 파고들었다. "호스트들도 호텔과 같은 수준의 안전과 위생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왜 저들은 똑같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나요." 특명을 하사 받은 정치인들과 로비스트들은 재빠르게 행동을 취했다. 소기의 성과가 나타났다. 뉴욕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에어비앤비의 비지니스가 불법이 되었다. 묵직한 한방 이었다.


그럼에도 에어비앤비의 성장 곡선은 꺾이지 않는다. 아니, 더욱 가속화된다. 거인들의 공격으로 인해 반체제문화의 선봉이 된다. 다윗의 위치에 오른다. 호텔과 정부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방해하는 골리앗이 된다.


골리앗들이 놓친 게 있다. 마케팅에서 전쟁이 이루어지는 장소 ‘소비자들의 마음 속’이라는 사실. 이미 에어비앤비가 점령한 영역이다. 골리앗의 공격으로 전세계 수억 명의 팬들이 단결한다. 다윗의 물맷돌이 되어 골리앗을 향해 날아든다. CEO 브라이언 체스키의 말은 골리앗들에게 내리꽃는 비수이다. "대세가 된 아이디어는 결코 죽일 수 없다." 다윗은 죽지 않는다. 오늘도 에어비앤비의 신화가 쓰여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