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NT 10계명/ 행동강령은 어떻게 만들었는가.
엘레멘트(LMNT)는 현 법인의 형식을 취한지 3년이 조금 지난 나이어린 벤처기업입니다. 저는 엘레멘트를 이끌고 있는 최장순이라고 합니다. 2015년에 독립을 하여 엘레멘트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가방 디자인과 브랜드 컨설팅을 동시에 진행하며 다른 사업자번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방 사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접었습니다. 사업은 잘 안될 수 있지만, 동료들과 불신이 생기면 함께 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3년간 쌓였던 불신의 상처를 뒤로 하고, 2017년 새로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이름은 동일하게 말이죠.
뒤늦게 회사를 회고하는 글을 쓰는 건,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일일이 답변하는 수고를 덜기 위한 꼼수 때문입니다. ^^;;; '복고, 과거로의 회귀는 퇴행의 징조'라고 믿는 편이어서, 되도록 과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다 보니, 어느 장소에선가는 더 질문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2017년 청담동, 압구정에서 터를 옮겨 제 고향, 마포구로 이사를 왔습니다. 당시엔 정리해야할 빚이 남아서 사무실을 얻을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합정동 '부엉이곳간'이라는 공유 오피스에 책상 하나를 빌려 일을 시작했죠. 감사하게도 유한양행에서 업무를 맡겨 주셔서, '뉴오리진'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부족했지만 그 비용으로 부채를 조금 덮었습니다. 그렇게 몇 개의 프로젝트를 더 진행해서 좁은 평수의 연남동 사무실을 얻었는데요. 회상해보면, 즐겁게 일했지만 초기 맨파워 셋업에서 매우 이상적이고 감정에 의존하여 최적의 효율을 낼 구조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인문학 공동체를 꿈꾸며 철학 박사님을 모시고 일을 했지만, 정확한 R&R을 만들지 못해 그 분께 상처를 드린 것 같고, 실제 실력이 모자란 친구를 가르치며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훈련시키고 최적의 포지션을 찾아가며 협업했지만, 결국 회사에 심각한 손실을 끼쳐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이 속도를 내야 함에도 최적의 경력직을 더 많이 배치하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돌이켜보면 비전을 공유하며 이에 공감할 실력자들을 찾기 어려운 이유도 있었습니다. 현실세계에서 '비전'은 '연봉'이니까요.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치며, 고군분투하고 지금까지 버티며 성장해왔습니다. 매출은 매년 2배씩 증가하고 있고(지난 해 영업이익은 손실을 기록했지만), 동료들은 점점 정교한 실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갑작스레 브랜드 전략을 요청하는 기업이 부쩍 늘었습니다. 하루에 1-2곳은 연락을 주고 계신데, 일주일 평균 5곳 이상의 기업들이 상담을 요청하며 타임라인과 견적을 의뢰합니다. 감사하게도 복잡한 비딩 절차에서는 열외시켜주는 기업이 늘고 있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개중에는 그냥 견적을 받아보는 곳도 일부 계시지만, 브랜드 경영의 전략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계신 그 마음은 잘 전달이 되더군요. 아쉽게도 저희는 행정인력 포함 10명밖에 안되는 회사(행정 1명, 브랜드 관련 8명, 비상근 가든디자이너 1명)라 그 많은 일을 다 진행할 수 없습니다. 정말 진지하게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기업들이 중복으로 몰릴 때에는, 일정을 예약하고 기다릴 수 있는지 여쭤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내부 디렉터들간 논의를 통해 저희 철학과 경영상 이슈에 부합하는 회사를 선정합니다. 최근에는 매우 아쉽게도 정말 좋은 프로젝트 몇 개를 거절하였는데, 그보다 프로젝트 비용은 훨 적지만 공동체에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프로젝트를 선정했습니다. 비용은 2-3억 차이가 나는지라 결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프로젝트를 선정합니다. 때론 기업측에 그런 임원이나 담당자들이 있습니다.
"돈 줄테니까 이런 것도 좀 해달라."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우리의 능력이 필요하니 도움을 달라는 부탁이 아니라, 돈 필요하지? 그럼 자질구레한 문서 작업좀 해와. 돈 줄게. 이렇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거든요.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저는 이런 태도가 오래 지속되면 거래를 계속하지 않습니다. 저는 가난했지만 구걸하며 살지는 않았고, 돈이 필요하다고 부정한 돈을 벌지 않았고, 돈이면 다 되니 무슨 사업이라도 하자는 식의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성장 속도가 남들처럼 빠르지 못한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SNS를 보면 다른 회사의 대표님들은 회사를 엄청 빠르고 멋지게 성장시키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는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마도, 제 동료들 역시 그런 심성과 태도를 지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소 멍청하게 우회하더라고, 우린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동료들을 위해 돈이 필요하면 똥도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일일 때 가능한 것 같습니다. '돈줄테니 똥 퍼라"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동료들의 삶의 질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아요.
뜬금없이 저희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제가 이끄는 회사에 대해 메타(meta)적으로 반성해본 적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안에 사로잡혀 허우적대며 하루하루를 지내온 탓입니다. 그래서 신년에는 새롭게 LMNT의 10계명을 정해서 동료들과 공유했습니다. 부분적으로 저희를 지지해주는 한 투자사와 주변의 스타트업들에게 영감을 받기도 했고, 제 오래된 삶의 태도나 철학이 반영되었습니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적은 행동강령이 아니어서, 모두에게 빚진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영상 대외비에 해당하는 9번째 계명을 제외하고는 상세히 공유하고 설명하려 합니다. 각자 조직에 비춰보고, 더 나은 의견으로 디벨롭해나가신다면, 저 역시 그렇게 디벨롭된 것들을 참고삼아 조직 운영을 더욱 진화시키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을 정리할 땐, 가급적 모든 영역을 포괄하면서 중복이 없도록 하는 전략 설계의 기본 원칙이 있죠. MECE라고 하죠.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상호배제와 전체포괄의 원칙입니다. 빠짐없이, 중복없이. 이런 작업을 하려면, 일단 사유의 영역, 그 대상을 정해야 합니다. 저는 아래와 같이 크게 4가지 영역을 선정했습니다.
1. 일의 방식
2. 일하는 태도/ 생활 태도
3. 일의 방법론
4. 일의 범위
각각의 영역에서 며칠 고민을 하다 나름 결론을 도출했는데요.
그 결과가 이렇게 정리가 되더군요.
1. 일의 방식 - Smart, Collaborative
2. 일하는 태도/ 생활 태도 - Artisan-boutique, Respectful, Money has personality
3. 일의 방법론 - Brand Technology
4. 일의 범위 - Branded X
각각의 키워드에 담긴 의미를 정리하며 스스로 질문합니다.
Smart
- 스마트한 방식의 일처리, 학습은 무엇인가? 우리끼리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우리끼리 안 된다면 어떻게?
Collaborative
- 종종 발견되는 후배들의 개인주의적 작업 태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자기 과업이 명확한데, 개인주의 극복이 가능한 것인가? 개인별 평가는?
Artisan-boutique
- 우린 오뜨꾸튀르 에이전시다. 최적의, 하이 퀄리티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의 노동 관련 방침은 어떻게? 주 40시간, 최대 52시간 근로 안에서 장인 정신 구현이 가능한가?
Respectful
- 언제나 옆 동네 무당이 영험한 법. 다른 회사의 문화, 다른 회사의 경력직, 다른 회사의 친구들만 부러워하는 나이브한 태도를 어떻게 바꾸지? 왜 동료들과 함께 레퍼런스를 만들어갈 생각보다 외부에서 레퍼런스를 찾는가?
Money has personality
- 돈에는 인격이 있다. 가난하건, 부자건, 서울이건, 지방이건, 남자건, 여자건 모든 인격은 존중받아야 한다. 부정한 것만 아니라면. 적은 돈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경영상 문제와 상충되면 어떻게 하지?
Brand Technology
- 브랜드 전략의 효율화 업무 시간의 단축. '지적 노가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 브랜드 전략을 정량적이고 기술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뜬구름 잡는 멋진 표현 따위로 묘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도 어떻게 하면 쉽게 브랜드 전략의 기술을 나눌 수 있을 것인가?
Branded X
- Branded everything이 우리의 대상이 아닌가. 그럼 모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결국 고급인력을 모실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
이런 고민들을 거듭하다가, 부족하지만 아래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1. 서로가 서로의 레퍼런스다.
2. 아이데이션은 수평적으로, 의결과 실행은 수직적으로.
3. 약속한 시간 대비 늦지 않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4. enough is not enough! 클라이언트는 눈이 높다!
5. 3일 이상 삐지지 않는다.
6. 돈에는 인격이 있다. 적은 돈도 차별하지 않는다.
7. 인사, 만사형통. 인사만 잘해도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다.
8. 회사는 우리 모두가 빌려쓰는 곳이다. 아껴쓰자.
9. 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일하기 위해 자동화 툴을 개발한다.
10. 브랜드가 개입되는 모든 비즈니스가 우리의 일이다.
You complete me. Help me, Help you.
사람이 가진 기본적인 태도가 오래 전부터 이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런 속담도 있죠.
"옆 동네 무당이 더 영험하다."
제가 창업을 하며 여러 친구들을 봐왔는데, 상당수가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바로 옆에 앉은 동료나 선배를 존중하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을 꺼내기 보다, 외부의 학원, 강의 기관, 블로그, 브런치, 페북을 전전하며 시간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말들을 가지고 옆 동료들의 생각을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종종 봤습니다. 같은 모자도 쓰는 사람에 따라 얼마나 잘 맞추고 소화하는지가 다른 것처럼, 모든 문화와 일의 방식에는 '적정선'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죠. 그리고 옆 사람과 집단지성을 구현할 수 있는 본인의 태도와 능력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그것없이 여전히 학생처럼, 외부에 배우기만을 거듭하는 태도로는 '자기다움'을 구축하기 어렵고, 그런 친구들만 가득하다면 결국 조직 내 '우리다움'을 만들기 어렵다 생각해요. 그래서 아래와 같은 구절들을 추가했습니다. (외부 교육은 장려를 하지만, 내부에서 배울 수 있는 걸 돈내고 다니면서 '그냥 별로였어요'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공통의 재산상 손실을 끼친 셈이죠. 옆에 있는 걸 돈 내고 밖에서 찾는 건 가장 어리석은 일입니다.)
옆 동네 무당이 더 영험하다?
— 답을 찾으러 외부를 돌아다니기 전에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 외부 클라스 수강 신중히!(수강 신청시 5분 스피치로 정리/ 발표할 것)
조직을 백과사전처럼 이용한다.
— 인사이트 주고 받는 시간을 미안해 말라.
— 사소한 대화법, 제스처 등 모든 게 배움의 대상이다.
최고의 복지는 최고의 동료다. 서로가 서로의 복지가 되도록 노력한다.
직급을 만들어야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초기엔 직급을 통일하기도 했었고요. 많은 스타트업이 직급을 두지 않고 수평한 문화를 지향한다고 하는데요. 지금까지의 제 결론은 '지금은 우리 조직이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3년차 막내 동료에게 프로젝트 방향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아직은 맡길 수가 없습니다.
어린 밀레니얼들은 습관처럼 'empowerment'를 이야기하지만, 저는 그들에게 묻습니다.
"자격(Qualification)"이 충분한 것 같아?
특히 저희 업은 발언 하나, 문서 하나, 이메일 하나에 실력과 권위를 실어서 내보내야 하는 그런 컨설팅업이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아요.
모두가 운전석에 앉아 운전하고 싶다 합니다. 자기들은 뒷좌석에 앉아있어서 차가 가는 방향을 모르겠고, 멀미가 난다고 합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너희도 운전석에 앉아있어. 우린 한 차량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고, 여러 차량으로 편대 이동하고 있는 거야. 편대가 깨지면, 맨 앞 차량만 도착할 수도 없고, 도착한다 해도 프로젝트는 망한 거야. 리서치를 담당하는 차량이 있고, 문서 디자인만 담당하는 차량도 종종 있고, 네이밍, 디자인 모두 각자 차량에서 자기 임무를 완성해야 하는 거야."
경력은 그런 차량간 밸런스를 줄 수 있는 역량이 되니 프로젝트 디렉팅을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신입부터 디렉팅을 혼자 하려고 하는 태도를 많이 봅니다. 귀엽긴 하지만, 자의식이 너무 강해 보여요. SNS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책임은 디렉터나 선배들이 지되, 충분히 교육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구조를 짜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직급을 도입했죠. 직급을 통일해버리는 조직의 문제는 직원들에게 '상승'에 대한 동기부여가 주어지지 않는 것도 있고, 모두가 같은 직급이기에 경력자가 후배들을 이끌고 멘토링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지적도 있더군요.
여러 대화와 고민 끝에 회사가 3년차가 되어 직급을 도입했습니다. 업무를 이끌어가는 권한은 조금씩 나누고 평가 기준도 달리하고 있고요. 그래서 아이디어 회의는 수평적으로 하지만, 의결과 실행은 수직적으로 효율을 도모하고 책임을 윗사람이 진다는 원칙이 세워졌죠.
경력과 역량에 맞는 직급체계
— 디렉터-수석-책임-선임-매니저
결정은 책임자의 몫. 팀원의 실수도 책임자의 실수다.
— 지시를 정확히 이해하고 제대로 실행했는데 그 행위가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을 때, 지시를 따른 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 충분한 질문으로 업무를 확실히 이해하고 수행한다.
아이데이션 시간과 의사결정 시간은 구분하여 일한다.
— 아이데이션시 아이디어를 막는 현실적 의결판단(예.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은 지양.
— PM은 아이디어가 충분히 모인 후,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 판단한다. 의결 과정에 있어
팀원의 참여여부는 PM이 결정하되, 의사결정의 충분한 이유를 설명하도록 노력한다.
많은 말이 필요 없는 당연한 말인데요. 십수년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더군요.
- 지각을 했는데 핸드폰을 보며 천천히 걸어오는 사람.
- 어차피 늦었는데 천천히 출근하자고 마음 먹은 사람(퇴근은 칼 같이 함)
- 선배와 클라이언트를 모셔놓고 그 때서야 회의 준비를 하는 사람
...
그래서 추가한 항목입니다. 저는 참고로 엄청난 지각대장이었고, 아침마다 달리기 경주를 하던 그런 직원이었습니다. 그 체력 덕에 지금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지각을 할 수는 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
— 지각을 안 하는 게 가장 좋고, 더 늦지 않으려는 노력하는 게 그 다음 좋다.
(모두에게 좋지 않은 태도 : 지각인데도 설렁설렁 걸어오는 태도.
어차피 늦었으니 할 수 없다고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
— 시간 약속의 범주 : 내외부 미팅(회의/ 상담/ 리뷰 등)
미팅 준비는 늦어도 5분전에 완료한다.
— 업무 동선을 고려하여 PM이 R&R을 할당한다.
(미팅 장소/시간 공유 및 리마인드, 회의실 정비, 클라이언트 컨택 등)
적당히 퀄리티를 내려는 '적당주의자'들이 많습니다. 물론 퇴근시간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결과를 가져오면 다시 해오라고 하죠.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근로기준을 지키며 퀄리티를 내는 건 경력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여튼 우린 퀄리티를 택하고 있습니다. 가급적 불필요한 초과 근로는 하지 말아야 하지만, 퀄리티를 내려면 밤에 일을 해야 합니다. 여러 고민으로 탄력적 유연근로제, 2주 평균 40시간제를 택했는데 일이 많으니 사실 워라밸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통계상 점점 개선되고는 있습니다. 어린 동료들은 이런 이야기 밖에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일을 빡세게 한다는 이야기 들으면 채용이 어려울 거라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입사한 이후 기대불일치가 더 큰 문제니까요. 그리고 적당히 일하고 싶은 친구는 애당초 에이전시에 발을 들이면 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의 퀄리티가 떨어지니까요. 결국 시간을 단축하려면 자기 실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에서만 실력을 기르려는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일상의 습관으로 자기 스스로 전문가가 되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는 눈이 생각보다 높거든요.
클라이언트는 적어도 우리보다 2배 이상의 눈높이를 지니고 있다.
— 자신의 방법과 결과가 최선인지 늘 자문한다.
— 자기 실력을 기르고, 자기 작업에 대한 설득논리를 강화해나간다.
동료 모두가 클라이언트다.
— 디렉터 참여 없는 피어리뷰(Peer Review)를 습관화한다.
— 서로에게 창피하지 않은 아웃풋을 만든다.
나의 경쟁상대는 ‘어제의 나’이다.
— 동료와 경쟁하지 않는다.
—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졌는지 늘 반문한다.
저희와 관계가 깊은, 한 투자사의 조직문화를 듣고 빌려온 생각입니다(그 투자사의 브랜드 디자인을 진행해드렸는데, 바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포트폴리오를 비핸스에 정리할 생각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서로 삐질 때가 있습니다. 삐지지 말라고 하는 건 폭력이죠. 다만, 주 5일 근무를 하는데 3일 이상 삐져서 표정도 안좋고, 아무 생각없이 조직에 해가되는 말을 툭툭 내뱉으면 함께 오래 생활할 수 없습니다. 표정과 입을 조심해야 합니다. 서로가 오래 우정을 쌓는 방식이죠. 이건 친구 사이에도 적용되는 거라 생각해요.
— 동료 때문에 마음이 상할 수도 있다.
마음이 틀어지는 건 ‘서로’의 문제다.
서로가 3일 내로 마음을 풀도록 노력한다.
— 주변 분위기를 해칠 정도로 삐진 상태가 오래 가면,
모두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조직-감정에 상처가 생긴다.
이 공식 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공계분들은 이 공식을 인문적으로 해석하는 제 나이브함을 용서하십시오. 대학 때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라는 책을 보며 느낀 바가 많습니다만, 이 글이 학술서는 아닌 개인 글이니 잠시 노여움을 거두소서.
질량을 가진 물체는 다른 질량을 가진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죠. 사물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겠지만, 돈이 꼭 그런 것 같습니다. 돈이 몰리면 돈이 따라붙거든요. 큰 판일수록 그렇죠. 하지만, 적은 돈도 역시 인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의 힘과 진정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은 돈도 차별하지 않는다.
— 돈의 크고 적음으로 프로젝트를 판단하지 않는다.
고객에게는 늘 최적의 결과로 보답한다.
돈에도 만유인력이 있다.
— 질량이 크면 클수록 인력은 커지고 주변 사물을 끌어당긴다.
— 사소한 지출을 아껴라. 적은 돈이라고 하찮게 여기면, 돈이 따르지 않는다.
— 적은 예산의 프로젝트를 차별하면, 큰 예산의 프로젝트도 따르지 않는다.
— 돈의 모든 인격을 존중하면, 모든 돈을 끌어당길 것이다.
인사는 조직 뿐 아니라 일상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돈도 들지 않습니다. 인사만 잘해도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사는 밝게, 차분하게, 천천히.
— 인사를 황급하게 하면 덕이 없어 보이고, 여유가 없어 보인다.
퇴근 시간에는 인사를 생략해도 좋다.
— 퇴근을 눈치주지 말자.
출근 시간에는 얼굴을 보며 인사한다.
— 프로젝트가 다르면, 서로 이야기할 시간도 부족하다.
아침에 얼굴 보며 나누는 인사가 최소한의 동지애를 만들어간다.
큰 조직이나 크게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은 청소를 따로 해주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우리같은 스타트업에서는 스스로 환경을 정비하죠. 돈을 많이 벌어도 자기 주변 정리는 스스로 하는 습관이 들었음 좋겠어요. 후배들에게 돌아가며 한 소리씩 들었는데요. 청소 아주머니를 모시면 어떻겠냐는 거죠. 돈을 쓰는 일은 쉽지만, 귀찮은 걸 안하려는 태도를 고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 여러 회사에서 채용을 하거나 회사를 홍보할 때 이런 말들 보게 됩니다.
"자기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다른 거 안하고, 일만 한다는 거죠. 자기 일만 집중해서 하고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건데요. 미시적인 생활에서 서로가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려는 노력없이 자기 일만 소화하는 건 '용병'을 양성하는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후배들은 종종 용병 같은 발언들을 해서 마음이 놀랄 때가 많은데요. 어쩌면 그들의 태도가 당연한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하더군요. 회사 보다는 '나'에 관심이 많은 게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공동체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귀찮은 일들은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업무와 돈으로만 모여있는 사람들이 아닐테니까요.
— 휴지는 보이는 사람이
— 전화는 먼저 들은 사람이 받기
— 계단, 대문 앞 청소, 조별 진행
— 쓰레기 배출 및 분리수거는 화, 목, 일
— 싱크대 음식 흔적 없이 깔끔히 정리
— 쓰레기 봉투는 하나를 다 채울 때까지 새 것을 사용 금지
— 자기 쓰레기는 자신이 분리수거
— 전기, 물, 회사 자산을 아껴쓰자
자세한 내용은 회사의 전략이니 생략할게요. 다만, Technology 차원의 무언가는 모두에게 필요한데요. 이와 관련한 별도 모임을 기획중입니다. 비공개 소규모 모임으로. 상반기 안으로 모임을 셋업할 거고, 비공개 초대를 드릴텐데, 그 분들에게 거절당하지 않는다면 올 해 안으로 무언가 정기 모임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저희 내부의 전략과 밀접히 연동돼 있어, 이 파트만은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려고 합니다.
저희는 '통합 브랜드 솔루션 디자인'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브랜드 전략, 고객 경험 여정 설계, 마케팅 프로그램 아이디어 개발,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 브랜드 내재화를 위한 조직 내부 브랜딩, 언어 경험 디자인, 시각 경험 디자인, 웹사이트 디자인/ 개발, 공간 아이덴티티 개발, 브랜드 연간 자문 등까지 사업을 확장해서, 고객사나 저희나 유의미한 경영적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외부에 우리를 화려하게 포장할 시간을 내지 못할 정도로 저런 업무들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일을 하다 보니, 브랜드는 '로고 중심주의자'들이 생각했던 상표와 로고 디자인에서 벗어나 상당히 많이 진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생각해보면, 상표에서 진화한 브랜드는 매개일 뿐이고, 모든 것이 기업의 경영을 돕기 위한 툴이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엘레멘트로 해석될 수 있는 모든 것(X, Everything)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우리 업이 아닐까싶습니다.
브랜딩은 자기다움을 구축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포괄한다.
— 비즈니스 구축에서 실행, 평가 모든 외연을 아우른다.
— 눈에 보이지 않는 철학과 전략에서부터 눈에 보이는 디자인, 상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아웃풋이다.
— 브랜딩이 적용될 수 있는 모든 분야가 우리의 탐구 대상이다.
지금 저희는 작은 힘을 모아, 일상적인 위대함을 만들어보려고 노력중입니다. 경영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부족한 CEO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고 이상적인 생각도 많습니다. 많은 대표님, 경력자 분들, 후배님들의 생각과 의견 공유가 있다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봅니다.
2021년 3월 23일
엘레멘트컴퍼니 최장순 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