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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NT, 우리가 동료를 뽑는 방법

엘레멘트컴퍼니 지원자 가이드

안녕하세요. 최장순[1]입니다.


일전에 채용공고를 낸 적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지원자를 받기로 했으니 다음 주 까지군요. 메시지로 많은 분들이 채용 절차에 관해 물어보셨어요.  페이스북 메시지를 잘 안쓰고 일일이 웬만하면 메시지로 답변하지 않는 편이라, 앞으로도 질문이 있을 것 같아 채용 절차 등에 대한 글을 적어봅니다.



먼저 자기 소개. 저는 지금 엘레멘트컴퍼니(LMNT COMPANY)[2]라는 브랜딩 에이전시를 대표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러스엑스의 전략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LMNT COMPANY(엘레멘트컴퍼니)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자. 우주인을 만날 수 있다. 아래 컨택 메일 코너만.


LMNT는 제가 2015년부터 독립하여 일군 회사고요, 당시 파트너와 서로 독립하면서 지난 해 새로운 사업자 번호를 받았습니다. 저희는 인문학자, 디자이너, 전략/기획 파트로 구성돼 있어요. 몇 가지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LMNT와 그 구성원들이 어떤 일을 해왔었는지는 아래 대략 소개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에서.)


지금부터 저와 제 동료들은 동료를 어떻게 채용하는지 말씀드릴게요.



기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서류 전형

2. 직무평가

3. 인터뷰(Tea-Time)

4. 최종 합격


한 단계씩 살펴볼까요?



1. 서류 전형

정말 최소한의 절차입니다. 전형적인 절차죠. 말 그대로 서류를 읽어보는 일입니다. 그런데 글 자체에서도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비슷비슷한 서류 안에서도 그 안의 느낌이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평판도 알아보고, 그 사람의 SNS를 살펴보는 일도 같이 진행합니다. 하지만, 이것만 보고 채용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어서 실제 그 사람이 포장한 글과 소셜 네트워크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진 않습니다. 십여년간 몇 번의 채용 실수를 직간접으로 경험하면서, 저만의 방식이 하나 생겼습니다.


일단, 자기소개를 위한 서류에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분들을 위주로 봅니다. 그리고 그런 서류들은 따로 출력해서 일과 후 집에 가지고 옵니다. 혼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조용히 그 서류 뒤에 있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읽습니다. 그러다 보면 대략 그들이 어느 정도의 진심을 가지고 지원했는지 보일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만나봐야 제대로 알 수 있죠.


몇 가지 TIP.

| 학점이 좋지 않다면, 왜 안좋았는지 써주세요.

| 학점이 좋고 스펙은 좋아도 자기만의 이야기가 없으면 매력이 없어요.

| 나를 왜 채용해야 하는지 서류에서부터 설득해주세요.

| 왜 다른 곳이 아니라 LMNT에 지원하는지 이유를 알려주세요.



2. 직무평가

디자이너는 본인이 작업한 포트폴리오를 소개하고 자기를 어필할 시간을 드립니다. 그리고 여러 질문을 드리고 편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전략/기획자는 본인이 평소 기획했던 작업물을 발표하셔도 좋고, 그런 것이 없다면 별도 과제를 내어드립니다. 그 과제를 해오시고 발표하는 것으로 직무 평가를 보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시험을 보기도 합니다. 신입의 경우엔 시험을 보고요, 경력자는 시험 대신 현실적인 것들을 위주로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험 문제는 제가 출제하고 다른 디렉터들과 상의하여 결정합니다. 브랜드 전략 및 네이밍,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등과 관련된 영어 텍스트를 제시하고, 그에 기반하여 몇 개의 문제를 풀어보는 유형, 크리에이티브 테스트, 간이 기획 및 현장 PT 등을 취사 선택하거나 조합하여 출제합니다. 2019년 신입 문제는 아직 출제하지 않아서 유형을 설명드리기 어렵네요.


신입의 경우에는 현업에서 하는 기술적인 능력은 갖춰오면 가점이 붙습니다. 모두에게 공통적인 사항 : 기본적인 글을 쓰는 능력, 요약 능력,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독해하는 능력, 긴 대화를 요약하는 능력, 문서 작성 능력 등은 필수입니다. 물론 디자이너의 경우엔 기본적인 툴(Tool) 또한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3. 인터뷰(Tea-Time)

어떤 분들을 보면 본인에게 좋은 결과가 오지 않는다는 걸 직감하면서도 끝까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잃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올해 초에 어떤 분은 저희가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는데, 본인의 포트폴리오와 지원서를 회사까지 직접 찾아와 문 앞에 두고 가신 분이 계십니다. 당시에는 채용을 할 계획이 없어서 그 분께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식사나 한 번 하자고 연락드렸어요. 저희 얼마 안되는 직원 모두와 같이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짧지만 인상 깊었던 만남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채용을 거절하는데도, 시종일관 미소와 굉장히 세련된 태도를 보여주시고 돌아가셨어요. 이런 분들이라면 무조건 가점이 붙게 되는 편이죠(You know who you are~! 혹시 보고 계신다면 이번에 어떠신지요?) .


최대한 편한 상태에서 함께 차 마시며 대화 나누는 시간이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비전, 이 직업을 택한 이유, LMNT를 택한 이유 등을 물어보게 됩니다.


*직무평가와 인터뷰는 저희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모두 참여합니다.


4. 최종 합격

저흰 작은 조직이어서 큰 조직처럼 단계가 많지 않아요. 이 단계에서는 역으로 저희가 지원자 분들께 제안을 하는 단계가 되어 입장이 바뀌게 되죠. '저희와 동료가 되어 주시겠습니까?'라는 제안을 드리는 단계이고, 그 분들은 다른 곳에 중복으로 지원하셨을 수도 있으니 일단 합격되었다는 통보를 받으면, 거래에 있어 우위를 점하게 되니까 튕겨볼 수도 있습니다.


입사 확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연봉 협상을 해야 합니다. 가급적 지원자들이 원하는 범위를 맞춰보려고 하는 편입니다만, 그 분들에 대해 저희가 느끼고 있는 '지각된 품질(Perceived Quality)'이 연봉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협상을 계속 합니다. 협상이 타결되면 입사가 결정됩니다.


4. 입사 확정후 근무

주 4일 근무합니다. 수습기간에는 5일 출근합니다. 물론 회사는 5일 운영됩니다. 서로 지혜롭게 날짜를 맞추어 한 달 주기로 쉬는 날을 정하면 됩니다.



수습기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으나, 원칙은 3개월. 수습기간 내 월급은 80% 지급합니다. 이 역시 그 능력에 따라 차등 적용합니다. 그 사람의 능력은 동료들이 함께 상호 평가합니다. 경력자의 경우엔 바로 업무를 나누어 진행합니다. 선수들끼리는 방향을 논의하고 방향 결정하고 집체전투, 각개전투를 펼치면 됩니다. 신입은 (능력에 따라서는 2년차까지 신입으로 간주됩니다) 중간중간 배워야 하는 과정들이 있는데, 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만들며 바쁘게 치고 가는 현장에서는 따로 마주 앉아 친절히 가르쳐줄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중간중간에 가르쳐주는 것도 길어야 30분. 그런 간헐적이고 반복적인 가이드와 안내는 프로젝트 팀에서 자유롭게 진행됩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면 되고, 전략/기획자는 브랜드 전략과 스토리 작성, 네이밍, 슬로건 개발 등을 진행하고 해보지 않은 영역에 대해서는 OJT로 훈련받습니다.


디자인은 로고 디자인을 포함하여 영업과 소비자 브랜드 경험에 필요한 시각 디자인 엘레멘트 일체(서식류, 패키지, 홈페이지, 굿즈, 광고물 등 커뮤니케이션 아이템...)를 디자인하게 됩니다. 아울러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 디자인 전략 수립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디자인 전략 기획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면 디자이너들은 네임을 만들거나 카피라이팅 영역에도 조금씩 기여하게 됩니다(물론 이 작업들은 주 업무가 아니고 아예 안할 수도 있습니다).


전략/ 기획. 크게 저희 회사에서 하는 브랜드 전략은 브랜드 가치 평가, 아이덴티티 전략, 포트폴리오 전략 등입니다. 아이덴티티 전략은 모든 회사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향가치를 추출하고 목표 이미지 체계를 수립하는 일이죠. 브랜드의 '좌우명' 같은 걸 만드는 일이라고 쉽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저희는 'BEATFIT'(LMNT의 방법론)이라는 프로세스로 도출합니다. 그 프로세스로 훈련받고 몇 번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혼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전략은 좀 더 어렵고 복잡합니다. 이 전략은 안해보신 분들이 대다수여서 꽤나 많은 공부와 현장 학습이 필요합니다. 포트폴리오 전략의 주된 영역을 나열해 보면, 기업의 많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들의 관계를 설정하는 법, 명명체계를 수립하는 법, 브랜드 통폐합의 이슈, 브랜드 확장 전략, 공동 브랜딩 시 브랜드 노출 전략 등을 정량적이고 정성적인 어프로치로 풀어가는 영역입니다. 이 작업을 위해 브랜드 자산(Brand Equity)나 브랜드 헬스(Brand Health) 같은 브랜드 가치 평가(Brand Evaluation)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기업의 포트폴리오 유형을 모두 외울 필요는 없으나 필요시 찾아서 볼 수 있는 정도로는 평소 공부해두어야 합니다.


그밖에 비전 체계 수립, 브랜드 슬로건,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 네이밍 등의 작업이 있고요, 이 작업은 취업 이후 함께 하면서 설명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인재상 같은 건 없습니다.


그건 정말 웃긴 일이잖아요? 대표자 취향에 맞는 인재상을 정해놓고, 그런 친구들만 모여 있으면 조직은 획일적 개성을 지닐 테니까요. 인재상은 없지만, 몇 가지 조건은 있습니다.


택시 기사님한테 막 대하는 분, 식당 가서 아주머니한테 막 대하는 분들 아예 오지 마세요. 그런 분은 저희들과 함께 할 수 없어요. 주사가 심한 분도 안됩니다. 내가 주사가 좀 있다 싶은 분은 그냥 지원하지 않으셨음 해요.

그 뿐입니다. 저흰 #학력필요없습니다. #전공도필요없습니다. 학력위조하지마시고요, 거짓포장만 안하시면 됩니다.


이제 저희들의 자기 소개 시간.


1. 엘레멘트컴퍼니 

제가 대표 디렉터로 있고요. 12년차입니다. 저는 <본질의 발견>, <기획자의 습관> 을 썼습니다. 제 간이 프로필은 여기 올려두겠습니다.


BX디렉터 경력자들의 프로필 함께 올려드립니다. 참고하시고요.


2년차 동료와 경영지원 부장님, 철학 박사님의 프로필은 생략합니다.

 

엘레멘트컴퍼니 매니페스토


LMNT COMPANY
우리는 메시지로 숨을 불어넣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 브랜드를 찾습니다.
우리는 브랜드에 대한 지식 구조와 역사, 메시지, 아이덴티티와 비전, 그리고 윤리까지도 공부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브랜드를 통해 찾아온 것은 의미를 지닌 엘레멘트들(elements)입니다.
우리는 엘레멘트가 가진 힘을 믿습니다.
이 힘은 시민들이 기업이나 자본에 속지 않도록 의식과 지성을 일깨우고 준비를 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오도된 인식의 동굴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힘써 도울 것입니다.
엘레멘트컴퍼니는 브랜드의 기본 엘레멘트에 집중합니다. 그 엘레멘트들은 브랜드가 진화하고 고객과 효율적으로 관계 맺는 본질적인 방식을 발견하게 해줄 것입니다.
우리는 브랜드는 삶을 살아갈 보다 나은 방법을 제시하는 자본의 언어라고 믿습니다.

롤랑바르트를 기리며




지원자 분들 저희 회사 궁금하시면 저희 홈페이지에 문의 메일 남겨주세요. 회사 소개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대외비들이 있어 공개적으로 올리지는 못합니다.


LMNT COMPANY(좌 클릭!!! 여기 들어가서 메일을 남겨주세요. 회사소개서 보내달라고 본인 이메일 남기면 부대표가 친히 보내드립니다. 회사소개서에 포트폴리오 일부 포함돼 있음. 메일 많이 남겨서 부대표 귀찮게 해주세요. )


2. 주 4일 근무

제가 전 직장에서 이미 2014년에 운영을 해보니 가능한 구조더군요. 일을 적당히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업무시간에 초 집중하면 야근도 거의 없어집니다. 주 4일을 하면 3일을 쉴 수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 같은 사람들은 쉬면서도 고민을 할 때가 많습니다.


3. 구성원 모두를 스타(Star)로! 강의 부수입까지

조만간 조직 개편이 있을 예정이고, LMNT인문경영연구소가 발족될 예정입니다. 외부의 훌륭한 전문가분들과 우리 내부 구성원들이 강의를 하고, 함께 토론, 워크샵을 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프로젝트 하며 같이 지내기만 할 게 아니라, 본인이 전문성을 기르고 그 과정이나 방법에 대한 내용을 강의하세요. 적극적으로 전문 강사가 될 기회를 드리며, 강의료는 부수입으로 가져갈 수 있어요. 하지만, 본인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


4. 해외 플레이샵

리프레시건 벤치마킹이건 최소 1년에 1회 갑니다.


5. 연남동이라는 장소

강남 좋아하시는 분들은 별로일 수 있겠지만, 홍대의 자유분방함이 좋으신 분들은 좋아하실 겁니다.  


여기까지입니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LMNT 홈페이지에 들어오셔서 문의 남기셔도 됩니다.


그럼. 안녕!


note

[1] 최장순입니다. 최창순 아닙니다. 최장준 아닙니다. <기획자의 습관>이 좀 팔리고 나니, 강연, 출간, 프로젝트 등으로 유수의 기업, 연구소, 단체, 출판사, 재단에서 연락을 받고 있습니다(좀 자랑). 조건들이 다 좋지만, 이름 잘못 기재한 곳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해도 다 거절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름 하나도 섬세하게 보지 못하는 곳과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편입니다.

 

대표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으시면 아래 기사 함 읽어보세요. 스크롤 압박 주의.

민중의 소리 : 최장순의 브랜딩 철학




[2] 엘레멘트컴퍼니입니다. 마찬가지로 엘러먼트, 엘리먼트, 엘레멘츠, 엘리멘트 아닙니다. 회사 이름 잘못 쓰면 감점 대상입니다. 섬세하지 못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거든요. 섬세한 사람들과 일하고 싶고, 섬세한 기업하고만 일하고 싶은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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