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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표 Oct 07. 2020

불안을 다스리는 강력한 방법

행복과 긍정의 조각들 모아두기

영화 <어바웃타임>

2013년도에 개봉한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는 국내에서 꽤 흥행했다. 관객수 약 350만 명이었으며, 명대사와 장면이 카드 뉴스 형태로 편집되어 SNS에서 수많은 좋아요를 모았으며,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로 꼽혔다. 영화는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남자 주인공 "팀" 위주로 흘러가고, 특별할 것 없지만 그래서 더 반짝거리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팀의 아버지는 팀에게 "시간 여행을 이용하여 하루를 두 번 살아보라"라고 조언하고, 팀은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하루를 두 번 살아보며 행복의 조각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더 이상 시간여행을 하지 않아도, 결국 인생은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며 그저 최선을 다해 멋진 여행을 만끽하면 된다는 것을.


불안의 파도

나는 감정이나 기분에 큰 굴곡이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끔 시작도 끝도 모를 불안이 몰려올 때도 분명 있다. 대게 그 상태는 길어야 반나절에서 하루정도면 끝나지만, 기분 좋은 일은 분명 아니다. 움직일 힘도 없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파도를 견뎌내듯, 입에선 짠내가 나고 몸은 물에 잠겨 무겁고 모래알이 따끔거리며 엉겨 붙어 있는 기분. 그리고 그건 내가 원하는 상태가 아니기에,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나로 빠르고 확실하게 돌아갈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시도해왔다. 예를 들면 음악 듣기, 산책하기, 땀 흘리는 홈트레이닝, 수영, 책 읽기, 요리하기, 일기 쓰기와 같은 일들. 실제로 이 모든 방법들은 도움이 되고, 습관이 되기도 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방법은 "having note 쓰기"다.

부담없이 자주 쓰는게 중요!

Having note는 <더 해빙>이라는 책에서 알게 되었는데, 일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Having note는 나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그 순간들에 내가 느낀 행복과 긍정적인 기운에 집중하여 기록한다. 처음에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what i have) 그리고 그 순간에 무엇을 느꼈는지(what i feel)을 나누어 기록하면 좀 더 면밀히 알고 기록할 수 있다.


아주 단순한 예를 들면, 오늘 먹은 맛있는 점심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what i have에는 오늘의 식사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나 시간적 여유, 좋은 식당을 소개해준 친구 K와의 우정 같은 내용을 떠올리며 적는다. what i feel에는 제철을 맞은 전어가 고소해서 맛있었다라든가, 친구 K와의 10년간 맛집 탐방으로 쌓아온 우정에 감사하다라든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월급 주는 회사와 열심히 일한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같은 내용을 캐주얼하게 적는다. 내용은 별 거 없지만, 적다 보면 생각보다 감사할 일도 많고, 행복한 순간도 많구나 싶다.

편하게 쓰고, 그냥 쭉 읽으면 된다

이렇게 시시콜콜한 일상의 having note를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같은 폴더에 묶어 기록해둔다. (에버노트 앱을 사용하면 기록하기도, 다시 읽어보기도 쉽다.) 그리고 불안의 파도가 이는 날 - 침대에 눌어붙어 무얼 먹기도 움직이기도 글 쓰기는 더욱 힘든 때 -그저 지난 having note를 쭉 읽는다. "쭉 읽는다"에 밑줄을 치고 싶은데, 이렇게 단순한 행동의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과거의 내가 적어둔 긍정적인 기운들이 모여서 나를 쉽게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불안파도의 방파제가 된다. 마치 <어바웃 타임>에서 시간여행을 하며 행복의 조각들을 발견하며 하루를 즐기듯이, 지난날의 내가 모아둔 조각들을 다시 만끽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좋은 점은 살아갈수록 having note가 쌓인다는 것이고, 방파제는 더욱 단단해지며 나 자신도 단단해진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믿고, 그 믿음이 다시 나를 일으켜 믿음을 쌓아가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인 셈이다.

쌓여가는 having note

7월 말부터 시작한 having note는 쌓여서 40여 개가 되었다. 어느 날 세찬 불안의 파도가 몰려와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든든한 지지대 벽돌이 40개 있다는 것이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파도를 막을 수도 없고, 파도에 넘어지는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을 순 있지만 다시 일어나기란 이렇게나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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