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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표 Oct 20. 2020

예비창업자의 첫 지푸라기

큰 지푸라기, 예비창업패키지 잡아보기

어렸을 때 봤던 드라마나 풍문에선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자주 나왔었다. 잘못하면 빨간딱지가 붙고 온 가족이 울고 주인공은 한강 다리로 가기도 하는, 방송용 클리셰 장면들. 그리고 사업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부모님의 사업을 물려받는 2세이거나 이미 자수성가한 사람들로 표현되곤 하여, 어떻게 사업을 해서 부자가 되었는지는 생략되곤 했다. 그렇기에 사업을 한다는 건 다소 극단의, 막연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곤 했었다. 그렇지만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도, 극단도 아닌 일상이 되어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이 생기고, 스타트업만 다룬 언론이나 채널도 있고, 나라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지원 사업은 <예비창업패키지>다.


예비창업자에겐 희미한 빛도 무척 밝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창업을 생각하는 예비창업자들의 아무것도 모르겠는 어두컴컴한 앞날에 꽤 큰 조명이 되어준다. 최대 1억 원의 지원금뿐 아니라 각종 교육, 멘토 매칭과 다른 예비창업자와의 네트워킹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을 해야겠다" 는 다짐 이후 내딛는 발걸음마다 희미하지만 현실적인 손길을 느끼게 한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예창패라고 불리곤 하는데, k-startup이라고 하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창업진흥 웹페이지에서 공고를 확인할 수 있다. 예창패는 종종 "특화"분야가 있는데, 내가 선정된 예창패는 코로나 시대에 맞춘 "비대면"특화였다. 지원 공고에 자신의 아이템이 어느 정도 맞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예창패는 보통 4월에 진행되는데, 추경에 따라 9월에도 모집하곤 한다. 규모는 그때 그때 다르지만, 보통 도합 1000여 명의 예비창업자를 선정한다. 여러 지원협회가 있는데, 공고문 및 모집 인원 등을 참고하여 지원하면 된다.

지원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이제 사업계획서를 써야 한다. 한글파일로 작성해야 하는 기본 양식이 있는데, 대부분 (1) 개요  (2) 문제 인식  (3) 창업아이템의 목적(필요성)  (4) 창업 아이템의 개발/사업화 전략  (5) 창업 아이템의 시장분석 및 경쟁력 확보 방안 (6) 자금 소요 및 조달 계획 (7) 시장 진입 및 성과 창출 전략  (8) 팀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해야 선정된다 라는 구체적인 룰은 없지만, 몇 가지 팁을 공유하자면 아래와 같다.


작은 팁은 작은 지푸라기!


1. 개요에 가장 많은 노력을 들일 것 : 간결하게 내 아이템을 설명 및 어필

 "개요"는 2-3장 정도로 이루어지는데, 굉장히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가장 핵심적으로 읽힐 페이지임은 자명하다. 단락을 나누고 번호를 매겨서 최대한 간결하게 내 아이템과 그 장점을 핵심적으로 짚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시험 전날 보는 요약 페이지처럼 포인트만 짚어 정리하면 좋다.


2. 그래프 및 도표를 적극 활용할 것 : 여러 줄 글보다 그래프로 한눈에 설명

 외국계 회사에서만 근무하던 나는 한글파일로 작성해야 한다는 것에 일단 당황했다. 한글 프로그램 자체를 초등학교 이후로 써본 적이 없는데! 워드 파일조차 잘 안 쓰는데 어떻게 작성하라는 것인지 막막했다. 그렇지만 핵심은 파워포인트이든, 워드이든, 한글이든 어쨌든 내용을 잘 모르는 대상이 이 문서 하나로 내 아이템과 지원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이해를 돕는 그래프 및 도표를 적극 활용한다면, 좀 더 간결하지만 확실하게 내 아이템을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시장성을 설명할 때나, 내 아이템의 단계별 진행을 보여줄 때는 줄글보다 그래프나 도표가 훨씬 낫다.


3. 팀 구성원은 강력하게 어필할 것 : 자기 자신의 경력도 어필

 비록 레주메를 자주 쓰긴 했었지만, 막상 나 자신에 대해 설명문으로 나열하여 설명하려 하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마찬가지로 이 문서를 보는 사람들은 나를 잘 모른다.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경험해왔고 어떤 걸 할 줄 알고 그래서 이 아이템을 하고 말 거라는 능력을 최대한 설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공동창업자나, 팀원이 정해져 있다면 마찬가지이다. 우리 팀은 이 걸 반드시 하고야 마는 사람들이다 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필해야 한다.


4. 기타 참고자료 : 못 다한 이야기는 back-up 자료로 덧붙이기

 단단한 아이템은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증권가 시장분석 리포트도 좋고, 정부에서 낸 연간 보고서도 좋다. 신빙성 있고, 내 아이템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은 그래프나 그림, 도표 등을 모아서 기타 참고자료에 appendix로 첨부한다. 내 머릿속에서 뿅 하고 나온 아이템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공부와 연구를 통해 나왔고, 사업계획서를 보면서 궁금한 자료가 있다면 여기에서 참고하실 수 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사업계획서 서류가 통과된 후에는 면접을 1회 본다. 각 협회나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서류 통과 후에 면접까지 일정이 채 1주일도 안되도록 촉박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자마자 바로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이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였으면 사업 소개 및 피칭 프레젠테이션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두면 또 구멍이 났던 부분들을 보완할 수도 있다.


이리저리 수정하다 보면 더욱 나아지는 아이디어


 선정 인원의 2 배수 인원만을 면접으로 보기 때문에, 사업계획서가 통과했다면 한시름 던 셈이다. 그렇지만 2 배수라고 만만하게 보면 곤란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내 아이템을 25분간 보면서 많은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질문의 방향은 매우 다양하다. 비즈니스 모델, 시장성, 차후 마케팅 방향성, 인력 및 자금 충당 방안 등 각 분야를 잘 아시는 분들이 질문하기 때문에 내가 이 아이템을 꿰고 있고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금방 어버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비 질문 리스트를 생각해두고 보완해두는 방식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두면 도움이 된다. 면접 때 가장 긍정적이라고 느낀 점은 질문뿐 아니라 피드백도 준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완하면 좋겠다, 이런 점은 참고하면 좋겠다의 코멘트도 주니, 면접 후에는 복기해두면 추후 분명 도움이 된다.



면접까지 진행한 후에는 1-2주 안에 최종 선정 결과가 나온다. 최종 선정 이후에는 작성해야 하는 자료, 예비창업자 통장 등 가이드해주는 대로 따라만 가면 된다.  교육들도 아주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부터 큰 것까지 알차게 준비되어 있으며, 같은 예비창업자들끼리의 교류를 통해서 네트워킹도 가능하다. 예비창업패키지는 단순히 지원자금을 받는다는 것 외에도 많은 지푸라기가 된다. 단계별로 따라가다 보면 내 아이템이 검증되었다는 믿음, 많은 교육들로 내가 나아가고 있으며 더불어 생각도 커지고 있다는 성장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으로 생기는 친밀감 등 정서적 지푸라기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또 이 글이 다른 예비 창업자들에게도 작은 지푸라기가 되길 바라는 지푸라기 연대도 생긴다. 언젠가 또 뗏목을 얻게 되고, 유람선을 얻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첫 지푸라기의 의미는 엄청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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