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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표 Nov 11. 2020

내가 사랑하는 나라, 싱가포르

싱가포르 가고 싶다

 때는 2012년 3월, 나는 대학교 3학년이었고 멋모르고 들어간 창업 학회활동으로 밤을 새우고 있었다.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4학년 언니 오빠들이었는데, 나이가  많다 해도 고작 26살이었던 청춘들의 밤샘은 주로 열정과 수다로 이루어졌었다. 창업 학회활동은 매주 목요일 밤을 새우고 금요일에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청춘이라 해도 굉장히 고단했고, 언니 오빠들은 곧잘 "교환학생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다음 학기 교환학생을 싱가포르국립대로 신청했던 내가 "교환학생 시절이 그렇게 좋아?"라고 묻자, 한 오빠가 대답했다. "그 기억으로 평생을 살게 될 거야"


세상에...2012년도 8월...

그렇게 2012년 8월 나는 싱가포르로 떠나게 되었고, 그때 그 오빠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색다른 환경에서 꿈과 희망은 가득하지만 책임이나 의무는 없기에 교환학생 시절, 그 자체가 청춘의 낭만을 응집이었다. 함께 가서 친해진 같은 학교 친구들은 물론, 위스콘신대학교 사람들과도 친해져서, 우리 8명은 무리 지어 거의 매일을 함께했다. 금요일은 약속이나 한 듯이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목요일부터 가까운 동남아 나라를 여행 가고, 마리나 베이 샌즈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차이나타운에서 스윗앤사워포크를 먹고, 팔에 헤나 문신을 하거나 레게머리를 하기도 하고, 한국가요를 부르며 보타닉가든을 한없이 걸었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가든스바이더베이

특히나 싱가포르는 내게 너무 완벽한 나라였다. 나는 "서울 촌사람" 답게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서울 외의 지역을 잘 가본 적이  없는데, 싱가포르는 그냥 전체 나라가 도시였다. 굳이 여행하러 나가지 않더라도 끝에서 끝이 1시간 반이면 도달했고, 구경할 거리도 먹을거리도 열대나무도 현대적 건물도 많아 다채로웠다. 기본적인 음식의 대부분이 "steamed"로 삶은 음식이었기에 자주 오는 소화불량을 걱정할 일은 없었고, 어디서든 맛난 카야토스트와 버블티를 팔았다. 게다가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싱가포르의 날씨는 매일이 따뜻해서 가볍게 운동하기에도 좋았으며, 깨끗하게 잘 정비된 거리와 도로도 내 취향이었다. 미술관이나 잘 꾸며진 열대정원을 관람하는 비용은 저렴하였으며, 가장 뷰가 좋은 자리는 항상 무료로 개방되어 있었다. 물론 좋은 레스토랑이나, 술 담배 등 사치품은 매우 비쌌지만, 학생으로서 그런건 탐나지 않았다. 항상 기본 이상의 맛을 하는 호커센터인 푸드코트가 길거리 곳곳에 있었고, 그러니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불꽃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마리나베이와 래플스의 엄청난 야경을 배경 삼아 병맥주랑 꼬치구이를 즐길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2012년도의 나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살았던 경험은 내가 브랜드와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한 큰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싱가포르국립대는 세계 최상위 30개 대학 안에 드는 좋은 곳이다. 특히 수업이 다채로웠고, 함께 수강하는 학생들도 성실했다. 나는 브랜드 관련 마케팅 수업을 들었는데, 노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주제에 교수님은 고무장갑, 비누칠을 한 수경, 무릎보호대, 고무 귀마개를 학생 수만큼 들고 왔다. 30여 명의 수강생 모두 장비를 착용하고 교수님이 말한 루트로 학교를 돌아다녔다. 앞은 잘 보이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잘 눌리지 않았으며, 짧은 계단도 오르내리는게 너무 힘들었다. 체험이 끝난 후, 교수님은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많은 감각이 무뎌지는 것이라면서 타겟을 이해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이제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하자고 했다. 모두가 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했다. 체험을 하기 전과는 확연한 차이였다.

 또, 마지막 프로젝트로 우리 팀은 아시아에 아이돌을 론칭하기로 하였는데, 로고 디자인부터 어느 채널에 어떻게 론칭할지, 어떤 컨셉의 앨범을 내고 어느 예능프로그램에 나갈지 등을 구상하였다. 마침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어마무시하게 유행하면서 K-pop이 뜨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오차드거리에 있는 대형 음반가게에 가서 앨범커버 구상도 하고, 방문하는 사람들 인터뷰도 하고, 로고 작업과 인물 구성, 그리고 가판대까지 만들어서 발표했다.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얼마나 고객중심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일이며, 세부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야 형성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마리나베이의 애플 컨셉스토어

 게다가 싱가포르는 거대한 도시 전광판이었다. 브랜드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명품들은 앞다투어 오차드로드의 디스플레이를 아름답게 꾸몄다. 그 시즌의 테마에 따라 디스플레이는 파란색 종이 나비들로, 거대한 금속 자물쇠로, 색색의 천들로 꾸며지기도 하였다. 마리나베이에는 floating  island 형태의 3층짜리 루이비통 단독샵도 있는데, 고객들은 그 샵에  들어가면 지상 2층부터 지하 1층까지, 루이비통의 제품뿐 아니라 컨셉까지 모두 경험하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애플 또한 컨셉스토어를 열어,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창이 에어포트의 인공폭포

싱가포르라는 나라 또한 거대한 브랜딩이었다. 도시국가이고 계획도시이다 보니 더욱 그렇지만, 작은 규모에 비해

엄청난 브랜드와 소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마리나베이는 화려한 금융도시와 야경을, 센토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인공섬으로 충분한 휴양지를, 클락키는 흥겨운 밤문화를, 가든스 바이더 베이와 보타닉가든은 열대나무로 이루어진 정원과 초록의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리틀 인디아나 차이나타운 등 다문화의 소스도 충분하며, 오차드로드나 에스플러네이드에서 럭셔리한 무드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창이 에어포트에는 공항 내에 거대한 인공폭포도 있어,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사람들에게도 언젠가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현업 마케터로서 브랜드를 빌딩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매출로 즉각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돈도 많이 드는 일이기에 항상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 그렇지만 싱가포르에서의 경험은 그럼에도 브랜드 마케팅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하는, 말 그대로 "평생 가는 기억"이 되었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로 여행을 가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나는 종종 싱가포르를 생각한다. 정돈되고 다채로운, 꿈꾸는 도시. 코로나 종료되면 꼭 만나자,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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