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브랜드 빌딩 된 시그니처
오마카세는 쉐프에게 식사에 대한 모든 선택권을 맡긴다는 뜻으로,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 'おまかせ'에서 유래되었다. 오마카세는 주로 스시에 대해 쓰이는 단어였지만, 그 뜻이 상용화되면서 "한우 오마카세" 등 다른 종류의 음식들에도 자주 쓰이고 있다.
세상에는 굉장히 많은 음식점이 있지만, 쉐프와 마주하며 조리의 과정을 모두 보고 설명을 들으며 식사하는 건 음식점 입장에서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헤드쉐프의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하며, 한 타임에 많은 손님을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가격대는 있는 편으로 점심은 인당 5만원 이상, 저녁은 10만원을 훌쩍 넘어가곤 한다. 남편과 나는 스시 오마카세를 좋아하여 종종 먹으러 가는데, 물론 우리가 일식, 그중에서도 스시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마카세가 주는 개인화된 느낌 자체가 기분 좋은 경험이다. 헤드쉐프가 에너지를 쏟아 운영하는 만큼, 오마카세는 그 음식점의 "최고로 브랜딩 된 시그니처 제품"이기 때문이다.
오마카세의 요소는 여러 가지로 구성이 되는데, 크게 4가지로, (1) 음식점의 인테리어에서 나오는 분위기 (2) 쉐프와 만나는 자리 구조 (3) 음식의 구성 (4) 손님 대응이다. 어느 것 하나 오마카세 구성 요소로서 빠질 수 없다. 맛이 좋더라도 인테리어가 좋지 않으면 대접받는 느낌이 떨어지며, 인테리어가 좋더라도 쉐프와의 자리 구조가 친밀감이 없으면 애정이 생기기 어렵다. 또한 아무리 친절해도 음식의 구성이 흡족하지 않으면 다시 가기 쉽지 않고, 다른 것이 만족스러워도 타이트한 손님 대응이 없으면 마음이 가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하나의 테마 안에서 촘촘하게 구성되어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오마카세의 형태가 된다. 음식의 구성만 하더라도, 제철 생선을 내는 건 기본이지만 애피타이저에 낼지 메인 디쉬 후에 낼지는 쉐프의 결정에 따라 다르며, 곁들이는 음식과 밥과 초의 양도 모두 하나의 주제 안에서 중요한 요소들로 작용한다.
우리가 특히 자주 가는 단골집의 오마카세는 편안하다. 바로 만들어진 스시와, 어떤 생선인지 제철은 언제이고 어디에서 온 재료인지, 어떤 향과 조화를 이루는지의 간단한 설명을 함께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인테리어도 과하지 않고 접객 또한 친근하며, 장국이 식지 않도록 신경 써주신다. 그런 점에서 자주 가는 오마카세 집은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원하는 정도의 대화로, 제철의 스시를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그렇지만 우리는 새로운 오마카세 집도 자주 시도한다. 다양한 쉐프의 섬세한 브랜딩을 접하고 싶어서이다. 우리가 갔던 서래마을의 한 오마카세는 메인으로 참치 뱃살을 부위별로 따로 내어놓고, 함께 곁들이는 와사비나 소금의 종류를 다르게 하여 다양한 맛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또 다른 삼성동의 오마카세는 기본 제철 생선에 집중하면서 어두운 바 분위기에서 올드팝 LP를 들려주어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였다. 예약할 때 남편 생일이라고 메모를 남겼더니 후토마끼로 케익을 만들어 축하해준 마음 따뜻한 쉐프님도 있었다. 오마카세 곳곳의 이러한 섬세한 터치는 기분 좋은 기억이 되어, 다음 식사 때 "그때 거기?"를 외치게 한다.
그래서 나에게 오마카세는, 결국 어떤 기본 위에 자신만의 변주를 얹었는지 고객이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브랜드 빌딩과 비슷하다. 그리고 고객과의 접점 하나하나에서 집착 수준으로 디테일하게 오감을 건드리는 게 얼마나 필요한지도. 그렇다면.. 조만간 또 다른 오마카세를 먹으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