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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표 Nov 25. 2020

제가 외동이라서요

저는 접니다만..


상대방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가장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다 어른> 김지윤 소장 편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4번 그날의 기분"을 택했지만 놀랍게도 "2번 출생순위"가 답이다. 나는 외동이라, 그 보편적 특징에 많이 공감했다.  



 * 다른 출생순위의 보편적 특징이 궁금하다면 참고: https://youtu.be/z1d58yfWVnM


누구든 그렇겠지만, 외동도 정말 억울하게도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간에 그것은 외동에 관한 편견에서 기인한다. 자주 듣는 것으로는 "외롭지 않아?" 가 있으며, 칭찬이라고 하는 얘기는 "예의가 바르셔서 외동인 줄 전혀 몰랐어요"같은 이야기들이다. 남을 (주로 나를) 깎아내리며 자신의 자존감을 겨우 챙기던 예전 회사의 미성숙했던 사수는, "너가 우리 올케처럼 외동이라 이상하다"라는 멘트도 서슴없이 했었다. 그 정도로 외동에 대한 억울한 편견과 오해는 생각보다 난무하다.


해당 영상에서 <외동 편견>은 오해라며 설명한 출생적 특성으로서 외동은,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형성해 나갈 때 어려워하기도, 상대방이 오해하기도 했던 포인트와도 닮아 있어 매우 공감이 갔다.

태어나서부터 또래와의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인생은 어차피 혼자 살아간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 형성에 여유가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친밀한 관계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는 사회에 나와 묘하게 피곤하거나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출생적 특징을 찾아보니, "아 그래서 우리가 서로를 오해할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사실 이는 Disc 검사나 MBTI 워크샵을 하면서도 몇 번 겪었던 깨달음이었다. 상대방과 소소한 이야기라도 나누며 사교적으로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옐로우와, 목적을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길 원하는 레드가 어느 정도는 서로를 오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도, 그 사람을 내가 온전히 알진 못해도 우리의 관계를 이해할 수는 있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미디어에서 말하는 Generation Z나 밀레니얼로 묶이는 것보다도 훨씬 더 이해하고 이해받는 기분이다. 비슷한 마음에서 특성을 묶는 테스트들이 유행하고 있는 거겠지. 혹자는 이러한 검사들이 사람을 틀에 가둔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그룹으로 묶이고 그 특성을 이해하고 이해받는다는 것은 사람 관계, 특히나 회사생활에서는 너무도 필요하다. 게다가 이렇게 밥 같이 먹는 약속잡기도 힘든 때에는 더욱더 필요한, 자신에 대한 "3줄 요약"인 셈이다.


요즘은 "우리 회사에는 어떤 사람이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지금은 나뿐인 회사지만, 언젠가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문화가 생길테고, 그 모습이 어떠하면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머무르게 될까 라는 생각. 음, 역시 아무래도 3줄 요약보다는 30페이지는 되는 대화가 좋겠다. 출생 순서, MBTI, Disc와 같은 것들은 그 사람을 처음부터 재단하는 도구가 아닌, 많은 대화를 하면서 알아가고 나서 그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가며 이해할 수 있는 도움닫기 정도로만 활용되어야겠구나. 이렇게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지는 출퇴근 길 생각의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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