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과제
2010.3.31
모두 새로운 스프링에 호의적이었다. 자신감이 붙었다.
새롭게 개발한 허리강화 이중 스프링의 내부 품평회가 끝났다. 다행히 사장님을 비롯하여 직원들 모두 새로운 스프링에 호의적이었다. 공통된 의견은 척추 부분을 딱 잡아주는 느낌이 있어서 기존의 독립 스프링 보다 허리가 편안하다는 것이었다. 보다 심도 있는 비교체험을 위해 사장님 포함하여 5명의 집에 새로운 스프링으로 만든 매트리스를 보내고 2주 이상 자보기로 했다. 2주가 지난 뒤, 체험에 참여한 경리과 대리님이 말을 걸었다.
경리과 대리님 : 한 팀장님 신제품 매트리스 이거 살 수 있어요?
나 : 이거 출시 전 제품이라 가격도 책정 안 되어있어서... 사시게요?
경리과 대리님 : 저희 남편이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고생하는데 이 매트리스는 잘 때 훨 편하다고 체험기간 끝나고도 쓰고 싶대서요. 직원가로 해서 좀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나 : 네! 그럼 한번 보고 드려볼게요.
여태껏 내부 품평회를 수십 번 했지만, 이번 매트리스가 가장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진짜로 살 수 있냐고 물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감이 붙었다. 사장님께 대량생산 관련하여 공장장님과 함께 보고도 모두 드렸고, 이제 사장님의 결단만 남았다.
신제품 제대로 나온 것 같아. 특허 기술과 접목해서 보완해보자.
사장님 : 공장장, 한 팀장. 신제품 제대로 나온 것 같아. 나도 2주 써봤는데 아주 편하더라고. 허리부분을 꽉 잡아주는 느낌이 좋아. 수고했어.
나, 공장장님 : 감사합니다.
사장님 : 그런데 보완할 부분도 있어. 가운데에 이중으로 들어가는 스프링 부분을 더 강하게 고정시켜줘야 할 것 같아. 가장자리 부분에서 이격 현상이 나올 수 있거든. 우리 특허 낸 가장자리 꺼짐 방지 스프링을 접목시켜서 다시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
공장장님 : 그럼 반영해서 만들어봐야죠.
양산은 어떡하죠? 말이 쉽지, 보통 일이 아니라서요.
나 : 사장님. 그런데, 이거 지금 생산라인에서는 하루에 10개도 제품 안 나와서요. 양산하려면 설비 투자하고 인력 뽑고 레이아웃 다 바꿔야하는데, 어떡하죠? 말이 쉽지. 보통 일이 아니라서요.
공장장님 : 이거 만들 수 있는 스프링 기계 알아봐서 사야하고, 기술자 뽑고 배치된 거 다 바꿔야 해서 시간 좀 걸릴 것 같아요. 돈도 많이 들어가고, 족히 3년은 걸릴 거 같은데. 준비해요?
사장님 : 일단 저 스프링 만들 수 있는 기계부터 알아보고, 하나씩 해보자고.
나 : 감사합니다! 사장님. 대량생산만 가능해지면 진짜 대박날 거 같아요.
소비자한테 어떻게 증명해서 보여줄 생각이야?
공장장님 : 한 팀장 또 설레발치네.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
사장님 : 근데 허리강화 스프링이 진짜 좋은지 소비자한테 어떻게 증명해서 보여줄 생각이야?
나 : 거기까진 아직 생각을 안 해봤는데요.
사장님 :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지. 우리끼리 좋다고 자화자찬이 무슨 소용이야? 소비자가 설득이 되어야 의미가 있지.
나 : 그럼 뭘 준비해볼까요? 사장님.
사장님 : 허리강화 스프링이 그냥 ‘느낌이 좋아서 좋다.’ 이게 아니고, 실제로 객관적으로 어떤 효용이 있는지 검사해볼 필요가 있지. 주관적으로 ‘그냥 편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는 거랑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서 뭐가 좋고, 어디에 좋은지 말하는 건 완전 다른 이야기잖아.
나 : 과학적인 검증을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사장님 : 그렇지.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어야 돼. 우리끼리 아무리 좋다고 해봤자 사람들이 믿겠어? 그냥 중소기업에서 내놓은 신제품이라고 생각할 뿐이지.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뭔가 검증을 해야 우리도 자신 있게 말을 하지.
나 : 공신력 있는 기관이요?
사장님 : 그래. 우리 매트리스가 정말 효과적인지 객관적인 검증을 하자는거지. 한 팀장도 궁금하지 않아?
나 : 궁금합니다. 진짜 과학적으로 수치적으로 입증이 되는 편안함인지 아닌지.
이제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다. 양산과 검증.
사장님 : 그럼 공장장이 양산 준비 시작하고, 한 팀장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효능에 대해 검증받는 방법 알아볼 수 있도록 하지.
공장장님, 나 : 네. 알겠습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다. ‘양산과 검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