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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dless Feb 09. 2018

한 팀장의 [브랜드리스] 개발일지 04

A Step Forward

2010.3.17

#4 A Step Forward



매트리스 개발은 차분히 진득하게 해야 좋은 제품이 나오는 법이야


공장장님이 한국인에 맞는 '허리강화 스프링' 개발을 천명(?)한지 일주일째, 드디어 첫 스프링 샘플이 나왔다. 내심 더 빨리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워낙 대량납품건이 많아 재촉은 하지 못했다.


나 : 공장장님 수고하셨는데요, 좀만 더 빨리 해주시지~ 우리 하루 하루가 급해요~


공장장님 : 매트리스 개발은 그렇게 하는게 아니야. 한팀장. 마음은 알겠는데. 차분히 진득하게 해야 좋은 제품이 나오는 법이야. 일주일이면 엄청 빠르구만. 군소리는.


나 : 그래요. 암튼 수고하셨구요. 이거 일단 모양이 특이하네요? 허리부분말이에요.


공장장님 : 허리부분에 스프링이 위아래 두 번 들어가는 구조로 개발했어.


나 : 그럼 뭐가 좋죠?



위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아래에서 한 번 더 흡수하니까
허리부분을 더 탄탄하게 받쳐주거든

공장장님 : 위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아래에서 한 번 더 흡수하니까 허리부분을 더 탄탄하게 받쳐주거든. 이렇게 설계하면 누워서 자면서도 허리부분은 항상 지지해주는 기분으로 잠들 수 있어.


나 : 흠. 이거 허리 부분만 투매트리스처럼 되는 건가요?


공장장님 : 그렇지. 우리 저번에 호텔에 투매트리스로 제작해서 납품했잖아. 호텔침대 엄청 편한 거 알지? 그게 투매트리스라 그런거거든. 스프링 2개가 받쳐주니깐 당연히 엄청 편하지. 그래서 아예 허리 부분에 스프링을 2개 탑재한 거지. 이거 하나만 써도 투매트리스 느낌이 날 수 있도록. 한번 누워봐봐.


나 : 와 이거 진짜 허리부분이 다르네요? 좋은 거 같아요.


공장장님 : 다르지? 근데 잠깐 누워봐서는 잘 모르고, 한 2주 자봐야 차이를 느낄걸? 이걸로 완성품 만들어줄테니까 집에 가져가서 며칠 자봐.


나 : 그럴게요. 사장님한테 보고 드리고 집에 가져가서 자볼게요.

그렇게 나는 허리강화 스프링으로 만든 매트리스를 집에 가져와 설치하고 잠을 청했다.



진짜 이번 스프링은 달랐다

그리고 3주가 흘렀다. 침대회사에 근무하면서 그동안 숱하게 많은 매트리스 샘플에서 자봤지만 진짜 이번 스프링은 달랐다. 뭐랄까 포근하게 감싸주면서 허리부분은 딱 잡아줘서 뒤척여도 안정감이 있는 느낌. 푹 들어가되, 한없이 꺼지는 게 아니고 허리를 탄탄하게 지지해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 : 공장장님. 이거 진짜 물건인거 같아요. 확실히 다른데요? 진짜. 신기하네.


공장장님 : 다르지? 좋을 수밖에 없는 거여 그건. 투 매트리스 원리를 그대로 허리부분에 접목시켰으니 편할 수밖에 없지.


나 : 이거 내부 품평일정 잡고, 사장님께도 보고 드릴게요. 완성품 하나만 더 만들어주세요.


공장장님 : 그려. 근데 사장님이 오케이 하실지 모르겠네. 이거 지금은 한 개 만들려면 몇 시간씩 걸려서. 양산하려면 기계사고, 라인배치 바꾸고 기술자 뽑고 해야 되는데.


나 : 제가 어떻게든 설득해서 해볼 테니 일단 제품 끝내주게 하나 만들어주세요!


공장장님 : 알겠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건지 궁금하다

이제 내부 품평회를 준비시작! 우리회사 직원들은 사장님을 비롯해서 모두 엄청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공장이라서 그런가... 말을 돌려서 하지 않고 그냥 좋으면 좋다. 아니면 아니다. 딱 부러지게 말해서 제품 개발할 때는 사실 도움이 많이 된다.(상처도 많이 받지만ㅠ) 허리강화 스프링이 나만 편한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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