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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 만드는 남자 Nov 17. 2020

대학교를 무슨 10년이나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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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하고 한 학기를 날리고, 전과하면서 공대에서 들었던 한 학기 학점을 날리고 그렇게 1년이 늦어졌다. 03학번인 나는 07년도에 07학번들과 함께 수업들을 들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었기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다.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은 입시를 거쳤기에 나는 뒤쳐졌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그림을 그린다니 이건 정말 신세계였다. 공대 시절에는 교과서 빈 공간에 낙서를 하던 나였는데, 대놓고 스케치북에 그림도 그리고, 자르고 붙이고, 컴퓨터로 그래픽 작업하고... 조금 과장 더해서 놀려고 학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고학년이 될수록 논다고 할 수 없는 작업의 강도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실제로 놀기도 열심히 놀았다.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동생들을 데리고 참.. 많이 놀았던 것 같다 ㅎㅎㅎ 다행히 그 당시 나와 함께 전과했던 비슷한 또래의 형, 동생들이 있어서 외롭진 않았다.  


출처 http://blog.daum.net/cmj7848/16516808

그 당시 나는 학교 근처에서 혼자 자취를 했었다. 우리 서울과학기술대 앞을 나와서 공릉역으로 가는 길에는 철길이 하나 있었다. 그 근처에서 반지하지만 반지하 같지 않은 그런 반지하에서 몇 년을 지냈다. 그 철길에는 진짜 기차도 지나가는 그런 철길이라 꽤나 낭만적이었다.


땡땡땡땡~ 하면서 철길 앞을 막는 긴 막대기가 내려가면 기차가 지나가는 걸 기다렸다 지나가곤 했다. 졸업하고 아무 오래 뒤에 가봤을 때 그곳은 너무 깔끔한 공원이 되어있었다. 


아무튼 지금 기억은 꽤나 낭만적이었던 대학생활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의실 내의 성비도 참 바람직했다. 남자가 더 적었다.





흥미로운 대학생활 속에서도 뭔가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또 휴학을 했다. 처음 나에게 일을 준 쇼핑몰 사장형이 조금 더 본격적으로 쇼핑몰을 해보겠다며 나를 소환했다. 나도 쇼핑몰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우고, 나중에 내가 차려보고 싶은 마음에 합류하게 되었다.


풀타임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고, 거기서 카메라 조작도 해보고, 모델들 착상 컷을 촬영하기도 하고, 제품을 등록하기도 하고 쇼핑몰의 다양한 업무들을 맡아서 했었다. 그렇게 열심히 배우고 많은 경험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경험은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자양분이었다. 


그리고 정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아.. 쇼핑몰 창업은 하면 안 되겠다."


그 당시 너무 많은 경쟁으로 인해서 그 사장형이 굉장히 어려워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을 파고들어 경쟁사들을 이겨낼 수 있는가에 대해 같이 고민해봤지만 나로서는 답이 없었다. 나는 그냥 포토샵 쪼금 하는 일개 디자이너 일 뿐이었다.


그렇게 중간에 휴학도 하고, 졸업해야 할 시기에 인턴도 하고 하면서 학교를 졸업하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그렇게 졸업장을 받는 년도는 2012년이 되었다. 물론 그사이에 군대도 다녀오고, 인턴도 하고, 알바도 하고 하면서 경험을 쌓긴 했지만 말이다. 


03년도에 입학해서 12년에 졸업장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대학을 10년 동안 다니고 사회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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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만드는 남자 | 김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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