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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 만드는 남자 Nov 04. 2020

내가 이제 미대오빠가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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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전역한 게 4월이어서 여름학기에 복학하기는 싫었다. 

3D Maya를 배우는 9개월 과정의 학원을 등록하고 그 후년에 복학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포토샵 일러스트를 배우고, 그걸로 알바를 시작했다. 



이런 류의 옷들이었다. 작업할 때는 뭐.. 즐겁게 했다. 


쇼핑몰 상세페이지 디자인 알바였다. 처음에는 그냥 여자 쇼핑몰인 줄 알고 일을 했었다. 근데 뭔가 원피스? 약간 야시 꾸리 한 파티복 같은 옷들을 팔더라. 처음에는 그냥 예쁘게 상세페이지 만들어주고 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홀복이라고 하는 옷이더라. 물론 파티복으로 입을 수도 있는 옷이었다. 


디자인 전공도 아닌 나 같은 사람에게 돈을 주고 일을 맡겨주신 것이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분도 마땅히 시켜볼 만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던 게 아닐까. 그런 결핍의 조건들 덕분에 나는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새로운 영역에 들어가고 싶은 결핍 덩어리였던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얼마를 받는지도 몰랐고, 내가 얼마를 받아야 적당 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냥 나의 결핍에도 불구하고 나를 선택해준 사람이 고마워서 정말 성심성의껏 일을 했다. 그분이 나한테 돈을 주는 것이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상세페이지 작업을 쌓아갔고 후에 이 작업들은 나의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디자인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였는지.. 그전에 알고 이걸 선택했는지 사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교내에 다른 과에서 미대로 전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에 이 전과 제도를 만들어낸 형을 알게 되어 그 형이 회장으로 있는 전공 학회로 들어갔고, 그 형은 나의 결혼식의 사회를 봐줬다.)


이건 정말 나에겐 너무나도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입학당시는 몰랐던 사실 하나. 서울산업대 (현 서울과학기술대)의 미대는 꽤나 괜찮은 곳이었다. 나는 수능 보고 가나다군 외에 추가로 원서를 넣을 수 있던 곳이고, 학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서울산업대 공대 쪽을 선택했던 건데, 이제와서 보니 디자인과가 굉장히 좋았던 것. 


사실 다시 입시를 하고 수능을 볼까도 고민했던 나에게는 더 없는 기회였다. 그 기회를 잡고자 그동안 작업했던 작업 물들을 모으고 포트폴리오 북으로 만들어서 전과를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총 집중했다. 


정말 다행히도 나는 전과에 성공했고, 

2003년 공대로 입학했던 나는, 2007년 봄 미대생이 되었다.

하지만, 03년도 공대에서 수강했던 학점 중에 반은 쓸모가 없어졌다. 예를 들어 '정역학' 이런 수업들이 미대에서는 인정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학기(21학점)를 날렸고, 전역 후에 학원을 다니면서 복학을 연기해서 또 한 학기를 또 날렸던 거고, 결국 24살에 다시 07학번 시각디자인과 신입생들과 수업을 듣게 되었다. 


나도 이제 미대오빠가 된 건가???

    



다음편 https://brunch.co.kr/@zwang/117




브랜드 만드는 남자 | 김주황
lllayer(레이어) CEO & Creative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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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경험을 설계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디자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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