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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전역한 게 4월이어서 여름학기에 복학하기는 싫었다.
3D Maya를 배우는 9개월 과정의 학원을 등록하고 그 후년에 복학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포토샵 일러스트를 배우고, 그걸로 알바를 시작했다.
쇼핑몰 상세페이지 디자인 알바였다. 처음에는 그냥 여자 쇼핑몰인 줄 알고 일을 했었다. 근데 뭔가 원피스? 약간 야시 꾸리 한 파티복 같은 옷들을 팔더라. 처음에는 그냥 예쁘게 상세페이지 만들어주고 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홀복이라고 하는 옷이더라. 물론 파티복으로 입을 수도 있는 옷이었다.
디자인 전공도 아닌 나 같은 사람에게 돈을 주고 일을 맡겨주신 것이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분도 마땅히 시켜볼 만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던 게 아닐까. 그런 결핍의 조건들 덕분에 나는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새로운 영역에 들어가고 싶은 결핍 덩어리였던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얼마를 받는지도 몰랐고, 내가 얼마를 받아야 적당 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냥 나의 결핍에도 불구하고 나를 선택해준 사람이 고마워서 정말 성심성의껏 일을 했다. 그분이 나한테 돈을 주는 것이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상세페이지 작업을 쌓아갔고 후에 이 작업들은 나의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디자인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였는지.. 그전에 알고 이걸 선택했는지 사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교내에 다른 과에서 미대로 전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에 이 전과 제도를 만들어낸 형을 알게 되어 그 형이 회장으로 있는 전공 학회로 들어갔고, 그 형은 나의 결혼식의 사회를 봐줬다.)
이건 정말 나에겐 너무나도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입학당시는 몰랐던 사실 하나. 서울산업대 (현 서울과학기술대)의 미대는 꽤나 괜찮은 곳이었다. 나는 수능 보고 가나다군 외에 추가로 원서를 넣을 수 있던 곳이고, 학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서울산업대 공대 쪽을 선택했던 건데, 이제와서 보니 디자인과가 굉장히 좋았던 것.
사실 다시 입시를 하고 수능을 볼까도 고민했던 나에게는 더 없는 기회였다. 그 기회를 잡고자 그동안 작업했던 작업 물들을 모으고 포트폴리오 북으로 만들어서 전과를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총 집중했다.
정말 다행히도 나는 전과에 성공했고,
2003년 공대로 입학했던 나는, 2007년 봄 미대생이 되었다.
하지만, 03년도 공대에서 수강했던 학점 중에 반은 쓸모가 없어졌다. 예를 들어 '정역학' 이런 수업들이 미대에서는 인정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학기(21학점)를 날렸고, 전역 후에 학원을 다니면서 복학을 연기해서 또 한 학기를 또 날렸던 거고, 결국 24살에 다시 07학번 시각디자인과 신입생들과 수업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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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만드는 남자 | 김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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