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벌써 17년 전.
2003년 봄. 나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입학할 때는 서울산업대였지) 공대에 입학을 했다. 고등학교 때 수학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사실 미대 입시의 꿈을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접고 공대를 선택했다. 큰누나도 컴퓨터 프로그래머였고 나도 컴퓨터를 좋아했었기에 관련학과로 진학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공대생의 1년은 즐거웠다. 동기들과 열심히 놀았다. 공대생들 밖에 없는 강의실이 싫어서 영어 같은 교양 수업은 괜히 미대 쪽 수업을 수강해서 듣고, 그때 친구 중 한 명은 그렇게 미대생과 연애를 했다. 미대생들이 앞치마에 물감을 묻히고 다니는 게 왜 이렇게 멋있어 보이던지..
그렇게 1년을 즐겁게 다니고 군대에 갔다. 그리고 말년 병장 시기에 인생의 기로에서 고민이 많았다. 이제 전역을 하게 되면 나는 공대 복학생이 되어 졸업을 하고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봤지만, 내가 원하는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과감히 디자인이라는 길로 방향을 틀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2007년 전역을 앞두고 있었을 때였다.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는 몰랐고 3D 그래픽을 배우면 왠지 밥벌이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전역 후에 3D Maya라는 프로그램을 알려주는 학원에 등록을 했다. 9개월 과정에 총 3~400만 원 정도 하지 않았다 싶다. 그 큰 톤을 그 당시 내고 무엇을 배웠느냐.
그 과정 중에 앞에 3개월은 포토샵과 일러스트 툴을 알려주는 기간이었는데, 이 기간 동안 배운 툴이 현재도 여전히 내 밥벌이에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남은 6개월 동안 배운 Maya는... 그 후에 거의 써 본일이 없다...
암튼 그렇게 배운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활용해서 알바 자리를 찾게 되었다. 2007년은 인터넷 쇼핑몰 붐이 불고 있을 때였다. 아니 한창 불고 살짝 꺾일 때였나? 그래서 인터넷에서 상세페이지 디자인 알바를 꽤나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업체의 사장을 만나게 되었고, 그 사람이 파는 제품들의 상세페이지를 만들면서 돈을 벌게 되었다.
그때 그 상세페이지 디자인 경험이 나의 디자인 첫 경험이었다.
물론 디자인을 잘하진 못했다. 그래도 클라이언트는 만족을 했고 나의 통장에는 돈이 입금되었다.
드디어 공대생이었던 내가 디자이너가 된 것이다.
다음편 : https://brunch.co.kr/@zwang/116
브랜드 만드는 남자 | 김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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