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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 만드는 남자 Jul 09. 2020

프리랜서 디자이너에서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로

4단계로 정리해봤습니다.

저는 현재는 브랜드 디자인 회사 레이어 (lllaye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6명 정도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1인 프리랜서로 시작했었습니다. 혼자서 노트북 하나 들고 커피숍을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했었죠. 그 당시는 '디지털 노마드'란 말을 몰랐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잠시 살았던 삶이 '디지털 노마드' 였더라고요.


그게 벌써 햇수로 9년이 되었네요.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1인 프리랜서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해서 말씀드려볼게요


크게 4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1단계. 디자인 스튜디오 창업

2단계. 사업자 등록

3단계. 몸 갈아 넣기 

4단계. 디자이너에서 대표로


하나씩 살펴볼게요.





1단계. 디자인 스튜디오 창업 (프리랜서)

사실 창업 자체는 너무너무 쉽습니다.


1. 컴퓨터를 구매한다. 돈이 없다면 집에 있는 컴퓨터를 쓴다. (기동력이 뛰어난 노트북도 좋다.)

2.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설치한다. 

3. 스튜디오 이름을 정한다 (어려우면 그냥 본임 이름으로 해도 된다.) 

4. 일을 받아서 디자인을 해주고 돈을 받는다. 


사실.. 디자인과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1~2는 당연히 기본 세팅이고요. 스튜디오 이름도 본명으로 한다면, 사실 언제든지 스튜디오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그렇게 시작했었죠. 제가 프리랜서를 할 당시는 2011~12년쯤이었는데, 그 당시 많이 활용하던 SNS는 네이버 블로그와 페이스북이었어요. 그곳에 내 작업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이 올리는 작업에 좋아요 누르러 다니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개인 작업 위주로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외주 작업을 하고 싶어서 영업을 시작했죠. 


'내가 하면서도 정말 즐거운 일이 뭘까??' 

대학 다닐 때 밴드를 만들어서 활동했을 정도로 밴드 음악을 좋아했던 터라 홍대 인디 씬에 있는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 당시 홍대 상상마당에서는 [레이블 마켓]이라고 인디 음악을 선보이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곳에 포스터를 만들고 가서는 담당자에 붙여도 되냐고 물어봐서 그걸 붙여놨었죠. 


"당신의 음악의 옷을 입혀주고 싶다" 뭐 그런 카피였는데, 절대 이미지는 노출하지 않을 겁니다.. ㅎㅎ


암튼 그것이 연이 되어서 홍대의 한 인디레이블에서 연락이 왔어요 ㅎㅎ 

물론 그 이미지만 갖고는 아니었고요. 그 이미지 안에 적힌 저의 블로그 주소를 보고 들어와서 다른 작업들도 보고 연락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홍대의 뮤지션들과 일을 해보기 시작했었죠.




2단계. 사업자 등록

다음 단계는 사업자 등록 단계입니다.


이 부분은 시작할 때 해도 되는 부분이지만, 1인 프리랜서라면 처음에는 굳이 필요하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혼자서 몇 개월 정도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친구가 좋은 프로젝트를 하나 갖고 와서, 비용 집행을 받기 위해서 사업자 등록증이 필요하다기에 그때 처음 사업자를 냈습니다. 


1. 임대차 계약서, 신분증을 갖고 관할 세무서를 찾아간다. 

2. 사업자 등록증을 신청하고 등록증을 받는다.

(사장님이 된다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책임을 다하는 건 쉽지 않죠..)


사업자 등록증을 내려면 사무실이 필요합니다. 저는 처음에 정부에서 창업 지원해주는 것을 활용해서 사무실을 얻었어요. 사무실을 1년 동안 무상으로 제공받았었는데, 그게 굉장히 도움이 되었죠. 그 당시는 실감을 못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사무실 월세와 관리비가 없었다는 건 정말 엄청난 혜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게 무조건 좋은 것이냐 라고 물어보신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예요 ㅎㅎ 이건 나중에 또 얘기해볼게요)


요즘에는 공용 사무실에서 테이블 하나만 써도 주소를 등록할 수 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사업 형태에 따라 살고 있는 집 주소로도 가능한 걸로 알고 있고요. 


그렇게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고 나면 이제 홈택스라는 것과도 친해져야 합니다. 돈을 받을 때 세금 계산서라는 걸 발행해야 하거든요. 세금에 대한 공부와 걱정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3단계. 몸 갈아 넣기

열심히 하는 만큼 벌 수 있는 단계


직장을 1년 반 정도 다니고 나온 입장에서 내가 일을 많이 하면 하는 만큼 돈을 번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 열심히 하는 만큼 버는 거지!!'


회사에서는 내가 아무리 야근을 해도 돈을 더 벌지는 못했으니까요. 그 당시 (2012년) 퇴직하기 직전에 실 수령액이 145만 원 정도 됐었는데, 외주 작업을 한 건에 80만 원 받다 보니... 한 달에 이런 프로젝트 2개만 해도 월급보다는 낫네!! 라면서 아주 단순하게 계산을 했었죠.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일이 없으면 수입도 없다는 것이죠. 회사 다닐 때는 바쁘나 안 바쁘나 고정적인 수입이 있었지만 이제는 수입이 0원일 때도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은 절대 간과하면 안 됩니다. 어렸고, 혼자여서 그나마 버티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도 일단 일이 하나 생기면 죽어라 합니다. 돈을 떠나서 하나하나가 다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기에 그것을 모아서 또 다른 프로젝트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기대감이 있었죠. 그렇게 일이 하나둘씩 생기면 몸을 갈아 넣으면서 열심히 일합니다. 이 단계는 한 20대~ 30대까지는 해볼 만하고.. 40대에도 물론 해볼 수는 있겠지만 너무 힘들어지죠.. 


일이 많으면 많아서 몸이 힘들고, 일이 없으면 없어서 마음이 힘들고 그랬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요)


그래도 몸을 갈아 넣을 만큼 일이 많다면 감사한 것이죠. 그렇지 않다면 단지 열심히 일만 해서는 안됩니다. 일이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들을 해야 합니다. 


영업, 홍보, 마케팅, 포트폴리오 정리, 사람 만나서 명함 돌리기, 내 소개 적극적으로 하기 등. 

회사원이었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4단계. 디자이너에서 대표로

디자이너에서 벗어나서 디자인 디렉터가 되어야 한다. 


1인 프리랜서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로 넘어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이 4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 단계가 오기 전까지 그래도 나름 일이 많아지면서 성장은 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한 단계 올라가는 느낌은 아니었고요. 스무스하게 성장한다는 느낌 정도였죠. 그런데 문제는 그 후가 잘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일을 이 더 많아지면 내가 열심히 하면 되긴 하지만 몸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고 내가 늙어갈 것은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 미래였죠.


여기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크게 3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1. 나의 단가를 올린다. 

- 같은 시간 일을 해도 더 많이 돈을 받을 수 있으면 되겠죠. 


2. 남의 시간을 산다. 

- 직원을 두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요. 직원을 둔다는 것은 한 사람의 시간을 산다는 것과 같은 개념인데요. 남의 시간을 사고, 그것보다 더 높은 수익을 만들어 낸다면 안정적으로 스튜디오를 운영할 수 있겠죠?


3. 디자인 외주 업 외의 다른 파이프 라인을 만든다.

-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콘텐츠화해서 수익화하는 것이죠. 대표적인 것은 책이 되겠고요. 강의가 될 수도 있고요. 요즘에는 PDF를 만들어서 판매하기도 하더라고요. 


그 당시 저는 3번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고요. 1번과 2번을 동시에 키워나가야 한다고 방향을 잡았었습니다. 단가는 프로젝트를 많이 하면서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어요. 


2번 남의 시간은 산다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에서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디자이너를 넘어서 회사를 경영하는 마인드를 장착해야 합니다. 스튜디오의 디자이너들이 가야 할 방향을 잡아주고, 우리 스튜디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여기서 정말 어려운 단계가 있습니다. 

"디자인을 다른 사람한테 맡겨야 합니다."


누군가는 이게 뭐 어려운 것인가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디자이너에게 이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하면 30분이면 할 수 있는 작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2~3시간을 기다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내 마음에 쏙 들키란..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건 겪어본 사람 아니면 모를 거예요.. ㅠㅠ)


내가 디자인을 하지 않아도 우리 디자인 스튜디오가 그전에 내던 퀄리티가 동일하게 나오거나 혹은 더 좋은 퀄리티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원 채용 공고 올리기 전에 아래 내용을 먼저 정리해보세요. 





4.1. 회사 조직도 만들어보기

우리 스튜디오의 미래를 그려보자


현재는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고 있지만, 미래에 우리 회사가 성장하면 부서로 나눠서 키우게 될지 조직도를 만들어 봅니다. 기업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회사 조직도가 나와있잖아요? 그게 괜히 있는 게 아녔더라고요. 조직도를 만들 때는 사람의 이름을 처음에 넣지 말고 일단 해야 할 업무와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로 구성합니다. 


이게 굉장히 효과적인 게 조직도를 구성해보면서 우리 스튜디오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고민이 되어야 어떻게 팀을 구성하면 좋을지, 각 위치에 어떤 사람이 잘 어울릴지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4.2. 업무 매뉴얼 작성하기

어떤 직책에 어떤 업무를 해야 할지 정리하기


조직도로 나눠진 팀 구성에 각각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정리해봅니다. 그전까지 혼자서 모든 것을 했을 테니 내가 했던 일부터 팀 구성에 맞춰서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처음부터 엄청 두껍고 깔끔하게 정리된 매뉴얼 북을 떠올리게 되면 시작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한 위치당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합니다. 스튜디오를 운영해가면서 계속 디벨롭해나가면 됩니다. 때로는 합쳐질 수도 있고 나눠질 수 도 있습니다.


- 일단 처음에는 복잡하게 만들면 시작도 못합니다. 일단 나눕니다. 

- 물론 저도 아직 제대로 완성을 못했습니다 하하

- CEO 가 해야 할 일 / Marketer 가 해야 할 일 / BX 디자인 리더가 해야 할 일 / UX 디자인 리더가 해야 할 일 등


 


4.3. 채용 공고 올리기

이제 사람을 뽑아봅시다.


저는 3단계까지 2명이서 서로의 몸을 갈아 넣어 가면서 최대한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임하기를 하기 위해 인턴을 뽑기로 결심했었죠. 그 당시만 해도 학교 교수님과 연결이 되던 터라. 학교 찬스를 썼죠. 인턴을 채용해서 함께 일해 보면서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하나씩 누군가에게 맡기는 연습을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조직도,  업무 매뉴얼을 제대로 정리하고 하진 못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하나씩 방법을 찾아간 것입니다. 





대표라는 직책의 무게감 & 책임감


조직도를 그려보면 알 수 있겠지만, 대표가 해야 할 일은 굉장히 많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는 디자인이라는 가치를 팔아야 하는데, 디자인만 잘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조로울까요?? 


그 외적으로, 영업, 마케팅, 재무회계, 커뮤니케이션, 직원 관리 등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몇 년 겪어보니 대표가 가장 잘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는 결국 영업이더라고요. 일이 많아야 직원들에게 급여도 밀리지 않을 수 있고요. 영업력이 좋아야 좋은 프로젝트를 골라서 할 수 있죠. 그렇지 않으면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만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우리 스튜디오의 정체성도 흔들릴 수 있고, 직원들이 사기도 떨어지게 되죠.


디자이너가 좋은 대표가 되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겠지만, 스탭 바이 스탭으로 배워가면서 성장해가면 되겠죠. 

제가 아는 한에서 조금씩 정보를 공유해보도록 할게요~!~!





디자인 스튜디오 네트워크 - 패스파인더


아! 저희처럼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오픈 채팅방이 있습니다. 이 커뮤니티는 "디자인 스튜디오 네트워크 - 패스파인더"이고요. 링크는 https://open.kakao.com/o/gqT0S7Kb 여기입니다.


Pathfinder 아시죠?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능의 이름인데, 도형을 합치거나 빼거나 곱하거나 나누는 그런 기능이죠.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협업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만들기 위해 잡은 이름입니다.

또 Path Finder는 길잡이라는 뜻도 있더라고요 ㅎ 디자이너가 대표가 되는 그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을 자제하고 있지만, 조만간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을 모아보려고 합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오픈 채팅방으로 오셔요~!!





위 내용을 영상 2개로 만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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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만드는 남자 | 김주황
lllayer(레이어) CEO & Creative Director
www.lllay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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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경험을 설계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디자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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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wang@lllay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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