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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 만드는 남자 May 21. 2020

디자이너는 글이랑 거리가 좀 있어도 되잖아.

라고 생각했던 내가 브런치에다 글을 쓰고 있네??



책도 안 읽고 글 쓰는 것은 나랑은 먼 얘기였던 시절..


'디자이너는 글이랑 거리가 좀 있어도 되잖아~!?'


라고 합리화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이니까' 라면서 책도 멀리 했다. 항상 이미지로 이야기하고 멋있는 이미지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나는 매번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고 내 작업을 설명하는 단어들도 비슷비슷했다. 심플하고 댄디하거나, 화려하고 럭셔리하거나, 빈티지하고 러프하거나 등등 비슷했다.


나의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말발이 필요했다. 남들은 어떻게 더 "있어빌리티"하게 설명하지? 그런 것을 보고 연구했던 적도 있었다. 작업을 더 좋게 하려는 생각은 안 하고 내 작업은 '이미' 좋은 편인데,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어리석게...;;;)


그렇게 뭔가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살아갔는데, 언젠가부터는 내 작업 자체가 항상 비슷해졌다. 클라이언트에 따라서 뭔가 조금씩 다른 콘셉트인 양 표장은 하지만 뭔가 이전 작업과 비슷한 작업들이 이어졌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싫었던 것이 아니라 하려고 도전은 했지만 갈피를 못 잡고 결국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쪽으로 작업들이 흘러갔다. 





이때 슬럼프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왜 이럴까? 내 작업은 왜 발전이 없을까? 


고민 끝에 나온 답은

"아! INPUT 이 없어서 그런 거구나!"


매일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서치만 하다 보니 좋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없었다. 그래서 사무실 근처에 있는 예술의 전당에 전시를 보러 다녔다. 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이런 작품은 색을 이렇게 썼구나. 뭔가 엄청나게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이 나올 것 같은 설렘을 느꼈다.


BUT.

다시 작업을 해봐도 그다지 발전되는 느낌은 없었다. 그렇게 확실한 이유는 찾지 못한 채로 그냥 흘러갔던 것 같다. 슬럼프를 극복한 것 같진 않다.. 그냥 지나갔을 뿐..





책을 찾게 되었다.


클라이언트가 어느 정도 기획을 해주고 시각화하는 작업에서는 크게 노이즈 없이 잘 진행은 했었는데,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은 뭔가 새로운 기획을 하고 전략을 짜야하는 일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정말 아이디어가 개똥인 사람이구나를 느끼면서 내가 정말 디자이너가 맞는가 하는 진로의 고민까지도 밀려왔다. 그럴 때 문득 책장이 꽂힌 책들이 보였다. 책을 펼치면 너무나도 금세 잠이 오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책을 가까이하지 않게 되었었는데, 몇 년 만에 책을 찾게 되었다. 


아! 다시 돌이켜보니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가에 대해 탐구했었다. 유튜브도 보고, 블로그도 보고, 페이스북에서도 보고, 그렇게 자료들을 찾다 보면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은... 게 아니고~~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한편으로는 책 안 읽고도 성공한 사람들 많을 텐데 뭐~ 이런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듣다 보니, 책에 대해서 관심이 쬐~금 생겼다. (나는 참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많은 사람인지, 그런 이야기들을 참 많이 찾아봤었다.)





돈 내고하는 독서 모임


그리고, 돈을 내고 하는 독서 모임을 반강제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독후감을 쓰지 않으면 그 돈을 버리게 되는 상황이어서,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독후감을 쓸 수가 없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1달 동안 1권을 겨우 읽었는데, 정리를 하려니까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 뭐지? 내가 뭘 읽은 거지??? 내 뇌는 왜 이모양이지????


자책도 잠시 어쨌든 독후감을 써야 하기 때문에 그냥 내용을 요약했다. 그렇게 내가 브런치라는 것을 시작했다. 책을 요약하고, 내가 이런 책을 읽었다는 것은 만천하에 알리고 싶었다!!! ㅎㅎ (물론, 기록을 해두면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도 좋은 것도 있었다.) 


근데 그게 나에겐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디자이너는 글이랑 거리가 좀 있어도 되잖아~!?'

라고 생각했던 내가 책 읽는 습관이 조금씩 잡혀가게 되었다. 1달에 1권이 버거웠었는데 언젠가는 빨리 읽어서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니, 1달에 2권도 읽게 되었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오가면서 종이책이 없을 때는 전자책을 읽고 하면서 번갈아 가면서 읽으니 시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글을 쓰는 것이 디자인에 어떤 도움을 줬냐면..


글을 잘 쓰면 디자인 실력이 뿜 뿜 하는 게 아니라, 디자인의 이유를 제대로 정리할 수 있다. 

내가 이 디자인을 왜 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남에게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설명하고 설득시킬 수 있다. 내가 먼저 설득이 되어야 남을 설득하지 않겠는가?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전보다 확실히 텍스트로 정리하고 기획하는 능력이 늘어남을 느낀다. 무엇보다 그것을 시작하는 지점에서 불안함이 없어졌다. 


'나.. 이거 잘 못하는데 들키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


일단 시작을 하면 어떻게든 풀어나갈 수 있는데, 그전에는 그 불안함 때문에 시작도 못하고 끙끙 댔던 일이 많았다. 










사실.. 원래 이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한 게 아니었는데, 여기까지 와버렸네... (이래서 나는 글을 잘 쓰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냥 쓰는 거지 뭐 ㅎㅎ) 제목을 내용에 맞춰서 다시 바꿨다. 원래 이 글을 쓰려고 시작해서 한 번에 휘리릭 쓴 사람처럼!!! ㅎㅎ


마무리하자면.. 디자이너가 그림만 만드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어쩌면 기본이다. 아니 내가 원하지 않더라고 기업이나 브랜드에게 필요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하고 폭넓은 표현 능력이 기본인 것 같다. (카드가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럴 때는 이런 카드를 저럴 때는 저런 카드를 잘 조합해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디자인이 왜 만들어져야 하는지 연구하고, 그것들을 글과 이미지를 통해서 소통할 수 있어야 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이해하고 설득도 시킬 줄 알아야 한다. 


정리하다 보니, 좋은 디자이너가 되는 길은 아직도 멀고도 험하구나...






[영상으로도 남겨 봤습니다. 바쁘셔서 글을 읽기 어려우신 분들은 영상을 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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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만드는 남자 | 김주황
lllayer(레이어) CEO & Creative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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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경험을 설계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디자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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